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샘 이야기/살며 생각하며 35

연초에 내리는 서설(瑞雪)

연초에 내리는 서설(瑞雪)(2025.1.5.)겨울치고는 날씨가 포근한 편인데 가는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 곧 녹아 버리겠지 생각하면서도 자꾸 창문 밖으로 눈길이 갔다. 하늘이 잔뜩 흐리고 우면산이 희뿌옇게 보이니 눈이 쉽게 그칠 것 같지는 않다. 다른 일을 하다가 창밖을 내려다보니 아파트 정원과 건너편 빌딩의 주차장이 하얀 눈으로 덮여 있다. 연초에 서설(瑞雪)이 내리면 풍년이 든다고 했는데...,  하늘정원에 올라가니 벌써 장독대에 눈이 소복하게 쌓여 있고 보리수나무 가지도 눈을 이고 있었다. 빌딩 사이의 하늘은 잿빛이지만 사방의 지붕들은 온통 새하얀 눈으로 덮였다. 겨울 정원에는 새들도 찾지 않는데 바람개비만 부지런히 제자리를 맴돌았다. 서설(瑞雪)이 내리니 새해에도 손주들로부터 풍년 소식이 전해지..

2024 연말 제부도 해넘이

2024 연말 제부도 해넘이 (2024.12.31.)2024년 마지막 날.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씨는 해넘이를 감상하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 그간 해넘이를 구경하러 강화도 ‘장화리 일몰조망지’나 ‘동검도’를 방문했는데 오갈 때 교통 정체가 심했다. 올해는 여러 생각 끝에 대부도 남쪽에 있는 전곡항에 가 보기로 했다. 가는 길 교통이 예상외로 원활해 목적지에 도착하니 일몰까지 1시간가량 여유가 있었다. 전곡항과 제부도를 왕래하는 해상케이블카를 타고 섬에 들어가면, 전망이 더 좋은 해넘이를 볼 수 있을 것 같아 케이블카 탑승장으로 향했다. 케이블카를 타고 북쪽 바다를 바라보니 ‘누에섬 전망대’와 풍력발전기가 늘어선 모습이 까마득히 보였다. 남쪽 발아래로는 육지와 제부도를 연결하는 갯벌 도로 위로 바닷..

경의선 숲길과 추억의 조형물

경의선 숲길과 추억의 조형물(2024.10.26.)중학 동창 몇 명과 공덕역 부근 맛 집에서 점심을 먹고 경의선 숲길 산책에 나섰다. 경의선 철도 중 용산-가좌 구간이 지하화 되고, 옛 철길을 따라 숲길이 조성되어 산책할 만하다는 권유에 따른 것이다. 날씨가 포근한 주말 오후라 휴식이나 추억을 즐기려 나온 방문객들이 꽤 많았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공덕역 부근에서 시작해 서강대역을 지나 홍대입구역까지 걸었다. 주변에는 정원과 꽃밭을 비롯해 다양한 조형물과 벽화, 아기자기한 갤러리와 카페들이 들어서 구경거리가 쏠쏠했다. 산책을 하던 도중 철로 변에서 옛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독특한 조형물을 발견하고는 한참을 바라보았다. 남녀 아이의 모습인데 여자 어린이는 철로의 레일 위에서 양팔을 벌인 채 균형을 잡고..

중학 동창 나들이

중학 동창 나들이(2024.6.1.)다산생태공원에 있는 ‘마현화랑’에서 중학 동창 모임을 갖는데, 건강을 위해 오후 2시경 운길산역에서 만나 1시간 반 정도 걷기로 했다. 다리가 불편하거나 모임을 준비할 친구는 승용차편으로 먼저 출발하고 나머지는 함께 걸었다. 폐 철길에 조성한 자전거 길을 따라 걷는데, 초여름의 햇살이 따가웠다. 칠순을 넘긴 영감들이지만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이야기꽃을 피웠다. 폐역인 둔내역을 지나자 한적한 호숫가 오솔길이 나왔다. 팔당호 주변의 정겨운 수변 경치를 바라보며 나들이를 즐겼다. 마현화랑에 도착하니 주인장을 비롯해 먼저 도착한 친구들이 바비큐 파티 준비에 한창이었다. 모두들 모이자 잔에 술을 따르고 힘찬 목소리로 건배를 외쳤다. 술잔이 부지런히 오가는 사이 분위기가 무르익어..

망중한(忙中閑)의 즐거움

망중한(忙中閑)의 즐거움 (2024.4.14.) 지난주에는 꽃모종을 사 와 화분에 심고 분갈이를 하느라 바쁘고 힘든 한 주를 보냈다. 어제는 신록의 남산공원길 산책을 다녀왔다. 오늘은 힘든 일일랑 하지 않고 편히 쉬면서 심신을 재충전하는 기회를 갖는 것이 좋겠다. 벌써 초여름이 찾아온 듯 아침부터 햇살이 따갑고 덥덥한 기운마저 감돈다. 하늘정원에 올라가 파라솔을 펼치고 그 아래 앉아 싱그러운 보리수꽃 향기를 맡으며 책을 읽었다. 정호승 시인의 시가 있는 산문집 ‘고통 없는 사랑은 없다’를 읽으며 모처럼 책 속에 빠져들었다. 딸랑거리는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소리가 나는 보리수나무 쪽으로 눈길을 보냈다. 지붕과 나뭇가지에 길게 매달린 풍경이 살랑살랑 바람결에 흔들리며 은은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 아래 화..

