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정원 73

정원사의 월동 준비와 설렘

정원사의 월동 준비와 설렘 (2024.11~12월)11월 접어들어 실내에서 월동할 화분들의 밑바닥과 표면을 깨끗이 씻기 시작했다. 사람도 야외에서 일하다 실내로 들어갈 때 옷의 먼지를 털듯 기본 매너를 지키는 과정이다. 화분은 첫서리가 내리기 전에 뒷방 전체와 베란다 그리고 복도에 분산해 들였다. 큰 화분을 옮길 때는 허리를 다치지 않도록 보호대를 착용하고 정신을 바짝 차렸다. 바퀴 달린 받침대를 끌어 이동할 때는 마루가 긁히지 않도록 종이 박스와 헌 이불을 바닥에 깔았다. 정리를 끝내고 대충 헤아려 보니 크고 작은 화분이 90개 가까이 되었다. 나머지 화분 100여 개는 노지에서 보온을 한 채로 겨울을 나야 한다.  올해는 꽃이 핀 엔젤트럼펫을 비롯한 몇 종류의 화초를 실내에 옮겨 놓아 뒷방 문을 열면..

하늘정원의 가을

하늘정원의 가을 (2024.9~10월)여름철부터 피기 시작한 금송화와 설악초, 엔젤트럼펫, 다알리아, 만데빌라, 란타나, 베고니아 등이 피고 지기를 반복해 꽃을 보고는 계절을 짐작하기 어렵다. 늦더위가 아무리 기승을 부려도 하늘정원에서 문득 풀벌레 소리가 들리면 가을이 온 줄 안다. 계절의 꽃인 국화가 피어날 즈음이면 이미 가을은 깊었다. 국화는 다년생이라 해마다 심지 않아도 때가 되면 흰색과 적갈색 꽃을 피운다. 노란색 산국까지 더하면 국화 삼총사인 셈이다. 풍접초(족두리꽃)와 나도샤프란도 올가을을 함께 보낸 꽃이다.  만추가 되면 꽃의 성장을 고려해 내년을 위한 분갈이를 해준다. 올해는 군자란과 나도샤프란 위주로 분갈이했는데, 큰 화분은 바닥에 스티로폼을 깔거나 인공토를 적극 활용했다. 스티로폼은 꽃..

유난히 더웠던 하늘정원의 여름

유난히 더웠던 하늘정원의 여름(2024년 여름)하늘정원에 여름이 찾아오면 화초들은 장마와 폭염에 힘겨워하고, 정원사는 밤낮의 더위에 지친다. 꽃은 긴 장마 속에서 하늘이 잠깐 개면 틈을 놓치지 않고 활짝 피며, 폭염 아래 시들해졌다가도 정원사가 땀을 흘리며 물을 주면 곧바로 생기를 되찾는 귀여움도 부릴 줄 안다. 화초는 힘든 가운데서도 때가 되면 꽃을 피우고 씨앗을 맺기에, 정원사는 더워도 그 역할을 게을리할 수가 없다. 초여름이 되면 능소화, 꽃치자, 도라지, 봉선화, 접시꽃, 풍접초, 원추리, 참나리, 범부채 등이 앞을 다투어 꽃을 피운다. 나팔꽃과 풍선꽃, 다알리아와 엔젤트럼펫, 금송화, 설악초, 디기탈리스와 만데빌라, 란타나 등도 뒤를 이어 피어난다. 올 여름엔 더위가 극심한 까닭인지 예년에 비해..

하늘정원의 오뉴월

하늘정원의 오뉴월(2024.6)오뉴월은 늦은 봄과 이른 여름으로 초목이 무성하게 자라는 시기다. 흔히 5월은 계절의 여왕, 장미는 꽃의 여왕이라고 한다. 5월에 핀 장미꽃은 꽃의 여왕이 계절의 여왕을 만난 셈이니 화사하기 그지없다. 일산호수공원이나 중랑천 장미축제도 5월에 열리고, 우리 집 하늘정원 덩굴장미도 5월 중순 무렵에 활짝 핀다. 출근길에 아침 햇살을 받아 붉게 빛나는 아파트 난간 덩굴장미를 올려다보면, 걸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오뉴월 하늘정원에는 이른 봄 화원에서 사다 심은 꽃모종이 몰라보게 자라고, 나와 함께 월동한 다년생 화초들이 앞을 다투어 피어난다. 꽃 중에 예쁘지 않은 꽃이 어디 있으랴 마는 그래도 겨울을 함께 지낸 꽃에 더 정이 간다. 불두화, 병꽃, 섬초롱꽃, 샤스타데이지, 엔젤트..

하늘정원 꽃모종 심기

하늘정원 꽃모종 심기 (2024.4월) 하늘정원에 봄이 찾아오면 추운 겨울을 넘긴 다년생 야생화와 나무들이 차례로 꽃을 피운다. 돌단풍, 명자나무, 자두나무로 시작해 동백꽃, 매발톱꽃, 보리수나무꽃 그리고 철쭉과 영산홍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화사한 봄맞이를 하려면 야생화만으로는 조금 부족한 느낌이 든다. 4/4일 현장에 출장을 갔다가 일이 일찍 끝난 덕분에 과천화훼단지에 원예용 거름과 비료를 사러 갔다. 마음에 드는 꽃모종이 눈에 띄어 주말에 심을 요량으로 거름과 함께 사 왔다. 토요일에는 손주들과 부천으로 꽃놀이를 가는 바람에 일요일 이른 아침부터 꽃모종을 심기로 했다. 꽃의 종류는 다알리아, 페라고늄, 사피니아, 임파첸스, 칼란디바, 버베나, 사계국화, 데이지 등이다. 먼저 꽃이 자라날 크기와 색깔을..

