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샘 이야기/살며 생각하며

긴 시간 여행

돌샘 2023. 12. 3. 15:46

긴 시간 여행

(2023.11.18.~19)

어머니를 뵈러 마산 가는 길에 선영에 들러 아버지, 할아버지와 할머니, 윗대 조상님께 인사를 드리기로 했다. 장거리 운전이 힘들어지면서 명절이나 선친 제사 때 기차를 이용하니, 선영에 들리지 못하고 상경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엔 승용차를 이용해 산소 성묘를 하고, 어머님이 좋아하시는 드라이브를 함께 할 계획이다. 점심때가 지나 선영에 도착해 선친과 조부모님 산소에 웃자란 풀들을 정리한 후 술잔을 올리고 절을 했다. 추석 무렵에 벌초를 해 선영 주변이 깨끗해 보였다. 5대조로부터 증조부, 종조부, 종숙부 산소를 둘러본 후 합배단에서 인사드리고 삼강려(三綱閭)에도 잠시 들렀다.

마산 본가에 도착하니 창녕 여동생 내외가 먼저 도착해 있었다. 어머님께 문안 인사를 드리고 나자 이웃에 사는 마산 형수씨도 왔다. 여섯 명이 차량 2대에 나누어 타고 바닷가 드라이브에 나섰다. 가는 길에 시장에 들러 어머님께 스웨터와 겉옷을 사드렸더니 좋아하셨다. 어머니는 차를 타고 가며 바깥 경치를 바라보니 속이 후련하고 좋다며 거듭 얘기하셨다. 가포 언덕 위 브라운 핸즈라는 카페 주차장에서 마산 앞바다를 내려다보니 야경이 좋았다. 저녁에는 치아가 불편하신 어머님께서 잘 드실 수 있는 돌장어구이전문점을 찾았다. 동기(同氣) 간에 만나 즐거운 식사를 할 수 있는 것도 다 어머님이 계신 덕분이다.

밤에는 어머님 곁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머니는 할머니가 아흔 여덟에 돌아가셨는데 본인이 올해 아흔 여덟이라고 말씀하셨다. 수십 년 전 일은 비교적 소상하게 기억하시는데, 최근이나 방금 있었던 일은 자꾸 혼동하시는 듯했다. 세월은 어느 누구도 비켜가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실감났다. 주무실 때는 숨소리가 많이 거칠고 소변보러 자주 일어나셨다. 거친 숨소리가 잠시 들리지 않을 때는 고개를 들어 잘 주무시는지 확인하게 되었다. 다음날 아침 식사를 마치고 어머님과 과일을 먹으며 얘기를 나눈 후 하직인사를 올렸다. 어머님이 아파트 창문을 열고 손을 흔들어 주시는 전송을 받으며 차에 올랐다. 마산 온 김에 작은 형님도 뵙고 가려했는데, 병원 면회가 안 된다고 하여 만나지 못했다. 집에 도착해 12일간 있었던 일들을 생각하니 마치 긴 시간여행을 하고 돌아온 느낌이 들었다.

 

(선영과 삼강려)

 

 

(마산 앞바다 야경과 돌장어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