정지용 문학 탐방과 대학 새내기 시절 추억

정지용 문학 탐방과 대학 새내기 시절 추억 (2024.3.30.) 주말 오후에 중학 동창들과 ‘정지용 문학 탐방’에 참여했다. 지하철 3호선 녹번역 2번 출구에서 만나 여류시인의 안내를 받았다. 산기슭 아파트 사이로 난 비탈길을 한참 오르자, 주택가가 끝나는 곳 산 쪽에 축조된 커다란 옹벽에 정지용의 시 ‘녹번리’가 적혀 있었다. 부근 공터에 걸터앉아 정지용 시인의 약력과 6.25 동란 중 행적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산에는 노란 개나리꽃과 벚꽃이 한창 피어나고 있었다.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이야기를 나누며 불광동 쪽으로 걸었다. 한참 가다가 꺾어져 이면도로로 들어서니 ‘정지용길’이라는 작은 뒷길이 나왔다. 그 길 중간쯤에 있는 연립 주택 건물에 ‘정지용 초당(草堂) 터’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

새로 산 컴퓨터와 블로그 작업

새로 산 컴퓨터와 블로그 작업 (2024.3.9.) 집에서 컴퓨터 작업을 하기 시작한 지는 불과 10여 년 정도 된다. 아들, 딸의 컴퓨터를 잠깐 빌려 쓰다가 출가한 후에는 내 차지가 되었지만, 이미 구닥다리가 된 상태였다. 근래 들어서는 사위가 사용하던 것을 빌려 썼다. 컴퓨터 이용 초기에는 주로 디지털 사진과 동영상을 저장했지만 점차 블로그 작업으로 발전해 갔다. 손주들의 성장 과정과 나의 취미생활이나 생각을 기록으로 남기는 내용이다. 예전엔 구닥다리 컴퓨터를 사용해도 별 무리가 없었는데, 디지털 카메라의 성능이 향상되니 사용 데이터의 용량이 증가해 처리 속도가 떨어졌다. 게다가 CPU나 모니터가 말썽을 부려 작업을 하다가 분통이 터지는 일이 생긴다. 참고 참아 오다가 큰마음 먹고 새 컴퓨터를 들이기..

긴 시간 여행

긴 시간 여행 (2023.11.18.~19) 어머니를 뵈러 마산 가는 길에 선영에 들러 아버지, 할아버지와 할머니, 윗대 조상님께 인사를 드리기로 했다. 장거리 운전이 힘들어지면서 명절이나 선친 제사 때 기차를 이용하니, 선영에 들리지 못하고 상경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엔 승용차를 이용해 산소 성묘를 하고, 어머님이 좋아하시는 드라이브를 함께 할 계획이다. 점심때가 지나 선영에 도착해 선친과 조부모님 산소에 웃자란 풀들을 정리한 후 술잔을 올리고 절을 했다. 추석 무렵에 벌초를 해 선영 주변이 깨끗해 보였다. 5대조로부터 증조부, 종조부, 종숙부 산소를 둘러본 후 합배단에서 인사드리고 삼강려(三綱閭)에도 잠시 들렀다. 마산 본가에 도착하니 창녕 여동생 내외가 먼저 도착해 있었다. 어머님께 문안 인사를 드..

에어컨 없이 여름나기

에어컨 없이 여름나기 (2023.8월) 한여름에도 집에 에어컨 켜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에어컨은 한 번 켜면 계속 가동하게 되고, 자고 아침에 일어나면 온몸이 찌뿌둥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 년이면 불볕더위가 극성을 부리는 며칠을 빼고는 선풍기로 여름을 난다. 물론 나는 회사 근무 시간에 에어컨 아래 있지만, 집사람은 하루 종일 구경도 못한다. 올 여름도 그렇게 견디어 오다가 열대야가 심한 8월 초 금요일 저녁에 이심전심으로 에어컨을 켜려고 마음먹었다. 작심하고 에어컨을 켰지만 웬일인지 찬바람이 나오지 않았다. 서비스센터에 연락해 점검을 받았더니 실외기가 삭아서 제대로 고치기 어렵다고 했다. 올해는 그냥 선풍기만 켜고 여름을 나야 할 모양이다. 고장 난 에어컨이라도 옆에 있으니 없는 것보다야 ..

한여름 밤의 분수 쇼

한여름 밤의 분수 쇼 (2022.7.10.) 올 들어 가장 더운 날씨라더니 선풍기로 폭염 이겨내기가 쉽지 않다. 정신을 한곳에 집중하면 어지간한 불편은 잊을 수 있다고 하니 독서 삼매경에나 빠져 볼까? 독서를 좋아하는 손주들 생각이 났다. 효과가 있었는지 한낮 불볕더위를 그럭저럭 견디어 냈다. 저녁을 먹고 났지만 후덥지근한 느낌이 가시지 않는다. 예술의 전당으로 산책 나가 음악분수 쇼를 구경하며 바람을 쐬기로 했다. 마지막 공연이 저녁 아홉 시라 시간에 맞추어 집을 나섰다. 첫손주 준모가 어렸을 땐 종종 예술의 전당에 놀러오곤 했는데, 그 후론 뜸해져 근래엔 기억에 남는 일이 없다. 분수대 앞 잔디광장에 이르자 제법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우리 같은 중늙은이도 보였지만 어린이를 동반한 부모들이 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