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구곡(華陽九曲)
(2020.10.16.)
괴산의 화양구곡. 두어 번 방문한 것 같은데, 아름다운 경치에 대한 기억은 나지 않는다. 오늘은 금요일이지만 회사휴무니 가을 나들이에 그만이다. 출근시간을 살짝 넘겨 집을 출발했더니 원활하게 괴산 관내로 들어섰다. 길가에 간간이 핀 하얀 억새꽃이 가을을 알려주고 있었다. 어디서 본 듯한 저수지가 나타나더니 멀리 노란 은행나무 숲이 시야에 들어왔다. 작년 ‘산막이 옛길’을 찾아왔을 때 잠깐 들렀던 문광저수지 옆 ‘은행나무길’이었다. 온 김에 차를 세우고 잠깐 단풍구경을 했다. 단풍이 절정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제법 노랗게 물든 은행잎이 저수지에 비쳐 운치를 더해가고 있었다.
화양구곡 넓은 주차장에 들어서자 차는 몇 대 있지만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점심때라 준비해 온 음식을 먹고 경치구경에 나설 요량으로 마땅한 장소를 물색했다. 주차장 옆 계곡에는 맑은 물이 흐르고 편평한 암반이 노출되어 있었다. 날씨가 흐리니 나무그늘이 없어도 식사하기엔 무리가 없을 듯했다. 계곡 물속엔 피라미 떼가 유영을 하니 은빛 물결이 이는 듯 반짝거렸다. 주위를 둘러봐도 인적은 끊기고 산봉우리만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물가 반석에 돗자리를 깔고 준비해 온 음식으로 식사를 하니, 화양구곡을 통째로 전용하는 느낌이 들었다. 계곡주변 산비탈엔 소나무가 주종을 이루었지만, 활엽수들은 벌써 갈색과 붉은색 옷으로 갈아입었다. 조잘거리며 흐르는 계곡 물소리와 간간히 들려오는 새소리가 아니라면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이 안 될 지경이었다.
화양구곡 절경을 찾아 나섰다. 2곡부터 감상하며 상류로 산책했다가 주차장 아래에 있는 1곡은 돌아가는 길에 들리기로 했다. 2곡은 ‘운영담(雲影潭)’으로 하늘의 구름 그림자가 계곡 물속에 맑게 비친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멋진 경치를 글로써는 더 이상 잘 표현할 수가 없을 것 같다. 우암 송시열 유적지라는 곳에는 화양서원과 만동묘가 복원되어 있었다. 3곡 ‘읍궁암(泣弓巖)’은 유적지 앞 계곡에 있는 넓은 반석으로, 송시열이 효종을 그리워하며 통곡했던 곳이라 한다. 4곡 ‘금사담(金沙潭)’은 맑은 물과 깨끗한 모래가 보이는 계곡 속의 못으로 구곡의 중심이 되는 곳이다. 반석 위에는 송시열이 머물렀다는 암서재(巖棲齋)가 있고, 바위에 새긴 글자(암각자)가 여럿 남아 있었다. 5곡 ‘첨성대(瞻星臺)’는 높이 솟은 바위가 첨성대를 연상케 했다. 6곡 ‘능운대(凌雲臺)’는 큰 바위가 능히 구름을 찌를 듯하다는 뜻이라고 한다. 7곡 ‘와룡암(臥龍巖)’은 긴 바위가 용이 누워있는 모양새라 붙여졌다고 한다. 8곡은 ‘학소대(鶴巢臺)’로 높이 솟은 바위 위에 청학이 둥지를 틀고 알을 낳아 새끼를 치며 보금자리를 이루었다고 한다. 9곡은 ‘파천(巴川)’이지만 너무 멀어 들리지 않았다. 어느 해 여름, 장모님을 모시고 이곳 계곡을 찾았던 기억이 새로웠다. 1곡은 ‘경천벽(擎天壁)’으로 물가에 가파르게 솟아있는 바위 모습이 마치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것 같다고 한다.
화양구곡 탐방로는 평지처럼 완만한 지형인데다 구름이 강한 햇볕을 살짝 가려주어 산책하기 좋았다. 시기적으로도 명승지의 절경에다 단풍이 든 산야를 구경할 수 있게 잘 맞아 떨어진 느낌이다. 무엇보다 화양구곡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 반석에서 자연을 벗 삼아 점심을 먹었던 일은 싶게 잊히지 않을 것 같다.
(은행나무길)
(화양구곡)
운영담(雲影潭)
(송시열 유적지)
읍궁암(泣弓巖)
금사담(金沙潭)
첨성대(瞻星臺)
능운대(凌雲臺)
와룡암(臥龍巖)
학소대(鶴巢臺)
경천벽(擎天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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