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2018년

장난감 사주세요

돌샘 2018. 10. 21. 15:30

장난감 사주세요

(2018.10.3.)

아범과 새아기가 외부 약속이 잡혀 준모와 지우는 할머니 집에서 놀기로 했습니다. 인사를 마치자 각자 가지고 온 장난감을 풀어헤쳐 놓았습니다. 준모가 나팔처럼 생긴 장난감을 들고 줄을 잡아당기자 플라스틱 회전날개가 공중으로 날아올랐습니다. 높이 솟아오른 비행체를 바라보며 준모가 환호성을 올리자 지우도 덩달아 큰소리를 질렀습니다. 할애비도 호기심 어린 눈길로 비행 물체가 천정으로 날아올라 벽을 타고 내려오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집에서 날릴 때는 천정이 낮아 비행과정을 충분히 볼 수 없었으나, 할머니 집 거실은 2층 높이라 회전날개가 공중으로 서서히 날아오르고, 천정과 벽에 부딪혀 낙하하는 과정을 볼 수 있으니 실감이 나는 모양입니다. 준모가 장난감을 나에게 건네주며 재미있다며 직접 해보도록 권했습니다. 처음엔 요령이 없이 줄을 당겼더니 조금밖에 날지 않았으나 힘을 주어 재빨리 당기자 높게 날아올랐습니다. 쏘아올린 회전날개가 2층 마루에 떨어질 때면 준모와 지우가 괴성을 지르며 계단을 뛰어 올랐습니다. 회전날개가 벽에 부딪혀 장식장이나 소파 뒤쪽에 떨어지면 물건을 모두 들어내고 찾아내야했습니다. 지우는 어느새 소꿉놀이 그릇에 정성스레 음식을 담아 할애비에게 먹으라며 건네주었습니다. 아빠, 엄마가 외출한다고 알렸지만 모두 노는 일에 열중하느라 관심을 두지 않았다가 나중에야 어디 갔느냐고 물어보았답니다.

 

할머니가 점심을 차리고 있었지만 지우가 과자를 들고 나와 먹겠다며 껍질을 벗겨달라고 하였습니다. ‘지우야! 밥을 먹은 후에 과자를 먹어야 해.’하였지만 뜻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밥부터 먼저 먹어야 착하지. 그러면 과자 껍질도 벗겨주고 나중에 장난감도 사줄 텐데...’ 했더니 그제야 밥부터 먹겠다고 하였습니다. 장난감이라는 말이 위력을 발휘한 모양입니다. 손주들이 할머니가 준비한 음식을 맛있게 먹는 것으로 보답을 했습니다. 점심을 먹고는 준모가 방에 보관 중이던 야구장난감을 가져와 시합을 하자고 하였습니다. 밖에서 놀 때는 캐치볼보다 공차기를 좋아하지만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는 야구시합을 좋아했습니다. 외출했던 아범과 새아기가 돌아오자 준모는 다시 비행접시를 날리고 지우는 컴퓨터 방에서 자동차 타기를 즐겼습니다. 어느 순간 준모가 ‘이제 장난감 사러가자!’고 외치자 모두들 장난감을 사러 외출에 나섰습니다. 그 동안 장난감은 주로 마트에서 샀지만 아범과 준모의 경험을 바탕으로 오늘은 ‘다이소’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가게는 남부터미널 4거리 부근에 있습니다. 3대가 산책을 겸하여 노닥거리며 천천히 걷다보니 20분 넘게 걸렸나 봅니다. 지우는 걸어가는 도중에 손을 내밀며 ‘할아버지 장난감 사게 돈 주세요.’하거나 ‘업어 주세요.’하며 애교를 부렸습니다. 기대 속에 먼 길을 힘들게 도착했지만 아이들 마음에 드는 장난감이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이왕 내킨 김에 아범과 함께 남매를 데리고 지하철을 타고 고속터미널 매장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고속터미널 매장은 엄청 넓고 장난감도 다양한 종류가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준모와 지우는 각자 좋아하는 장난감을 찾아 이곳저곳 진열대를 살폈습니다. 준모는 장난감의 가격과 본인의 선호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신중하게 품목을 결정하고, 때로는 바구니에 담았던 장난감을 다른 것으로 바꾸기도 했습니다. 나이에 이르게(?) 예산을 고려한 계획적인 쇼핑을 하느라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습니다. 지우는 마음에 드는 장난감을 직감적으로 결정하여 신속하게 바구니에 주워 담았습니다. 장난감 쇼핑이 끝날 즈음에는 먼 길을 걷고 오랫동안 서성인 결과 다리가 제법 피곤했습니다. 손주들이 지하철을 환승까지 하여 역에서 집까지 걸어가는 것은 무리라 판단되었습니다. 집에 전화를 해서 서초역 부근 마트에 차를 가져나오면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귀가하도록 하였습니다. 준모와 지우 모두 지하철을 갈아타고 마트로 걸어 갈 때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지우는 아범에게 안기기라도 했지만 준모는 계속 걸었으니 다리가 많이 아팠을 겁니다. 원하는 장난감을 사 마음에 위안이 되었는지 준모는 끝까지 힘 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답니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마트에 들어서자 저쪽 엘리베이터 부근에서 나오는 할머니를 발견했습니다. 우선 음식매장에 자리를 잡자 준모는 탁자위에 새로 산 장난감을 꺼내놓고 조립하여 작동시키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 음료수로 목을 축이고 피자와 치킨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나니 피곤이 상당히 회복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집에 돌아와 준모는 다시 비행접시 날리기를 했는데 비행체가 벽에 설치된 빛 가리개에 얹혀버렸습니다. 비행체를 끄집어 내리기 위해서 예전에 풍선을 내릴 때도 사용했던 낚싯대를 동원했습니다. 낚싯대를 보자 준모가 낚싯대로 마술을 했던 기억이 떠오르는지 간단한 마술연기를 선보였습니다. 오빠가 마술을 하여 칭찬과 박수를 받자 지우도 마술을 하겠다며 자청하여 나섰습니다. 마술연기를 마칠 때 환호성과 박수를 쳐주자 만면에 웃음을 지었습니다. 준모의 언행과 주위의 반응이 동생인 지우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실감할 수 있는 사례였습니다. 지우는 할머니의 목마를 타고 좋아서 깔깔대는 사이 밤은 깊어만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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