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샘 이야기/여행과 답사(2022년) 48

임인년 해넘이

임인년 해넘이 (2022.12.30.) 또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임인년(壬寅年)을 하루 남겨 두고 강화도를 찾았다. 올해도 야외에서 해넘이를 감상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장화리’로 향했다. ‘해넘이마을 일몰 조망지’는 강화도 서쪽 ‘북일곶돈대’와 ‘장곶돈대’사이 해안이었다. 주차장에서 해안으로 걸어갈 때 벌써 석양이 언덕에 걸린 듯 보여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러나 제방에 올라 조망 장소로 갈수록 언덕은 점점 물러나고, 갯벌이 나타났다. 멀리 보이는 석양은 아직 수평선까지 두어 발쯤 남아 있었다. 수평선 양쪽 알맞은 곳에 언덕과 갯바위가 자리해 해넘이의 멋진 배경을 이루었다. 서쪽 하늘은 물론 갯벌도 온통 노을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석양이 점점 수평선 가까이 다가설수록 붉은 기운이 짙어지고 더욱 커 ..

곤지암 콘도, 여주 강천보

곤지암 콘도, 여주 강천보 (2022.12.8.) 땅거미가 내릴 무렵 초행길인 ‘곤지암 콘도’에 도착해 시행착오를 거치며 체크인과 주차를 마쳤다. 객실 주변이 깨끗하고 실내는 깔끔했으며, 평일이라 그런지 조용하기까지 했다. 저녁식사는 곤지암 읍내에서 소머리국밥을 포장해 와, 숙소에서 반주와 함께 먹으니 좋았다. 방에서 건물 사이로 바라보이던 스키장의 슬로프는 밤이 되자 조명이 꺼졌다. 아침에 가까이 가 보니 스키장의 리프트는 계속 오르내리는데, 탄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걸 보니 아직 개장을 하지 않은 모양이다. ‘화담숲’으로 올라가는 산책길이 폐쇄돼 숙소 주변 시설과 계곡을 둘러보고 ‘강천보’로 향했다. 4대강 개발 시 한강에 설치된 보(洑)는 모두 3개소인데, ‘이포보’와 ‘여주보’는 이미 구경했고 오늘..

금강 보행교, 안성 맞춤랜드

금강 보행교, 안성 맞춤랜드 (2022.12.7.) 논산에서 ‘곤지암 콘도’로 가는 길에 ‘금강 보행교’와 ‘안성 맞춤랜드’에 들렀다. 세종시 정부청사를 지나 강변으로 나아가자 금강 보행교의 아치부위가 시야에 들어왔다. 다리 부근에 넓은 주차장이 있었지만, 평일에 눈발까지 날리는 날씨 탓인지 방문객은 뜸했다. 멀리 보이는 고층아파트와 황량한 겨울 강변이 묘하게 대비되었다. 보행교는 위로 보행자가 걷고 아래로는 자전거가 다니는 2층 다리로 둘레가 1,446m인 원형 다리였다. 다리에는 구간별로 테마를 정해 분위기에 어울리는 조형물들을 설치해 놓았다. 아치전망대에 올라 주변 경치를 구경하려고 했지만 출입이 금지된 상태라 아쉬웠다. 많은 예산을 들여 설치한 만큼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보행교가 되었으면 하는 바..

논산 명재고택, 궐리사, 종학당

논산 명재고택, 궐리사, 종학당 (2022.12.7.) ‘명재고택’은 조선 숙종 때 학자인 명재 윤증(1629~1714년)의 집으로 한옥 규범을 충실히 따른 구조라고 한다. 정사각형의 인공연못을 앞에 두고 명재고택과 ‘노성향교’가 나란히 자리했다. 고택의 안채는 해체, 수리 중이라 사랑채와 사당을 둘러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고택 동쪽의 넓은 터에는 엄청 많은 큰 장독들이 줄을 맞춘 듯 진열돼 있었다. 향교는 문이 닫혔지만 외삼문과 강학공간인 명륜당, 성현의 위패를 모신 대성전을 볼 수 있었다.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노성 궐리사’를 방문했다. 궐리사(闕里祠)라는 이름은 공자가 태어나고 자란 마을 ‘궐리촌’에서 유래한 것으로 공자의 영정을 모신 사당이었다. 외삼문 안에는 강당인 ‘현송당’이 있고 내삼문을 ..

논산 선샤인랜드와 탑정호 출렁다리

논산 ‘선샤인랜드’와 탑정호 출렁다리 (2022.12.6.) 논산은 은근히 구경거리가 많은 지역 중 하나다. 오늘은 역사 유적지보다 ‘선샤인랜드’와 탑정호 출렁다리 등 근래에 생긴 볼거리를 찾아 나섰다. 선샤인랜드에는 ‘1950 스튜디오’, ‘선샤인 스튜디오’, ‘밀리터리 체험관’ 등이 있는데, 먼저 1950 스튜디오로 들렀다. 한국전쟁이 끝난 1950년대를 재현한 세트장이었다. 까마득한 옛 시절의 시가지였지만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익숙해진 듯했다. 관람객이 우리 둘 뿐이라 꿈속에서 과거 여행을 하는 느낌이었다. 선샤인 스튜디오는 1900년대 초반 개화기 서울의 풍물을 상징적으로 재현한 영상 촬영장으로 근대양식 건물과 한옥 기와집, 초가, 적산가옥 등이 혼합돼 있었다. 호텔과 2층 적산가옥, 굴다리 등이..

