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하고 나누어 먹을게요
오빠하고 나누어 먹을게요
(2017.12.6.)
저녁을 먹고 거실에 앉았는데 아범과 지우가 온다고 했습니다.
사돈댁에서 보내주신 현미와 대봉시를 전하러 아범이 오는 편에 지우도 온다고 하였습니다.
준모는 유치원 과제를 하느라 바쁜 모양입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아범은 양손에 물건을 들었고 지우는 내리며 나를 보자 안겨왔습니다.
현관에서 할머니께 인사를 하고 거실로 들어섰습니다.
지우가 할머니집을 서먹해하지는 않았지만 평소보다는 얌전하게 행동했습니다.
2층으로 올라가서 방문이 닫혀있는 것을 보고는 ‘아이 무서워!’하고는 아래로 향했습니다.
‘내려갈 때는 할아버지 손을 잡아야 한다.’고 말하자 손을 꼭 잡고 한 발짝 한 발짝 조심스럽게 내려갔습니다.
지우에게 초콜릿과 쌀과자를 주자 아범이 ‘잘 밤에 초콜릿은 안 먹는 것이 좋겠다.’하여 쌀과자 포장만 뜯어주었습니다.
‘지우야! 초콜릿은 집에 가져가서 내일 먹어~’했지만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우리 지우 노래와 춤 잘 추는데 한 번 추어볼래?’했더니 ‘예~’ 대답하고는 예나 다름없이 탁자 위로 올라갔습니다.
할머니와 아빠는 식탁부근에 있고 나만 지켜보니 흥이 나지 않는지 노래를 시작했지만 금방 그쳤습니다.
지우 앞에 모두 모이자 다시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었지만 흥이 나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관중이 적고 오빠가 곁에 없으니 재미가 적은 모양입니다.
지우가 ‘뽀로로 볼래!’해서 어린이 애니메이션을 틀어주자, 과자를 먹으며 화면을 유심히 쳐다보았습니다.
아까 초콜릿을 집에 가져가라고 할 때는 아무 말이 없었는데
이제야 그릇에 담긴 초콜릿을 가리키며 ‘저거 가져갈래~’하였습니다.
초콜릿과 쌀과자를 더 가져와 봉지에 담아서 건네주자 얼굴 가득 미소를 지었습니다.
금주 토요일에 만나면 조손이 장난감을 사러 가기로 약속하고 오늘은 아쉽지만 헤어져야했습니다.
주차장에 내려가 ‘지우야! 잘 가!’하고 손을 흔드니 ‘안녕히 계셔요.’하며 인사도 하고 손도 흔들었습니다.
그러고는 과자봉지를 내보이며 ‘오빠하고 나누어 먹을게요.’하였습니다.
뜻밖의 귀엽고 착한 말 한마디에 조부모가 귀엽다 못해 감동했답니다.
할애비는 ‘지우야! 과자 오빠하고 나누어 먹어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착한 손녀이니 알아서 잘 할 것이다 싶어 참았습니다.
그런데 지우가 인사말로 하다니...
할애비 생각이 이심전심으로 손녀에게 전해졌나 싶어 더욱 기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