봄이 오는 하늘정원의 바쁜 일상

봄이 오는 하늘정원의 바쁜 일상 (2024.2~3월) 이른 봄이 되면 하늘정원의 일상은 바빠진다. 해빙기를 거쳐 봄이 오는 과정에 하늘정원에서 일어났던 주요 일들을 기록해 보았다. 해마다 월동을 끝내고 봄맞이 준비를 할 때, 이 기록을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월동을 일찍 끝내면 자칫 동해를 입기 쉽고, 늦게까지 과보호(?)하면 화초가 웃자라는 피해를 입게 된다. 옛사람들은 24절기를 이용해 각종 농사시기를 결정했는데, 요즘은 중기 일기예보를 참조하면 큰 도움이 된다. 2월 22일, 어제 저녁 퇴근 무렵부터 진눈깨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 하늘정원에 올라가 보니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하고 장독대에 눈이 소복이 쌓여 있다. 진눈깨비가 밤새 함박눈으로 변한 모양이다. 아파트 정원의 나무들도 하얀 옷으..

긴기아난과 군자란 꽃

긴기아난과 군자란 꽃 (2024.3.30.) 지난주에는 난방을 하지 않은 뒷방에서 한겨울을 보낸 화분들을 바깥에 내놓았다. 그중 작은 꽃망울이 송골송골 맺힌 긴기아난과 꽃대가 올라온 군자란은 실내 2층 복도에 두었다. 금방 온몸으로 따뜻한 온도를 감지한 듯 꽃망울이 하루가 다르게 커져갔다. 주말 아침에 눈을 뜨니 예상치 못한 감미로운 꽃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가녀리고 하얀 긴기아난 꽃이 피기 시작한 것이다. 군자란은 꽃봉오리가 한층 더 커져 주황색을 띠었다. 꽃을 제대로 피우지 못한 해의 실패를 통해, 긴기아난은 동해를 입지 않는 범주 내에서 겨울을 좀 춥게 나야 꽃이 잘 핀다는 사실을 터득했다. 그 후로는 해마다 추운 겨울을 지나 이른 봄이 와야 화분을 따뜻한 복도 쪽으로 옮겨 놓는다. 야생이 아닌 원..

동절기 하늘정원에 있었던 일

동절기 하늘정원에 있었던 일 (2023.12) 기온이 영하로 오르내리기 시작해 내년 봄을 기약하며 월동 준비에 들어갔다. 화분을 월동용 비닐과 보온용 매트로 덮어씌운 뒤 찬바람이 들지 않도록 채비했다. 월동준비는 아마추어 정원사에게 가장 힘든 일거리 중 하나다. 월동준비가 끝나면 날씨가 추워지고 특별한 일도 없으니, 하늘정원에 올라가는 일이 뜸해진다. 날씨가 따뜻해지거나 곤두박질칠 때, 보온용 매트를 벗기고 다시 씌우느라 잠시 들릴 뿐이었다. 추위가 본격적으로 계속되면서 나무는 잎새를 모두 떨어뜨리고 나목이 되었다. 가지치기에 알맞은 시기가 된 것이다. 날씨가 포근한 휴일을 잡아 웃자란 보리수 나뭇가지와 포도덩굴 전지 작업을 했다. 전지한 나뭇가지는 다시 작게 잘라 쓰레기봉투에 담아 처리해야 한다. 2차..

하늘정원의 가을

하늘정원의 가을 (2023.9~10월) 하늘정원에 피는 가을꽃은 화사하기보다 야생화처럼 청초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다. 봄철엔 월동한 초목에다 꽃모종까지 사다 심어 놓으니, 화려한 꽃들이 앞을 다투어 피어난다. 그러나 가을이면 주로 봄에 파종한 토종 꽃씨가 싹을 틔워 꽃을 피우니, 소박한 느낌이 드는 것은 오히려 당연할 것이다. 어쩌면 가을엔 단아하고 청초한 꽃들이 계절에 맞을 것 같다. 하늘정원의 대표 가을꽃은 풍접초(쪽두리꽃)와 국화(흰색, 자색) 그리고 노란 산국이다. 여름철부터 끊임없이 피고 지는 금송화와 나팔꽃, 안개꽃, 엔젤트럼펫, 베고니아도 빼놓을 수 없다. 완연한 가을인데 울타리엔 봄에 피는 붉은 덩굴장미 몇 송이가 피었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계절을 잊었나 보다. 가을철 하늘정원을 아..

하늘정원의 어느 금요일 저녁

하늘정원의 어느 금요일 저녁 (2023.9.8.)직장생활을 하다보면 금요일 저녁이 일주일 중 가장 편안하고 여유로운 시간이 된다. 한더위도 물러났으니 이번 금요일에는 하늘정원에서 분위기(?) 있는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다. 전날 밤에 테이블 주변을 정리하고 깨끗이 닦는 등 준비를 해 두었다. 퇴근하자마자 하늘정원에 올라 테이블 주위에 모기향을 피우고, 휴대용 가스레인지와 음식들을 날랐다. 야외에서 노을을 보며 식사하는 자리니, 기분 좋게 반주도 한잔하기로 했다. 석양이 서리풀 공원을 넘어가자, 하늘은 연분홍 노을로 빛나고 울타리 너머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 왔다. 어느새 하늘정원의 싱그러운 꽃향기는 고기 굽는 냄새로 바뀌어 갔다. 마주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어 보면 부부사이는 나이가 들수록 이야깃거리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