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샘 이야기/여행과 답사(2021년)

경주 옥산서원, 안동 만휴정 탐방

돌샘 2021. 12. 9. 14:09

경주 옥산서원, 안동 만휴정 탐방

2021년 서남해안, 내륙여행 다섯째 날-2(2021.11.4.)

표충사에서 얼음골과 가지산도립공원을 통과하는 길이 예사롭지 않았다. 꼬불꼬불 급경사의 산길을 넘으니 산 전체가 붉은 사과밭이었고, 국도에 들어서자 높은 산악 교량과 긴 터널이 이어졌다. 높은 산과 뛰어난 풍광으로 흔히들 영남알프스라 부르는 곳인가 보다. 영남알프스를 지나고도 한참을 달렸다.

옥산서원(玉山書院)은 경주 시내에서 포항 쪽으로 멀리 떨어져 있었다. 서원 입구 계곡에는 너럭바위가 펼쳐져 있고 맑은 시냇물이 흘렀다. 바위에 퇴계 이황이 썼다는 세심대(洗心臺)라는 글씨가 남아 있었다. 마음을 씻고 자연을 벗 삼아 학문을 구한다는 뜻이란다.

정문인 역락문(亦樂門)을 들어서 무변루(無邊樓) 밑을 통과하자 중앙에 서원의 강당인 구인당(求仁堂)이 있고, 좌우에는 민구재와 암수재가 마주 보며 자리했다. 강당 앞에는 옛날 밤에 불을 밝히던 정료대(庭燎臺)가 남아 있었다. 구인당 뒤편 내삼문인 체인문 안에는 회재 이언적을 모신 사당인 체인묘(體仁廟)가 자리했다. 사당 좌우에는 경각과 비각이 위치하고, 비각 안에는 이언적의 신도비가 설치돼 있었다. 옥산서원은 전학후묘(前學後廟)’ 기준을 잘 따랐으나, 좁은 면적에 건물들이 다닥다닥 가깝게 배치돼 갑갑한 느낌이 들었다.

이것으로써 세계유산 한국의 서원에 등재된 9개소의 서원을 한번 이상 방문한 셈이 되었다. 우리의 소중한 정신적, 물질적 문화유산을 돌아보며 많은 것을 배우는 계기가 되었다.

 

먼 길을 달려 숙소가 있는 안동시계로 접어들었다. 어느덧 차창너머로 날이 저물고 있었다. 갈색 글씨로 묵계종택묵계서원이라 적힌 표지판이 언뜻 지나간다. 안동지역 방문예정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차를 길가에 세우고 여행 일정표를 확인하니 부근에 있는 만휴정(晩休亭)’이 볼만하다고 적혀 있었다. 내일 일정에 들어있는 곳이지만 편의상 오늘 구경하기로 했다. 어둡기 전에 구경하려고 계곡 옆 언덕길을 서둘러 걸었다.

아담한 폭포와 파란 물이 고여 있는 계곡 그리고 바로 위에 있는 정자가 한눈에 들어왔다. 계곡을 건너 정자로 들어가는 외나무다리까지 한 세트인양 곧잘 어울렸다. 드라마 미스터션샤인촬영지로 꽤 유명해진 듯, 땅거미가 내려앉는 시간임에도 방문객들이 꽤 많았다. 특히 정자로 들어가는 외나무다리는 인기 장소로 사진촬영을 위해 차례를 기다려야 했다. 정자 위쪽 계곡의 넓은 바위엔 吾家無寶物, 寶物惟淸白(우리 집에는 보물이 없지만, 보물로 여기는 것은 청렴과 결백이네)라는 큼직한 글씨가 각석되어 있었다. 정자를 지은 김계행은 연산군 폭정 때 향리로 돌아온 문신이며 청백리로 유명했다고 한다.

 

(경주 옥산서원)

 

 

(안동 만휴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