돌샘 이야기/여행과 답사(2025)
충주 청룡사지와 원주 거돈사지 답사
돌샘
2025. 4. 27. 09:27
충주 청룡사지와 원주 거돈사지 답사
(2025.4.19.)
(충주 청룡사지)
분홍색 복사꽃이 활짝 핀 과수원을 지나 호젓한 산기슭에 위치한 청룡사지(靑龍寺址)로 들어섰다. 발굴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자연 상태의 폐사지였지만 해설사가 있어 반가웠다. 안내도대로 계곡 옆 오솔길을 따라 올라가니 맨 위에 석조 유물 3개가 나타났고, 가운데 있는 것이 국보인 ‘보각국사탑’이었다. 고려 말 고승인 보각국사의 묘탑으로 8각 원당형이었다. 몸돌에는 사천왕을 새기고, 표면에는 반룡이 기어오르고 있어 아름다움과 정교함이 극치를 이룬다고 설명돼 있으나, 보호 울타리 밖에서는 잘 보이지 않아 아쉬웠다. 탑 바로 앞에는 보물로 지정된 ‘사자 석등’이 있고, 탑 뒤쪽 조금 떨어진 곳에 역시 보물인 ‘보각국사탑비’가 서 있었다.
사자 석등은 아랫부분에 한 마리의 사자가 표현되어 그렇게 부른다고 한다. 지붕돌이 두툼한 방석처럼 만들어져 있었는데, 고려시대 양식이라 했다. 탑비는 고려와 조선의 국사를 지냈던 보각국사의 행적을 기록한 것이었다. 비석의 윗부분은 비신의 양 끝부분 모서리를 깍은 귀접이 양식이라 단출해 보였다. 아래로 조금 내려오니 석종형 승탑(충청북도 문화재자료)이 있었는데, 정사각형의 받침석 위에 탑신을 놓고, 위는 복발 모양으로 만들어 놓았다. 오솔길 아래쪽 코너에 이끼 덮인 비석이 있었는데, 위전비(位田碑)(충청북도 유형문화재)로 청룡사의 창건 및 경영과 관련된 내용이 기록돼 있다고 한다. 폐사지를 답사하면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할 수 있어 좋다.
(원주 거돈사지)
원주에 있는 거돈사지(居頓寺址)는 재작년 가을 원주 폐사지 3곳(흥법사, 법천사, 거돈사)을 답사할 때 들렀던 곳이다. 땅거미가 내린 후에 도착한 탓에 폐사지 중앙에 있는 3층 석탑(보물)과 금당 터의 석불대좌만 볼 수 있었다. 충주 청룡사지와 멀지 않은 곳이라 부근에 온 김에 다시 들렀다. 유적지 발굴 조사가 이루어진 넓은 절터에는 축대와 돌계단이 가지런히 정비돼 있었다. 3층 석탑과 금당 터를 지나 산기슭에 보이는 ‘원공국사탑’을 찾았다. 이 탑은 그럴 듯해 보이지만 모조품이고, 원래의 탑은 국립서울박물관 뜰에 전시돼 있다. 보물로 지정된 ‘원공국사탑비’는 한참을 찾아 헤맨 끝에 절터 가장자리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 비석의 받침돌(귀부)은 전체적으로 거북 모양이나 머리는 용머리 형상이었다. 지붕돌(이수)에는 사방으로 여러 마리의 용과 보주를 새기는 등 아름답게 장식돼 있었다. 천년도 넘게 제자리를 지켜온 느티나무를 바라보니, 재작년 가을 달빛 속에 ‘도자설치 작업전’이 열려 달빛과 석탑, 도자 조명이 멋지게 어우러졌던 광경이 떠올랐다.
(충주 청룡사지)
(원주 거돈사지)
(도자설치 작업전 : 2023.10.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