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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마장호수 산책

한겨울 마장호수 산책(2025.2.21.)금요일이지만 회사 공동연차로 쉬는 날이다. 햇살이 퍼지기를 기다려 점심을 먹고 파주에 있는 마장호수로 향했다. 예전에 호수를 가로지르는 출렁다리가 생겼다는 소문을 듣고 방문한 적이 있다. 벌써 칠팔 년 전의 일이다. 그땐 방문객들이 많아 주차할 곳을 찾아 한참 헤맸던 기억이 난다. 오늘은 겨울철 평일이라 그런지 편리한 곳에 쉽게 주차를 할 수 있었다. 추운 날씨를 고려해 출렁다리를 건너서 호수 둘레길 반 정도만 산책할 요량이었다. 출렁다리에서 호수를 내려다보니 맑고 푸른 수면의 한쪽에 흰 얼음이 덮여 있었다. 다리를 건넌 후에는 예전에 산책로가 없었던 오른쪽 데크 교량 쪽으로 걸었다. 방문객이 많지 않아 호젓한 분위기 속에서 나뭇잎이 떨어진 숲속의 속살까지 들여다..

탄도항 누에섬 전망대, 시화호 전망대, 오이도 빨강등대

탄도항 누에섬 전망대, 시화호 전망대, 오이도 빨강등대(2025.2.2.)설날 전후로 이어진 긴 연휴가 끝나는 날이다. 마음이 한가하니 잡생각이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야외 나들이를 가면 잡념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문득 누에섬 전망대가 생각났다. 전망대에 오르려고 탄도항까지 두 번이나 갔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한번은 코로나로 폐쇄되었고 또 한 번은 물때를 맞추지 못했다. 간조시간에 맞추어 입구에 도착하니 점심때가 되어 식사부터 했다. 바닷길 입구 둔덕에 서서 누에섬 쪽을 바라보니 풍력발전기 3대와 섬 정상에 있는 전망대가 아스라이 시야에 들어왔다. 갯벌에 설치된 콘크리트 보도를 걸으니 갈림길이 나왔지만 한눈팔지 않고 곧장 걸었다. 한낮이지만 겨울 바닷바람에 귀와 볼이 시려 목도리로 감쌌다. 진입로가..

옛 김유정역 방문

옛 김유정역 방문(2025.1.28.)오늘은 작은 설날이다. 어제 내린 눈으로 온 세상이 하얗게 변했다. 문득 인적이 드문 교외로 나가 눈길을 걷고 싶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갈만한 곳을 찾다보니 경춘선의 김유정역이 떠올랐다. 지하철과 전철을 타고 그곳까지 가려면 시간이 꽤 걸리겠지만 폐역이 있어 산책하기 좋을 것 같았다. 설을 하루 앞두고 있지만 부부는 태평스럽게 교외선에 몸을 실었다. 시내를 벗어나 논밭과 산비탈이 온통 하얀 눈으로 덮인 광경을 보니 생각도 시공간의 굴레를 벗어났다. 대성리역, 청평역, 강촌역을 지날 땐 학창시절 야유회를 왔던 옛 기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났다. 김유정역에 가까워지자 빈 좌석이 늘어나고 바깥 기온도 떨어지는 것 같았다. 눈길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등산화를 신고 스틱을 짚으니..

소민이의 어떤 기다림

소민이의 어떤 기다림(2025.1.26.)소민이네가 예상보다 일찍 도착하는 바람에 안방에서 소민이의 인사를 받고 거실로 나왔습니다. 전등 몇 개를 교체하는 동안 조수(?) 역할을 하느라 소민이와 함께하지 못하고 어린이 애니메이션을 틀어주며 보도록 했습니다.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야 평소 손주들을 만나면 선물하던 책을 깜박하고 전달하지 않은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소민이가 조부모에게 인사를 하고 책을 받으면 항상 좋아했는데... 책을 받지 못한 동안 마음이 편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얼른 책을 챙겨주며 “소민아~ 앞으로 내가 책 선물을 깜박 잊어버리면, 할아버지! 책 주세요.”하라고 얘기했습니다. 소민이가 조부모와 ‘루미큐브’ 게임을 한 후에 텀블링 재주도 보여주었습니다. 연습을 많이 한 듯 익숙한 동..

외손녀/5~6세 2025.02.21

마당놀이 모듬전 관람

마당놀이 모듬전 관람(2025.1.24.)코로나-19 유행 이후로 연극이나 뮤지컬은 물론이고 대중이 모이는 공연장에는 발길을 끊었다. 이제 큰 위험은 사라졌지만 특별한 계기가 없어 원상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요즘 남산 국립극장에서 공연 중인 '마당놀이 모듬전'이 인기라는 소문을 들었다. 마당놀이에서 ‘모듬전’이 무슨 뜻인가 했더니 심청전, 춘향전, 놀부전에서 중요한 장면을 꿰맞춰 흥과 해학을 강조한 공연이라 했다. 마당놀이는 관객과 함께하는 흥겨운 공연이라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겸 하여 어렵사리 예약을 했다. 지하철 동국대역에서 내려 마을버스 정류장으로 가니 국립극장으로 가는 셔틀버스가 기다리고 있어 얼른 올라탔다. 어둠이 내려앉은 남산 자락 야외에 도착하자 불 켜진 건물 주위에 분주하게 움직..

