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샘 이야기/여행과 답사(2021년)

경복궁 향원정 탐방

돌샘 2021. 12. 18. 10:38

경복궁 향원정(香遠亭) 탐방

(2021.12.11.)

경복궁 향원정복원공사가 완료됐다는 뉴스를 접했다. 예전에 경복궁을 방문했을 때 공사 중이라 관람하지 못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날씨가 포근한 주말을 맞이하여 향원정을 포함한 경복궁 탐방에 나섰다. 광화문에서 건청궁에 이르기까지 경복궁의 중심축을 따라 설치된 궁궐의 대문과 전각 등을 관람했다. 대궐 문과 전각의 명칭들은 한결같이 좋은 뜻과 의미를 담고 있었다.

 

광화문(光化門)과 흥례문(興禮門), 근정문(勤政門)을 차례로 지나 근정전으로 들어섰다. 광화문과 근정문에는 전통복장 차림의 수문장이 지키고 있어 고궁을 찾은 실감이 났다. 근정전(勤政殿)은 언제 보아도 외관은 웅장하고 내부는 화려해 조선의 대표적인 궁궐로 손색이 없었다. 궁궐너머로 보이는 북악산과 인왕산의 형상은 경관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근정전 뒤편 사정문(思政門)을 들어서니 임금이 신하들과 일상 업무를 보던 사정전(思政殿)이 중앙에 있고, 좌우에 만춘전(萬春殿)과 천추전(千秋殿)이 자리했다. 사정전은 근정전과 달리 최소한의 격식만 갖춘 업무 공간으로 소박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사정전 뒤에는 왕과 왕비의 일상생활 공간인 강녕전(康寧殿)과 교태전(交泰殿)이 자리했다. 강녕전은 민가의 사랑채에 해당하는 건물로 왕이 독서를 하거나 신하들과 면담하던 곳이고, 교태전은 왕비가 거주하던 곳이었다. 왕의 생활공간이라 일반 건물과 달리 용마루를 없앤 지붕 모양이 특이해 보였다.

교태전 뒤편에는 계단식 화단을 쌓아 아미산(峨嵋山)을 조성하고 굴뚝과 관상용 수석을 배열해 정원을 꾸며놓았다. 특히 연한 주황색 전돌을 쌓아 만든 육각형 몸체에 봉황, 박쥐, 매화, 국화, , 사슴 등을 조각하고 기와지붕을 얹은 굴뚝이 품격 있고 멋스러워 보였다.

교태전 옆에는 농본사회 왕의 역할과 관련된 흠경각(欽敬閣), 불교행사가 자주 열렸다는 함원전(含元殿)이 있었다. 유교를 국가이념으로 삼은 조선의 궁궐에서 불교행사가 자주 열렸다는 사실이 이채로웠다.

 

흥복전(興福殿)과 후궁 영역에 있는 함화당(咸和堂), 집경당(緝敬堂)을 둘러보았다. 건청궁(乾淸宮)으로 향하는 중간지역에 넓은 인공연못과 정자가 있었다. ‘천원지방(天圓地方)’의 우주론에 따라 네모진 연못에 둥근 섬을 조성하고, 아담한 육각형의 2층 정자를 건축해 놓았다. 향원정(香遠亭)이라 했는데 그 명칭은 香遠益淸’(향기는 멀리 퍼질수록 더욱 맑다.)이라는 문구에서 따왔다고 한다.

건청궁 지역에서 향원정으로 들어가는 다리는 취향교(醉香橋)라 했다. 한때 연못 남쪽에 설치돼 있었으나 발굴조사 결과에 따라 북쪽에 복원했다고 한다. 궁궐의 건물들은 갈색의 목재와 회색의 기와 그리고 단청으로 채색된데 반해, 흰색 바탕의 둥글고 큰 다리가 연못에 우뚝 솟아있으니 어색해 보였다. 문화재 전문가들의 심의를 거쳐 복원했겠지만 눈에 거슬렸다.

 

건청궁은 고종이 경복궁 중건사업이 끝난 이듬해 향원정 북쪽에 건립해 명성황후와 기거했다고 한다. 건축양식은 궁궐의 침전과 달리 양반 살림집처럼 사랑채인 장안당(長安堂), 안채인 곤녕합(坤寧閤)과 부속 건물로 구성돼 있었다. 을미사변 때 명성황후가 곤녕합에서 시해되었다는 내용을 알고 나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동절기 경복궁 관람시간은 09:00 ~ 17:00인데, 오후 4시 반쯤 되자 관리자들이 관람을 마치고 퇴장하도록 종용했다. 관람객의 퇴장 소요시간을 고려한 조치로 이해됐는데, 사전에 알려 양해를 얻어야 할 사항으로 생각되었다. 경복궁 관람을 마치고 돌아 나오니, 궁궐 담장너머 소나무사이로 석양이 조용히 지고 있었다.

 

(근정전, 사정전)

 

 

 

(강녕전, 교태전)

 

 

(흥복전 외)

 

 

(향원정)

 

(건청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