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둘레길 단풍
(2020.11.21.)
하늘정원의 월동준비가 시작되었으니 계절은 가을의 끝자락이자 겨울의 초입에 들어섰나 보다. 본격적인 추위가 몰려오기 전에 남산 둘레길을 산책하며 바람을 쐬기로 했다. ‘하얏트호텔’ 건너편에서 시작하여 숲속 오솔길을 지나 남산공원길과 합류하는 코스를 택했다. 초입에 빨간 단풍나무 몇 그루가 보이긴 했지만 대부분 낙엽지고 단풍철은 지난 듯했다. 전국의 소나무를 옮겨 심어놓았다는 숲을 지날 때는 철갑(?)을 두른 수령이 오랜 소나무가 우거져있었다. 송림을 지나 오솔길로 접어들자 낙엽활엽수들은 잎을 떨군 채 앙상한 나목으로 겨울을 맞고 있었다. 한적한 만추의 숲길을 걸으니 사각사각 낙엽 밟는 소리만 들려왔다. 계곡에 설치된 아치형 목재다리를 건너고 나무에 매달린 새집을 보면서 가을 속을 걸었다. 숲속 오솔길이 공원길과 합쳐지는 곳으로 나아가자 큰 돌을 정성스레 쌓아올린 높은 성곽이 나타났다. 남산성곽인 모양이다.
국립극장 갈림길과 만나는 북측순환로 입구에 이르니 ‘남산서울타워’로 올라가는 순환버스가 지나간다. 공원길엔 가족, 친구들과 산책 나온 시민들의 발길과 얘기소리가 이어졌다. 주변을 살피며 걷다가 위를 올려다보니 나뭇가지 사이로 서울타워 첨탑이 살짝 드러나 보인다. 우거진 숲속 길이라 낙엽이 진 시기에만 볼 수 있는 전경이었다. 길가에 간간이 남아있는 붉은 단풍잎은 가을에 대한 아쉬움을 불러일으켰다. 순환로 북쪽으로 들어서자 길 양쪽으로 곱게 물든 단풍나무가 심심찮게 보였다. 국궁(國弓)의 유서 깊은 도장이라는 ‘석호정’을 지날 때는 궁사가 활을 쏘는 광경도 볼 수 있었다. 산책길이 크게 방향을 틀 즈음 전방에 붉은 단풍나무 군락이 나타났다. 저녁노을처럼 고운 단풍잎이 주위를 터널처럼 감싸 안고 있는 형국이었다. 남산을 내려갈 계단길이 나왔지만 더 걷기로 했다. 예상치 못한 단풍의 유혹에 넘어간 셈이다. 월동준비에 늑장을 부리는 사람이 있듯이 단풍나무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단풍구경에 이끌려 어느새 남산전망대(필동)에 이르렀다. 전망대에 올라서자 왼쪽 인왕산에서부터 시작하여 북악산, 보현봉, 오른쪽으로 도봉산과 낙산공원에 이르기까지 한눈에 들어왔다. 날씨는 흐렸지만 공기가 맑아 시야가 상당히 좋았다. 전망대 안내판에 표시해 놓은 백운대, 만경대, 인수봉까지도 완연히 구분해 볼 수 있었다. 반대편 남산 위를 올려다보니 이른 시간이지만 해는 능선에 걸렸고 남산타워가 우뚝 솟아있었다. 장충단공원으로 내려가기 위해 아름다운 단풍터널(?)을 되돌아 나갔다. 긴 계단을 따라 한참 걸으니 왼쪽에 동국대가 보이기 시작했고, 찻길을 건너 숲으로 들어서자 장충단공원이었다. 장충단공원은 운동장처럼 이용될 때부터 찾아와 아이들과 배드민턴을 치고 부근 족발집도 찾았으니 많은 추억이 깃든 곳이다. 오늘은 남산 둘레길 단풍놀이 추억을 남기고 가는 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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