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정원/2023년 하늘정원 7

동절기 하늘정원에 있었던 일

동절기 하늘정원에 있었던 일 (2023.12) 기온이 영하로 오르내리기 시작해 내년 봄을 기약하며 월동 준비에 들어갔다. 화분을 월동용 비닐과 보온용 매트로 덮어씌운 뒤 찬바람이 들지 않도록 채비했다. 월동준비는 아마추어 정원사에게 가장 힘든 일거리 중 하나다. 월동준비가 끝나면 날씨가 추워지고 특별한 일도 없으니, 하늘정원에 올라가는 일이 뜸해진다. 날씨가 따뜻해지거나 곤두박질칠 때, 보온용 매트를 벗기고 다시 씌우느라 잠시 들릴 뿐이었다. 추위가 본격적으로 계속되면서 나무는 잎새를 모두 떨어뜨리고 나목이 되었다. 가지치기에 알맞은 시기가 된 것이다. 날씨가 포근한 휴일을 잡아 웃자란 보리수 나뭇가지와 포도덩굴 전지 작업을 했다. 전지한 나뭇가지는 다시 작게 잘라 쓰레기봉투에 담아 처리해야 한다. 2차..

하늘정원의 가을

하늘정원의 가을 (2023.9~10월) 하늘정원에 피는 가을꽃은 화사하기보다 야생화처럼 청초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다. 봄철엔 월동한 초목에다 꽃모종까지 사다 심어 놓으니, 화려한 꽃들이 앞을 다투어 피어난다. 그러나 가을이면 주로 봄에 파종한 토종 꽃씨가 싹을 틔워 꽃을 피우니, 소박한 느낌이 드는 것은 오히려 당연할 것이다. 어쩌면 가을엔 단아하고 청초한 꽃들이 계절에 맞을 것 같다. 하늘정원의 대표 가을꽃은 풍접초(쪽두리꽃)와 국화(흰색, 자색) 그리고 노란 산국이다. 여름철부터 끊임없이 피고 지는 금송화와 나팔꽃, 안개꽃, 엔젤트럼펫, 베고니아도 빼놓을 수 없다. 완연한 가을인데 울타리엔 봄에 피는 붉은 덩굴장미 몇 송이가 피었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계절을 잊었나 보다. 가을철 하늘정원을 아..

하늘정원의 어느 금요일 저녁

하늘정원의 어느 금요일 저녁 (2023.9.8.)직장생활을 하다보면 금요일 저녁이 일주일 중 가장 편안하고 여유로운 시간이 된다. 한더위도 물러났으니 이번 금요일에는 하늘정원에서 분위기(?) 있는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다. 전날 밤에 테이블 주변을 정리하고 깨끗이 닦는 등 준비를 해 두었다. 퇴근하자마자 하늘정원에 올라 테이블 주위에 모기향을 피우고, 휴대용 가스레인지와 음식들을 날랐다. 야외에서 노을을 보며 식사하는 자리니, 기분 좋게 반주도 한잔하기로 했다. 석양이 서리풀 공원을 넘어가자, 하늘은 연분홍 노을로 빛나고 울타리 너머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 왔다. 어느새 하늘정원의 싱그러운 꽃향기는 고기 굽는 냄새로 바뀌어 갔다. 마주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어 보면 부부사이는 나이가 들수록 이야깃거리가 ..

하늘정원의 봄과 여름

하늘정원의 봄과 여름 (2023.4~8월) 잔일거리를 마치고 밤늦게 잠자리에 들었는데, 한낮 더위에 축 쳐져 있던 꽃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냥 잘까 하다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정원사(?)의 순간적인 망설임이 꽃들의 생명을 좌우한다는 생각이 들자 정신이 번쩍 났다. 아파트 외등을 켜고 화분에 넘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물을 주었다. 불빛과 분사기 물줄기에 놀란 모기들이 일제히 날아올랐다. 한낮의 더위는 가셨지만 모기들의 전방위 공격이 대단했다. 화단과 화분에 물을 듬뿍 주고 거실로 내려오니 새벽 한 시가 넘었다. 늦었지만 할 일을 하고 나니 기분이 좋았다. 하늘정원에 피었던 꽃들의 멋진 모습도 서둘러 정리해야겠다. 봄단장을 마친 후 저마다 지닌 개성대로 피어난 꽃들의 아름다운 자태를 봄과 여름으로 구..

