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네/신혼생활

신행

돌샘 2017. 10. 14. 22:52

신행

(2017.10.2~10.3)

딸아이 내외가 신혼여행을 마치고 친정에 오는 날이다.

전(全)서방이 처가에 신행(新行)을 오는 셈이다.

아범과 새아기 그리고 준모와 지우도 신행을 축하하기 위해 우리 집으로 왔다.

준모와 놀이터에 나가 놀다가 시간에 맞춰 공항버스 정류장으로 마중을 나갔다.

준모는 정류장 의자에 앉아 고모와 고모부가 탄 버스가 빨리 도착하기를 기다렸지만

막상 차에서 내려 대면을 할 때는 살짝 수줍어했다.

평소에는 활달한 성격이지만 크면서 어떨 때는 다소 쑥스러워 하는 표정을 짓는 모습이 귀엽다.

내가 여행용 가방 하나를 끌며 걷는데 아파트 부근에 와서는 준모가 끌겠다고 나섰다.

비탈길을 올라와 수위실 부근에서 건네주었더니 아래방향으로 내려갈 때 달려가며 좋아했다.

모든 식구가 아파트 정문까지 마중을 나와 신행을 축하하며 맞이했다.

우리부부가 나란히 앉아 딸과 사위의 절을 받았다.

덕담과 당부의 말을 직접 하고 싶었지만 기다리는 사람들을 배려해

블로그에 올려놓은 글로 대신하였다.

처남과 매제 부부도 상호 존중하는 의미에서 함께 맞절을 했다.

 

신혼여행을 멀리 다녀왔기 때문에 비행기를 족히 열댓 시간은 탔으리다.

식사를 하기 전에 샤워를 하도록 하고 집사람과 새아기는 준비한 음식을 상에 차렸다.

모두들 상을 중심으로 둘러앉으니 거실이 가득 차는 느낌이 들었다.

와인을 한잔 곁들이며 천천히 저녁식사를 했다.

상을 치우고 모두들 한 곳에 모여 앉았는데 준모가 나서서 어른들에게 가위, 바위, 보를 시키고

수수께끼와 숫자 맞추기 놀이 등으로 분위기를 주도해나갔다.

고모부가 새로 생겨서 그런지 준모의 기분이 조금 들떠 보였다.

고모부로부터 선물로 받은 초콜릿을 경품으로 내놓고 모두가 자기 말을 따르도록 했다.

오늘 모임은 말 그대로 신행이라 분위기가 조금 서먹할 수도 있었겠지만

준모의 재롱으로 웃음꽃이 피는 사이에 밤이 깊어갔다.

준모네 가족이 집에 돌아갈 때는 모두 주차장으로 따라 내려갔는데,

선잠이 깨어 조금 전까지 칭얼대던 지우가 기분이 좋아져 손을 흔들며 ‘빠이 빠이~’를 반복했다.

 

다음날 아침 식사를 마치자 이제는 딸아이가 시갓집에 신행을 갈 차례다.

추석을 하루 앞둔 날이라 미리 준비한 각종 과일과 술 등을 보자기에 예쁘게 싸서 건네주었다.

옛날엔 상객(上客)들이 신부를 데리고 시집으로 갔는데

요즘은 그런 번거로운(?) 절차가 없어진 모양이다.

여자가 시집을 가면 친정에 쉽게 올 수 없었던 시대의 풍습이지 않았나 생각된다.

옛날에 들었던 어느 친정아버지 이야기로 내 마음을 대신하고자 한다.

 

“옛날, 상객들과 함께 딸을 대동하고 사돈댁에 갔던 친정아버지가 딸을 홀로 두고

돌아갈 시간이 되자 슬픔에 눈물이 앞을 가렸지만

체통을 생각해 차마 울지 못하고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보았다.

대들보에 적힌 상량문이 보였는데 집을 지은 지 백년이 지난 고가였다

(그러니 이 집을 지은 목수는 당연히 죽고 이 세상에 없으리라).

친정아버지는 얼른 사돈에게 ‘이집을 지은 목수가 죽었소? 살았소?’하고 물었다.

주위 사람들이 의아했지만 사실대로 ‘그 목수 벌써 죽었소.’하고 대답했다.

그제야 ‘목수가 죽었다고요.’하고는 ‘아이고~ 아이고~ 불쌍한 목수!’하며 마음 놓고 대성통곡을 하였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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