공주 마곡사

공주 마곡사(麻谷寺) (2022.12.6.) 쳇바퀴 돌듯 하는 일상에서 벗어나 모처럼 나들이에 나섰다. 고속도로에 들어설 때 눈발이 날리더니, 안성 부근을 지날 즈음 함박눈으로 변해 은근히 걱정되었다. 충청지역으로 접어들자 다행히 눈이 내리지 않아 마음이 놓였다. ‘태화산 마곡사’를 찾은 지 20년이 훨씬 넘었으니, 옛 기억은 가물거리기만 할 뿐 분명하게 잡히는 것이 없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비탈길을 내려와 작은 개울을 건너 경내로 들어섰다. 겨울철 평일 오전에다 날씨마저 우중충하니 방문객들이 적어 한적했다. 호젓한 겨울 산사의 느낌이 좋았다. 해탈문과 천왕문을 지나자 앞에 제법 큰 ‘마곡천’이 나왔다. 다리를 건너며 하천을 내려다보니 수면에 살얼음이 살짝 얼었다. ‘범종각’을 지나 우뚝 솟은 5층..

수경원 터와 광혜원 탐방

수경원(綏慶園) 터와 광혜원(廣惠院) 탐방 (2022.11.19.) 신촌 연세대학교 부근에 왔다가 짬이 생겨 예전에 연대 교정에서 얼핏 보았던 한옥건물이 어떤 곳인지 살펴보기로 했다. 늦가을답지 않은 포근한 날씨에 교정엔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100주년 기념관’ 건물을 지나자 오른 쪽으로 큼직한 한옥 외삼문이 눈에 띄었다. 대문 가운데는 ‘연세역사의뜰’이란 현판이 걸려 있고 우측엔 ‘수경원 터와 광혜원’이란 안내문이 돌에 새겨져 있었다. 수경원은 조선왕조 제21대 영조의 후궁인 ‘영빈이씨’의 원묘이고, 영빈은 참극을 당한 사도세자의 어머니였다. 수경원은 1969년 고양시에 있는 ‘서오능’터로 옮겨갔으나 부속건물인 정자각과 비각은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광혜원은 우리나라 현대의학의 발상지로 현..

만추의 북한강변과 청평호반

만추의 북한강변과 청평호반 (2022.11.13.) 올 가을은 단풍 구경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그냥 지나가나 보다. 어제는 가을비가 촉촉이 내려 그나마 붙어있던 단풍들도 대부분 떨어지고 말았다. 단풍 끝물이라도 볼 수 있으려나 기대하며 북한강을 거쳐 청평호반 드라이브에 나섰다. ‘서종면 북한강로’를 지날 때 가로수는 낙엽 져 앙상한 가지만 남았고 날씨마저 잔뜩 찌푸려 을씨년스런 분위기였다. 차창너머 산비탈에 간간이 고운 단풍잎이 보이는 것을 위안으로 삼았다. 청평댐을 지나 ‘쁘띠프랑스’로 가는 호반 도로를 천천히 달렸다. 짙은 안개가 자욱하더니 안개비까지 내리기 시작했다. 길가에 차를 세우니 건너편 산등성이와 강변은 흐릿하고 댐은 흔적만 살짝 보였다. 인적이 끊이고 안개 낀 호수는 말 그대로 몽환적이었..

속리산 법주사, 말티재 전망대, 우당고택

속리산 법주사, 말티재 전망대, 우당고택 (2022.10.2.) 아침 일찍 집을 나서 속리산 법주사로 향했다. 법주사는 댓 번 정도 방문했지만 최근 다녀온 지는 20년이 넘은 것 같다. 교통이 원활한 덕분에 두어 시간 남짓 지나자 ‘보은’ 지역으로 들어섰다. 길가 곳곳에 수령이 오래된 대추나무 밭이 넓게 펼쳐지고 판매점이 많은 게 낯설어 보였다. 대추가 이 지역 명산물이라는 걸 내가 몰랐나 보다. 법주사 진입로엔 휴일을 맞아 아침부터 산과 산사를 찾는 방문객들이 몰려들었다. 울창한 숲길을 천천히 걸으며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니 기분이 상쾌했다. 일주문, 금강문, 천왕문을 차례로 들어서자 ‘팔상전’ 높은 목조 건물이 나타났다. 단청 색깔이 바래어 고색창연한 멋이 드러나고 세월의 더께가 내려앉은 듯 장엄해 보..

연천 재인폭포와 호로고루성

연천 재인폭포와 호로고루성 (2022.10.1.) 청명한 가을. 마음의 평안을 얻으려면 자연과 함께하는 것이 좋겠다. 2019년 여름 처음 만났던 연천 ‘재인폭포’를 다시 방문하기로 했다. 2020년에는 ‘한탄강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의 일원으로 등록됐다는 기쁜 소식이 들렸다. 첫 방문을 끝내고 돌아 나올 때 억수같이 쏟아지던 소나기의 세찬 빗줄기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땐 폭포 앞 절벽 위에 전망대가 있고, 계곡으로 내려가는 철재 계단은 안전상 문제로 출입이 금지된 상태였다. 세월이 빨라 벌써 3년이 흘렀나 보다. 동두천과 전곡을 지나 연천읍으로 가는 길가엔 황금빛 들판이 펼쳐져, 보기만 해도 마음이 풍성해졌다. 누런 벼이삭이 고개를 숙인 들판 사이를 힘차게 달리자, 멀리 뭔가 알록달록한 형상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