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민이의 어떤 인사
(2021.6.26.)
소민이네가 도착하자 할머니가 ‘콘’을 하나씩 나누어줘, 소민이도 자기 몫을 받아들고 열심히 먹기 시작했습니다. 마음은 다 먹고 싶었지만, 양이 너무 많은 듯 결국 엄마에게 넘겨주고 말았습니다. 소민어멈이 “소민아! 우리 소민이 요즘 노래 잘 부르지. 할아버지, 할머니께 노래 들려드리자.”라고 하자, 입가에 미소를 지었지만 선뜻 나서지 않았습니다. “소민이가 노래를 부르면 선물주신데!”라는 말을 덧붙이자, 당장 보료 위에 올라가 춤을 추며 “아빠 곰은 뚱뚱해, 엄마 곰은...”하며 노래를 불렀습니다. 소민인 선물 받는 것을 정말 좋아하나 봅니다. 옆방에 보관 중이던 유아용 학용품을 들고 나와 전하자,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두 손으로 받아들고 좋아했습니다.
소민이가 문득 창밖을 내다보더니 놀이터에 나가 놀자고 했습니다. 예전에 놀이터에 가자고 했을 때 들어주지 않았던 일이 기억나, 이번엔 흔쾌히 승낙을 했습니다. 할애비와 단둘이 밖으로 나와 중앙광장을 가로질러 걸었습니다. 놀이터가 보이기 시작하자, 소민인 신이 나 연신 ‘헤~ 헤~’ 웃으며 머리를 좌우로 까딱까딱 흔들며 좋아했습니다. 놀이터에는 우리 말고 아무도 없어 소민이의 마스크를 벗겨주려 했지만, 계속 쓰고 있으려 했습니다. 마스크를 써야한다는 인식이 깊게 박혀 있는 모양입니다. 소민이를 회전자전거에 태우고 밀거나 페달을 밟아 회전을 시켰습니다. 재미나는 듯 미소를 지으면서도 손잡이를 힘주어 꼭 잡았습니다. 한참 타고는 사자 모양 흔들의자 앞에 다가섰습니다. 흔들의자에 올려 앉히자 몸을 앞뒤로 여유 있게 흔들며 신나게 탔습니다. 높이 올라서서 타는 ‘시소’는 겁나는지 놀이기구를 한참 바라만볼 뿐 타려고 들지 않았습니다. 미끄럼틀 위에 앉혀주자 조심스럽게 앞으로 움직여 미끄럼을 타고 내려왔습니다. 실컷 놀고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 중앙광장에서 마중 나온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조부모가 양쪽에 서서 소민이의 팔을 잡고 들어 올려주자, 재미나는 듯 깔깔대며 더 해달라고 했습니다. 할머니와 함께 아파트 앞쪽에 있는 작은 놀이터로 이동해 미끄럼을 타며 더 놀았답니다.
소민이가 거실탁자 밑에 넣어 둔 작은 공을 들고 나와 계단에 던지며 놀았습니다. 공이 통~ 통~ 튕기며 계단을 내려와 거실 쪽으로 굴러가면, 집이 떠내려가도록 깔깔대며 웃었습니다. 공이 튕기어 식탁 쪽으로 굴러가자, 소민이가 그 쪽으로 찾으러 갔습니다. 커튼 밑에 있는 공을 발견하고는 활짝 웃으며 자기가 찾았다고 할머니께 자랑을 늘어놓기도 했습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식탁에 앉아 후식으로 수박을 먹었습니다. 할머니는 수박이 모자라면 더 주려고 부엌에서 수박을 썰고 있었습니다. 소민이가 수박을 먹다가 흘낏 뒤쪽을 돌아보니, 할머니가 수박을 써는 모습이 보였나 봅니다. 소민이가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할머니께 “수박, 집에 가서 먹을 게요~”하며 고맙다는 인사말을 했습니다. 처음엔 무슨 말인지 몰라 잠시 어리둥절했지만, 그 뜻을 알고는 모두들 파안대소를 했답니다. 할머니가 수박을 더 써는 게 집에 가져가 먹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한 것도 그렇지만, 고맙다는 내용의 인사는 정말 예상치 못한 귀여운 언행이었답니다.
소민이가 어린이집에서 받아와 집에서 키우던 ‘카랑코에’ 꽃이 모두 지자, 어멈이 하늘정원에 두려고 가져왔습니다. 저녁식사 후 할애비가 전지용 가위로 카랑코에의 시든 부위를 잘라내고 예쁜 화분에 옮겨 심었습니다. 소민이는 자기가 키우던 꽃이라 그런지 관심을 가지고 옆에서 지켜보다가, 작업이 끝나자 꽃에 물을 주었습니다. 꽃에 물주는 일이 끝나자, 관심이 물분사기를 가지고 노는 일에 옮겨갔나 봅니다. 물분사기를 들고 화분과 돌확, 파라솔 테이블과 의자에 물세례를 날리며 재미있어 했습니다. 한번 시작된 물장난은 쉽게 끝날 줄 몰랐고, 다음에 또 하라며 겨우 만류를 시켰답니다. 소민이가 집에 돌아간 후에도, 조부모는 “수박, 집에 가서 먹을 게요~”하던 인사말을 떠올리며 웃음 지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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