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샘 이야기/여행과 답사(2018) 31

겨울 제부도

겨울 제부도 (2019.1.12.) 제부도는 대부도 아래에 있는 작은 섬이지만 나에겐 꽤 익숙한 섬이다. 섬으로 연결된 도로가 밀물 땐 바닷물에 잠기고 썰물 때만 통행이 가능한 자연현상과 자그마한 섬의 규모가 마음을 끌었다. 바람을 쐬면서 때로는 바지락 캐기도 해보고 대하도 맛볼 수 있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몇 번 다녀왔던 곳이다. 십여 년이 흘러 그 동안 새로운 도로도 많이 생겼을 테니 내비게이션에 길안내를 맡기고 제부도로 향했다. 안개와 미세먼지가 겹쳐 주위의 시야가 온통 뽀얗게 흐렸지만 오히려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해내는 듯 보였다. 섬의 남단에 도착하니 썰물 때라 갯벌이 넓게 펼쳐져있었다. 갯벌에 난 자갈길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니 암초바위가 두 개인 듯 세 개인 듯 예나 다름없이 우리를 반겼다..

해넘이

해넘이 (2018.12.30.) 연말이 하루 남았지만 일기예보에 의하면 오늘이 해넘이를 감상하기에 좋은 조건이었다. 가까운 장소를 생각해보니 작년에 가보았던 강화도 부속섬인 동검도가 먼저 떠올랐다. 미술관을 겸한 카페의 분위기가 좋았고 창문의 방향과 형태가 해넘이를 관찰하고 사진을 촬영하는데 적합했던 것 같았다. 일몰시간과 교통 소요시간을 고려하여 일찌감치 길을 나섰다. 강화 초지대교를 넘을 무렵 시간을 보니 예상보다 조금 빨리 도착하여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다. 그간 강화도를 오가면서도 몰랐던 황산도 어촌전시관과 선두리 어시장에 들러 주변 바다경치와 개펄 구경을 했다. 며칠간 몰아친 한파의 영향으로 개펄에 고인 바닷물이 하얗게 얼어 색다른 정취를 연출하고 있었다. 석양이 뉘엿뉘엿하여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

진부령을 넘고 한계령을 넘다(둘째 날)

진부령을 넘고 한계령을 넘다(둘째 날) (2018.12.24) 시야가 깨끗하여 속초 시내에서도 설악산 울산바위가 다가올 듯 선명하게 보였다. 해맑은 아침 햇살 아래 푸른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수평선이 갓 그린 수채화처럼 습기를 머금은 듯했다.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설악해맞이공원’에 차를 세웠다. 파도가 밀려와 하얗게 부서지는 해변으로 다가서니 바위 위에 예상치 못한 ‘인어연인상’이 설치되어 있었다. 덴마크에서 보았던 ‘인어공주상’이 연상되었다. 쌀쌀했지만 쏟아지는 아침 햇볕을 맞으며 잔디밭에 설치된 조각품들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미세먼지로 뿌옇던 하늘만 보다가 맑고 선명한 하늘을 보니 찌뿌둥하던 몸과 머리가 상쾌해졌다. 양양 5일장으로 향했다. 5일장에서 특별히 살 것은 없지만 그냥 둘러보고 싶었다. ..

진부령을 넘고 한계령을 넘다(첫째 날)

진부령을 넘고 한계령을 넘다(첫째 날) (2018.12.23) 연말이 되면 자연히 지난 일들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많아진다. 머릿속을 맴도는 '추억여행'은 그만하고 '길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목적지를 정하기보다는 진부령을 넘어 동해로 나가고 한계령을 넘어 돌아오는 코스만 정했다. 6번 국도에서 44번 국도로 갈아타고 쉼 없이 달려 진부령과 미시령 길이 나누어지는 삼거리에 차를 세웠다. 매바위 인공폭포가 빤히 고개를 내밀었다. 폭포수가 꽁꽁 얼어 하얀 빙벽을 이루고 있었다. 맞은편 광장에는 ‘용대 전망대’, 언덕 위에는 ‘백골병단 전적비’가 서있었다. 진부령을 넘어 점심을 해결하고 다시 북쪽으로 길을 재촉했다. 군부대에 신고를 마치고 비무장지대 도로를 달려 DMZ 박물관에 들렀다. 실내 전시물들을 둘러보고..

