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샘 이야기/여행과 답사(2021년)

눈 내리는 두물머리에서

돌샘 2021. 12. 24. 17:57

눈 내리는 두물머리에서

(2021.12.19.)

겨울 날씨가 포근하다고 했더니, 기온이 갑자기 곤두박질쳐 온몸을 움츠러들게 한다. 하늘이 잔뜩 찌푸린 휴일. 집에서 뒹굴면 몸과 마음이 찌뿌듯해지기 쉬울 테니 오후엔 바람 쐬러 나가기로 했다. 한동안 발길이 뜸했던 두물머리의 겨울 정취나 구경할까? 차량은 어느새 팔당댐 공도교를 넘고 정약용 유적지를 지나 양수리로 접근하고 있었다. 주말 상습 정체 구간인 팔당댐 부근의 교통이 원활하니 마음마저 툭 트이는 듯 상쾌했다.

 

두물머리 입구 세미정으로 통하는 배다리는 통행이 금지돼 인적이 끊겼다. 연못에 푸르던 연잎은 간 곳이 없고, 말라 앙상한 줄기만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추운 날씨에도 나루터로 향하는 산책길은 연인과 가족들의 다정한 발길이 이어졌다. 눈발이 간간이 날리는가 하더니 금세 하얀 눈송이가 되어 내린다. 온몸으로 눈을 맞으며 즐거워하던 적이 그 언제였던가! 느티나무가 서 있는 나루터를 지날 무렵에는 펑펑 함박눈이 되어 내렸다.

 

어스름하던 하늘과 황톳빛 흙길이 하얀 눈으로 다시 훤히 밝아오는 듯했다. 눈 내리는 나루터 전경 사진을 찍느라 장갑을 벗은 손가락이 시려왔다. 오리들은 눈이 내리는데도 아랑곳없이 호숫물에 멱을 감고 떼를 지어 유영했다. 친구들과 눈 내리는 골목길을 뛰어다니며 즐거워하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함박눈은 펑펑 내리고 두물머리 나루터엔 적막감만 쌓여갔다. 기다리는 사람이 없어도 나루터에 서면 누군가 반가운 사람이 올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