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민이가 토라졌어요
(2021.2.27.)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소민이가 할애비를 발견하고는 와락 안겨왔습니다. 할머니가 현관에서 신발을 벗겨주자 활짝 웃으며 거실로 들어섰습니다. 계단에 공 던지는 놀이를 하다말고, 스마트 폰을 내게 건네주고는 서둘러 소파에 올라앉았습니다. 동영상을 보여 달라는 뜻이겠지요. 최근에 촬영한 자신의 동영상을 보여주자, 기분이 흡족한 듯 웃는 모습으로 고개를 돌려 할애비를 한번 쳐다봤습니다. 어떤 동영상은 숨을 죽인 채 가만히 지켜보고, 어떤 동영상은 손가락으로 자꾸 밀어냈습니다. 보고 싶지 않은 영상을 손가락으로 밀면 다음 영상이 나온다는 사실을 아는 모양입니다. 오랫동안 동영상 보기에 몰입하는 것 같아 분위기를 바꿔보기로 했습니다. 지난번 소민이 생일날 전달하지 못했던 생일선물용 DVD를 전하기로 했습니다. 일어나서 선물을 전하자, 포장 안에 든 물건이 무엇인지 모를 텐데도 받으며 좋아했습니다. 엄마가 소민이에게 선물박스를 가리키며 “이거 누구 거예요?”하고 묻자, 오른손으로 자기 가슴을 툭 치며 “내 꺼!”하며 큰소리로 대답했답니다.
포장을 풀고 DVD를 조립해 눈높이 소반에 올려놓고 화면을 켰습니다. 소민이가 화면 앞에 다가와 조용히 앉더니 동영상을 뚫어지게 쳐다보았습니다. 미동도 하지 않고 영상 보는데 몰입한 모습이 귀여워 할애비와 엄마가 시선을 살짝 가로막아 보았습니다. 소민이가 얼굴을 돌려 미소를 한번 지어보이고는 다시 화면에 집중했습니다. 강제로 DVD 보기를 중단시키면 싫어할 테니, 2층에 올라가 놀자며 권해 보았습니다. 큰마음 먹은 듯 일어나 할애비 손을 잡고 계단을 올랐습니다. 2층 컴퓨터 방에 들어가 자동차를 타고 앞뒤, 회전을 하며 놀았습니다. 몇 바퀴를 타더니 시큰둥한 표정으로 컴퓨터의자에 올라갔습니다. 내가 전원을 켜 화면이 뜨자, 소민이는 자판과 마우스를 번갈아가며 부지런히 눌렀습니다. 한참 눌러도 자기가 원하는 대로 화면이 작동되지 않으니 재미가 없는 모양입니다. 책꽂이를 올려보다가 곰 인형을 발견하고는 내려달라고 했습니다. 인형을 내려주자, 안은 상태로 자동차를 타며 활짝 웃었습니다.
소민이가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며 놀다가 TV 리모컨을 들고 와 내게 건네주었습니다. ‘핑크퐁’을 켜주면 화면에서 보고 싶은 프로를 직접 골라 손가락으로 가리켰습니다. 곁에 앉아 시청을 하다가 내용이 괜찮으면 가만히 있고, 마음에 안 들면 “아니~ 아니~”하며 손을 좌우로 흔들었습니다. 화면을 핑크퐁으로 되돌리면 원하는 프로를 다시 골라 손가락으로 지정했습니다. 소민이는 오늘따라 동영상 보는 것을 좋아했고, 할애비는 다른 놀이도 하도록 유도했습니다. 옆방에 있던 자전거를 끌고 나오자 소민이가 관심을 가지고 다가왔습니다. 자전거에 올라앉으니 발이 페달에 닿아 밟을 수가 있었습니다. 자기 발로 자전거를 움직이는 것이 신기한 듯 앞뒤로 왔다갔다했습니다. 저녁을 먹은 후에도 소민이는 TV를 보려고 했습니다. 집에 돌아갈 시간이 다되어, 할머니가 “소민아~ 자꾸 TV를 보려면 집에 가라~”고 했더니, 소민이가 토라(?)진 듯 소파에서 일어나 현관으로 갔습니다. 소민이가 꾸중(?)을 들어 마음이 상했나 봅니다. 소민이가 집에 돌아갈 때는 안전벨트를 매면서 내게 손을 흔들고 고개를 까닥했습니다. 예전엔 인사를 하라고 시키거나 손을 먼저 흔들면 따라하는 정도였는데, 자발적으로 손을 흔들고 인사하는 수준이 되었으니 많이 자랐습니다.
소민아! 어린이집에 가면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친구들과도 사이좋게 놀아라. 할애비는 네가 어린이집 생활에 순조롭게 잘 적응했다는 소식이 들리기를 기다리마.
안녕~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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