철원 한탄강 물윗길 트레킹과 얼음 트레킹

철원 한탄강 물윗길 트레킹과 얼음 트레킹(2025.1.18.)추위에 몸을 움츠리고 있으면 정신도 나태해지기 십상이다. 철원 한탄강 ‘얼음 트레킹’이 주말까지 열린다고 하여 ‘물윗길 트레킹’과 동시에 즐길 생각으로 철원 ‘순담계곡’으로 향했다. 순담계곡은 직탕폭포에서 시작되는 물윗길 트레킹의 종점이자 ‘드리니’ 매표소까지 이어지는 ‘주상절리길’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햇살이 퍼져 따뜻한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트레킹 할 요량으로 시간을 맞추어 집을 나섰다.  순담계곡 주차장 빈자리에 간신히 차를 세우고 매표소에 갔더니, 그곳은 주상절리길 매표소였고 물윗길 매표소는 가파른 계단과 비탈길을 내려간 계곡에 있었다. 안내원의 간단한 설명을 듣고 강물에 떠 있는 부교를 밟으며 한탄강 상류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작년..

한겨울의 두물머리

한겨울의 두물머리 (2025.1.12.)이삼일 한파가 기승을 부리더니 오늘은 조금 누그러진 듯하다. 오후에는 옷을 두툼히 챙겨 입고 한겨울의 양수리 두물머리로 나갔다. 가는 길 교통은 비교적 원활했는데 주차장에는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방문객이 많았다. 그 동안 추위로 움츠리고 지내다 날씨가 풀리니 해방감을 느끼나 보다. 주차장에서 세미원 배다리가 있는 강변으로 나가지 않고 ‘두물머리길’을 걸으니 다양한 조형물들을 전시한 장소가 보여 호기심을 가지고 구경했다. 요즘 두물머리에는 ‘연핫도그’가 인기를 끄는 듯 연밭 부근의 가게에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보호수로 지정된 노거수와 돛단배 주변을 지나 나루터 쪽으로 천천히 걸었다. 앞서 가던 어느 부부가 큰소리로 “두물머리에 나오니 가슴이 툭 트인다.”고 좋아했..

유치원생의 챗GPT 활용

유치원생의 챗GPT 활용(2025.1.11.)소민이가 오늘따라 할아버지와 할머니께 각각 허리를 90도 숙여 인사를 했습니다. 인사는 평소에도 잘 하지만 이렇게 깍듯한 자세는 근래 보지 못한 행동이었습니다. 인사를 마치자 엄마에게 말하여, 작년 연말 제주도 가족여행을 갔을 때 사온 과자라며 내게 선물을 했습니다. 소민인 선물을 받을 때도 좋아하지만 조부모에게 선물을 할 때도 기분이 좋은 모양입니다. 어른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소민이는 혼자가 되었습니다. 외톨이 같은 분위기가 좋을 리야 없겠지만, 싫어하지 않고 스마트 폰을 들고 무언가를 열심히 했습니다.  소민이가 스마트 폰을 들고 뭘 그렇게 열심히 했는지 궁금했습니다. 스마트 폰을 좀 보자고 했더니 수줍어하는 얼굴로 건네주었습니다. 화면에는 자판과 함..

외손녀/5~6세 2025.01.19

연초에 내리는 서설(瑞雪)

연초에 내리는 서설(瑞雪)(2025.1.5.)겨울치고는 날씨가 포근한 편인데 가는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 곧 녹아 버리겠지 생각하면서도 자꾸 창문 밖으로 눈길이 갔다. 하늘이 잔뜩 흐리고 우면산이 희뿌옇게 보이니 눈이 쉽게 그칠 것 같지는 않다. 다른 일을 하다가 창밖을 내려다보니 아파트 정원과 건너편 빌딩의 주차장이 하얀 눈으로 덮여 있다. 연초에 서설(瑞雪)이 내리면 풍년이 든다고 했는데...,  하늘정원에 올라가니 벌써 장독대에 눈이 소복하게 쌓여 있고 보리수나무 가지도 눈을 이고 있었다. 빌딩 사이의 하늘은 잿빛이지만 사방의 지붕들은 온통 새하얀 눈으로 덮였다. 겨울 정원에는 새들도 찾지 않는데 바람개비만 부지런히 제자리를 맴돌았다. 서설(瑞雪)이 내리니 새해에도 손주들로부터 풍년 소식이 전해지..

남한강변을 걸으며...

남한강변을 걸으며...(2025.1.4.)올해 첫 주말을 맞아 양평 남한강변으로 산책을 나섰다. 강물이 마을 안으로 깊숙이 들어와 오목한 형태의 큰 연못을 이룬 대심1리 마을회관 앞 수변공원에 들렀다. 연못가에는 여러 개의 버섯모양 지붕이 눈길을 끄는 ‘리버블루 예마당’이란 베이커리, 찻집, 식당을 겸하는 복합 건물이 있었다. 입구에는 그리스 신전 모양의 기둥과 사자상이 섰고, 어린이와 강아지 모양의 섬세한 조형물도 보였다. 건너편 연못가 얼음 위에서 썰매를 끌어주고 타는 할아버지와 손주의 모습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연못에서 남한강 본류로 이어지는 강변 산책로 주변은 ‘호수 정원’이란 이름으로 깔끔하게 정비돼 있었다. 길가엔 벤치와 그네의자, ‘한여울 나루터’란 표지석과 나룻배 모형이 설치돼 있었다. 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