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놀이 했어요
(2015.9.20)
준모는 할머니 집 현관을 들어서자마자 ‘고모는?’하면서 고모를 찾았습니다.
방문을 열고 벽에 붙어 숨어있는 고모를 발견하고는 ‘고모 찾았다!’며 큰소리로 기뻐했습니다.
요즘 들어 준모가 고모를 부쩍 더 좋아하고 잘 따르는 것 같습니다.
소파 등받이 위에서 고모가 앉아있는 곳으로 뛰어내리는 장난을 하다가
‘유치원 놀이할 테니 모두 오세요.’하는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무슨 뜻인지 몰라 어리둥절해하며 고모가 준모 있는 곳으로 가니 ‘하부도 여기 오세요.’하였습니다.
할애비도 다가가 앞에 앉으니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던 할머니도 빨리 오라고 재촉하였습니다.
모두 준모 앞에 빙 둘러 앉으니 ‘선생님이 색종이를 나누어 주겠습니다.’하고는
통에서 색종이를 꺼내 하나씩 나누어 주었습니다.
전화기 옆에 있던 메모지도 하나씩 나누어 준 후에 필통을 들고 와서
‘좋아하는 연필을 하나씩 잡으세요.’라고 하였습니다.
‘모두 색종이에 그림을 그리세요.’하고 그림을 그리자 ‘선생님이 이름을 적을 거예요.’하였습니다.
각자가 그림을 그린 색종이를 뒤집어 뒷면에 싸인 펜으로 그림모양의 기호(?)를 그리고는
‘이것은 고모, 이것은 하부, 이것은 할머니’라 썼다고 하였습니다.
‘준모야!’하고 부르니 ‘준모 아니 예요. 선생님이 예요’라고 말했습니다.
‘선생님은 친구가 아닙니다.’, ‘이제 게임을 할 거예요.’, ‘조금 이따가 또 해요.’,
‘시키는 대로 따라하세요. 선생님 말 잘 안 들으면 선생님은 집에 갈 거예요.’하는 등
노리안에서 보고 들은 선생님 흉내를 그럴듯하게 잘 연기하였습니다.
선생님들이 아이들에게 존댓말을 사용하니 준모가 흉내를 내면서도 꼬박꼬박 존댓말을 하였습니다.
준모가 어른들께 존댓말을 하도록 가르치는 할애비로서 선생님들께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2층과 이곳저곳을 다닐 때도 고모 손을 끌고 다니며 곁에서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옥상에 나가서는 준모가 방울토마토를 따고 고모가 씻어주자 반으로 쪼개어 과즙만 빨아 먹었습니다.
과육은 맛이 없는지 껍질처럼 생각하는지 먹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공놀이도 고모와 같이 하였습니다.
할애비는 편해졌지만 같이 놀자고 하지 않으니 준모가 평소에 잘하는 말을 빌리면 ‘삐치게’생겼답니다.
점심을 먹고는 조부모와 예술의 전당에 나들이를 갔습니다.
이면도로에서는 손을 잡고 가다가 큰길 보도에서는 앞장서서 뛰어갔는데
횡단보도 앞에서는 멈추어 서서 기다렸습니다.
예술의 전당 부근에 이르자 다리가 아프다며 할애비를 향해 양팔을 벌려 안아달라고 하였습니다.
입구 실내에 들어와 땀을 닦아주니 저편에 있는 음료수 자판기를 발견하고는 그곳으로 갔습니다.
가져온 음료수가 있다고 하였지만 자판기 음료수를 먹겠다고 하였습니다.
준모가 두 살 때부터 자판기에 돈을 넣고 버턴을 누르면 음료수가 나오는 과정을 신기해하며
사달라고 했는데 오늘도 자판기를 작동시켜 보고 싶은 모양입니다.
음료수를 먹으며 중앙광장으로 올라가니 아이들이 뛰어다니며 놀고 있었습니다.
준모도 할머니와 할애비에게 번갈아 ‘나 잡아 봐라’며 이리저리 피하며 뛰어다녔습니다.
자기또래 아이들이 노는 모습에는 별 관심이 없고 여섯 살짜리 아이들 그룹과 일곱 살짜리 아이들 그룹이
노는 모습을 한참 바라보더니 그 아이들과 같이 놀 수 있도록 이야기를 해 달라고 하였습니다.
한참을 뛰어놀고 나니 땀도 많이 흘리고 피곤한 모양입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할애비에게 안아달라고 하여 안고 오다가
팔이 아프면 할머니가 교대로 업어주었습니다.
집 가까이에서 안긴 채 잠이 들어 할머니가 업고 와 안방에 눕혀놓으니 2시간 정도 낮잠을 잤습니다.
작년 봄에는 혼자서 안고 왔는데 이제는 무리인 것 같습니다.
팔은 아팠지만 준모가 많이 자란 것 같아 마음은 한없이 뿌듯하였습니다.
준모가 잠을 자니 온 집안이 텅 빈 것처럼 적막감이 밀려왔습니다.
저녁 무렵이 되자 일어나 다시 집안에 활력을 불어넣었습니다.
할머니가 준비한 곰국과 호박전으로 저녁을 맛있게 먹고는 밖에 나가자고 하였습니다.
할머니, 고모와 함께 세 사람이 외출을 하였습니다.
놀이터에 가니 동네 아이들이 많이 나와 놀고 있었습니다.
준모는 공차기를 하며 놀면서도 초등학생들이 노는 모습을 부러운 듯 유심히 쳐다보았다고 합니다.
슈퍼에 가서는 과자 살 생각은 하지 않고 매장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고모와 장난을 쳤답니다.
집에 혼자 있으니 준모가 어떻게 노는지 궁금하여 밖으로 나가다가 아범을 만났고
아파트 중앙광장에서 모두 합류하여 집에 들어왔습니다.
준모가 문득 고모가 입은 청바지를 통해 무릎 살갗이 보이는 것을 발견하고는 호기심이 발동하였습니다.
고모의 다리를 억지로 끌어당겨 바지에 구멍이 난 것을 아빠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준모가 보기에는 고모가 떨어져 구멍 난 옷을 입은 것이 안쓰럽게 생각된 모양입니다.
준모가 고모의 구멍 난 바지에 계속 관심을 보이자 할머니가 짐짓 ‘준모야! 돈 있으면 고모 바지 하나 사주라.’고 하자
‘난 돈 없어’하고는 할애비에게 손을 내밀며 ‘하부! 돈 줘’하였습니다.
몇 번 돈을 달라고 하였지만 가만히 있으니 ‘하부는 욕심쟁이~’라며 놀려대었습니다.
아범이 ‘준모야! 집에 가자.’고 하자 ‘아니야 여기서 더 놀 거야.’라고 했습니다.
아범이 ‘그러면 여기서 놀다가 자고 와. 아빠는 간다.’고 하니 그제야 말없이 짐을 챙겼습니다.
조부모나 고모와 노는 것은 좋은데 잠은 집에 가서 엄마, 아빠와 함께 자는 것이 좋은 모양입니다.
차를 타기 전에 ‘저희들 가보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인사를 하고
차에 타서는 손을 흔들어 주며 집으로 향했습니다.
준모야! 오늘 놀이터랑 예술의 전당에 가서 재미있게 잘 놀았니?
유치원 놀이에서 너의 선생님 연기는 대단히 훌륭하였단다.
건강하게 생활하고 자주 놀러 오세요.
안녕~ 우리 도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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