하늘정원 꽃단장

하늘정원 꽃단장 (2023.4.9.) 봄이 오면 산과 들로 꽃구경을 다니기도 하지만 하늘정원 꽃단장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월동한 초목들이 꽃을 피울 즈음 화사하게 핀 화원의 꽃들을 데려와 정원을 예쁜 꽃동산으로 가꿔야 한다. 4월 8일(토) 오전에 미리 보아 두었던 꽃시장에 들러 마음에 드는 꽃을 골라 왔다. 오후에는 손주들을 만나 즐거운 주말을 보내느라 꽃 심는 일은 내일로 미루었다. 일요일 이른 아침부터 꽃의 크기와 색상에 어울리는 화분을 골라 정성스레 옮겨 심었다. 날이 어둑해질 때까지 종일 작업을 하고 나니 허리와 온몸이 쑤셔와 남은 꽃모종은 다음 주말에 심기로 했다. 플라스틱 포트에 심어져 있던 꽃들을 예쁜 화분에 옮겨 심어 놓으니 한결 근사해 보였다. 연장을 정리한 후 물을 듬뿍 주고 바..

봄이 오는 하늘정원에서

봄이 오는 하늘정원에서 (2023.3) 포근한 봄바람이 불어오면 봄이 하늘로 오는 것 같은데, 새싹이 흙을 뚫고 올라오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땅속에 숨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하늘정원에 봄이 찾아올 때쯤이면 우리 집 정원사(?)의 몸과 마음도 바빠진다. 큰 추위가 지나면 노지 월동용 보온덮개를 벗기고, 영상의 기온이면 비닐도 걷어 내야 한다. 또한 꽃샘추위가 올 것을 감안해 실내에서 월동한 화분들을 하늘정원에 옮길 시기를 정하고 실행해야 한다. 이른 봄 하늘정원에는 명자나무, 자두나무, 보리수나무, 동백꽃과 돌단풍이 앞다투어 꽃을 피운다. 꽃망울이 봉긋봉긋 돋아 2층 복도에 둔 ‘긴기아난’이 하얀 꽃을 활짝 피우자 온 집안이 향기로 가득하다. 아침, 저녁으로 싱그러운 향기를 맡으면 지난겨울의 노고를 ..

하늘정원에 찾아온 겨울 손님

하늘정원에 찾아온 겨울 손님 (2023.1.26) 하늘정원은 아파트 위에 꾸민 작은 정원이지만 봄, 가을로 뭇 새들이 찾아오고 여름이면 시원한 매미소리가 들려오는 곳이랍니다. 그러나 겨울이 되면 화분들도 치워지고 한적하다 못해 삭막한 곳으로 변해 버린답니다. 긴 설 연휴가 끝나고 아침에 출근 준비를 하며 창밖을 보니, 눈발이 어지럽게 날리고 있습니다. 눈이 쌓이는 보도를 내려다보며 출근길 걱정도 잠시, 기쁜 마음으로 하늘정원에 올라갔습니다. 어느새 함박눈으로 변하여 온 천지가 하얗도록 펑펑 내립니다. 우면산 쪽에도 시가지 쪽에도... 장독 위엔 벌써 하얀 눈이 소복이 쌓여 갑니다. 어린 시절 추억들도 바람타고 눈송이처럼 하나 둘 내리기 시작합니다. 작고 소소하지만 아름답고 소중한 것들 입니다. 하늘정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