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에섬과 전곡항
(2020.3.14.)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걱정에 외출을 마음 놓고 하지 못한지 몇 주가 지났다. 그렇다고 주말마다 집안에 웅크리고 앉아 있을 수만도 없는 노릇이고... 궁리 끝에, 인파가 많지 않은 바닷가에 바람 쐬러 가면 대인접촉을 피하며 나들이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언젠가 ‘제부도’ 등대 주변을 산책할 때 멀리 바다 건너편에 전망대와 풍력발전기가 보이던 ‘누에섬’을 구경하기로 했다. 점심을 먹고 길을 떠나 강남순환로와 광명, 월곳을 지나 시화방조제에 접어들 즈음 예상하지 못했던 정체가 발생했다. 처음엔 사고가 났나보다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우리와 유사한 생각으로 바닷가 나들이에 나선 차량들이 몰려들었나 보다. 시화휴게소, 방아머리 부두, 대부도 음식점거리와 영흥도 갈림길을 지나자 숨통이 트였다.
‘탄도항’에 도착하여 주차장으로 진입하자 차량들로 빈틈이 없었다. 해안에서 누에섬으로 이어지는 길은 넓은 갯벌 위에 나지막하게 설치된 콘크리트 보도였다. 물때에 따라 하루 두 번씩 바닷길이 열리는 시간에만 들어 갈 수 있고 밀물 때는 바닷물에 잠긴다고 한다. 바닷바람이 세차게 불었지만 마스크를 착용한 관광객들이 누에섬을 향해 줄을 잇고 있었다. 갯벌로 접어들자 갈매기들이 떼를 지어 날며 관광객이 내미는 새우깡을 다투듯 가로채고 있었다. 바닷길 옆에는 풍력발전기 3대가 해풍을 맞아 ‘윙윙’ 소리를 내며 부지런히 돌아가고 있었다. 누에섬 전망대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출입이 금지되어 있었다. 대신 섬 둘레를 따라 난 산책길을 한 바퀴 돌면서 주변 경치를 감상했다. 남서쪽 바다 건너편에는 제부도가 위치하여 예전에 가보았던 등대와 해안 산책로가 빤히 바라보였다. 남쪽으로 돌아나가자 차량들이 갯벌 한가운데 난 긴 바닷길로 제부도와 육지를 오가는 모습이 보였다. 갯벌 앞쪽 수로가 이어진 곳에는 깨끗하게 정비된 전곡항이 자리 잡고 있었다. 들어올 때 보았던 갯벌 위 암초는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한 개이다가 두 개로 나누어지는 요술을 부렸다.
‘전곡항 마리나’를 구경하기로 했다. 5분 거리인 전곡항에 들어설 무렵 해는 서쪽으로 기울며 강렬한 황금빛을 띄기 시작했다. 방파제에 설치된 붉은색 등대너머로 누에섬 전망대가 어렴풋이 보였다. 풍력발전기는 여전히 쉬지 않고 돌아가고 있었다. 요트는 비시즌이라 방파제 안쪽 계류장에 매여 있거나 육지에 인양된 채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유람선과 낚싯배가 오고가는 선착장도 있었지만 한적하기만 했다. 모처럼 상쾌한 바닷바람을 쐬고 산책도 충분히 했으니 귀가 길에 오르기로 했다. 돌아가는 길도 국도와 지방도는 중간 중간 정체가 반복되었다. 서울시내와 고속도로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전파 이후에 교통소통이 원활해진 것 같은데 교외는 오히려 정체가 더 심해진 느낌이 들었다. 평일엔 대인접촉을 삼가며 긴장된 생활을 하다 보니 주말이 되면 교외에 나가 바람을 쐬고 싶은 생각이 더 간절해지나 보다. 모든 사람들이 건강한 모습으로 보고 싶은 사람들을 마음 놓고 만날 수 있는 그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그것이 행복이라는 것을 이제야 알았네...
(누에섬)
(전곡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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