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2018년

밝은 달이 떴어요

돌샘 2018. 9. 29. 20:34

밝은 달이 떴어요

 

(2018.9.23.)

올 추석에는 귀향을 하지 않고 시제(時祭) 때 모여 제수 장만을 거들기로 했습니다. 추석전날에 용인 아저씨 댁에 명절인사를 다녀오는데 준모 식구가 들리겠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집안을 정리하고 언제 보아도 반가운 손주들을 맞았습니다. 지우는 예쁜 치마와 저고리를 입고 왔습니다. 명절인사를 겸해서 방문한 모양입니다. 멀리 마산으로 귀성했다가 며칠 후에 상경할 때는 미리 명절인사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올 추석에는 추석 다음날 애들 고모내외도 한자리에 모이는 날 인사를 받기로 했습니다. 준모는 2층으로 올라가 윷놀이 기구, 바둑판과 흑백 돌, 장기짝을 들고 내려왔습니다. 명절엔 곧잘 윷놀이를 했기 때문에 오늘도 추석을 염두에 둔 것 같습니다. 할애비와 윷놀이에서 이기는 판에는 ‘아싸~’하며 특유의 뽐내는 행동을 보였습니다. 바둑 알까기 시합도 벌이며 준모가 어릴 때부터 하던 명절놀이가 총동원되었습니다. 예전에는 무관심하게 보던 장기짝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졌습니다. 어린이 장기인 ‘호비 장기’를 가지고 노는 영향인가 봅니다. 여러 가지 말들의 행마법 설명을 하자 복잡하여 짧은 시간에 숙달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듯 곧 시들해졌습니다.

 

할애비가 저녁을 먹자 준모는 집에서 밥을 먹었지만 조금만 먹었다며 같이 식사를 하겠다고 하였습니다. 할머니가 갓 부쳐준 호박전과 조기구이가 맛있다며 밥 한 그릇을 다 먹었습니다. 지우는 밥은 먹지 않았지만 외갓집에서 수확해 가져온 사과와 포도를 맛있게 먹었습니다. 포도가 맛있다며 혼자서 거의 한 송이를 다 먹었습니다. 옷을 갈아입히고 스스로 먹도록 그냥 두었더니 여기저기 과즙을 잔득 묻혀 놓았습니다. 지우는 ‘백설 공주’ 동화를 구연했는데 긴 내용을 차분하게 잘 설명했습니다. 내일이 추석이라 창 너머엔 둥근 달이 두둥실 떠올랐습니다. ‘준모야! 지우야! 둥근 달이 떴다. 여기 와서 봐~’했더니 우르르 몰려와 달구경을 했습니다. 올해도 우리 손자, 손녀 모두 건강하고 바르게 자라도록 돌봐준 달님에게 감사를 드렸습니다. 오빠를 타고 넘으며 장난을 치던 지우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췄습니다. 준모도 합류하여 춤을 추며 일순간에 집안 분위기를 띄워놓았습니다. 창 너머엔 둥근 달이 떠오르고 손주들은 노래와 춤으로 환영하는 추석전야제를 벌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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