거제도 신선대와 바람의 언덕

거제도 신선대와 바람의 언덕 (2018.11.23.) 문중 묘사(墓祀) 관련 일로 토요일에는 본가로 가야 한다. 거리를 감안할 때 승용차로 점심 무렵에 도착하자면 아침 일찍 서둘러야 한다. 체력을 감안하여 형편이 되면 금요일에 귀향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회사 일을 사전에 조치하고 평소 출근 시간대에 집을 나서 거제도로 행했다. 마산 본가에는 오늘 중에만 도착하면 되니 겸사겸사 남쪽바다 구경을 하기로 했다. 대전과 진주, 통영을 거쳐 거제도에 들어설 때는 벌써 점심시간이 되었다. 운전 중 차창너머 파란 바다가 보이기 시작하자 다 왔다는 안도감이 생겼다. ‘신선대’ 부근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안내 표시를 따라 바닷가로 내려갔다. 유난히 넓은 갯바위가 펑퍼짐하게 펼쳐져 있고 한쪽엔 둥근 암반 봉우리가 솟아있..

가을 산사와 바다(둘째 날)

가을 산사와 바다(인제, 고성, 속초) (둘째 날) (2018.11.11.) 숙소에서 아침식사를 해결하고 나니 시간도 절약되고 여유를 부릴 수 있어 좋았다. 속초와 고성을 오갈 때마다 국도변에서 보았던 안내판을 따라 ‘어명기 가옥’을 찾았다. 오래된 고가라는 설명이 있었지만 뒷마당으로 가는 쪽문과 방문이 모두 잠겨 구경할 것이 없었다. 안내판을 설치한 책임자가 관광객의 입장에서 현장을 직접 둘러보기를 권하고 싶다. 바다로 가는 길에 죽왕 수협매장에 들러 젓갈류 몇 가지를 샀다. 바닷가로 나가니 넓은 모래사장이 끝없이 펼쳐져 있고 멀리 크고 작은 섬들도 보였다. 이곳이 말로만 들어왔던 송지호 해수욕장이라 한다. 송지호 전망대에 올라 호수와 주변경치는 구경하였지만 해수욕장은 첫 방문인 셈이다. 날씨가 꽤 쌀..

가을 산사와 바다(첫째 날)

가을 산사와 바다(인제, 고성, 속초) (첫째 날) (2018.11.10.) 때로는 호젓한 산길이나 고즈넉한 산사(山寺)의 경내를 걸으며 잡념을 떨쳐내고 싶다. 고즈넉한 ‘산사’라는 곳에 생각이 미치자 강원도 고성에 있는 금강산건봉사(金剛山乾鳳寺)가 떠올랐다. 단풍철이 지났으니 차량과 인파에 의한 번잡함도 없으리라 예상되어 훌쩍 길을 떠났다. 국도 44호선을 타고 부지런히 달려 인제 합강정 휴게소에 도착하니 아직 아침안개가 남아있었다. 합강정(合江亭)이라는 정자이름은 내린천과 인북천이 합류하는 지점에 위치하여 얻게 되었나보다. 이곳을 지날 때면 멀리서만 바라보았던 번지 점프장에도 들렀다. 출입문은 굳게 닫혀있고 덩그러니 장비만 남아 햇빛에 반짝이는 강물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부근에 래프팅 장소로 유명한 ..

남산공원길과 장충단

남산공원길과 장충단 (2018.10.20.) 안경도 맞추고 마음에 드는 혁대도 고를 겸 모처럼 남대문 시장을 찾았다. 요즘은 집사람이 볼일이 있으면 혼자 가고 내가 볼일이 있을 땐 동행을 하는 일이 많다. 계획한 일을 마치고 남산공원을 산책한 후에 외식을 하고 귀가하기로 했다. 남대문 쪽에서 백범광장으로 오르니 길옆에 성곽이 복원되어 있었다. 산기슭은 아직 녹색을 띠었지만 유독 빨갛게 단풍이 든 나무가 눈길을 끌었다. 성재 이시영 선생과 백범 김구 선생 동상을 지나 호현당 앞에서 길을 건넜다. 차량들로 꽉 막힌 도로가 답답했는데 남산공원길로 접어들자 호젓한 산책길이 펼쳐졌다. 길가에 흐르는 맑은 개울물 소리가 은방울 구르는 소리처럼 또르르~ 들려왔다. 화려한 꽃들이 피어난 꽃밭은 동화나라 동산처럼 잘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