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출장/체코,독일,스위스(2018)

스위스 취리히

돌샘 2019. 5. 19. 15:16

일곱째 날(스위스 취리히)

(2018.10.11)

이번 여행 중 가장 달콤한 잠을 자고 일어나니 기분이 상쾌했다. 아침은 호텔에서 제공하는 간단한 차림이었지만 구미에 맞았다. 주위 테이블을 둘러보니 우리만 부부고 모두 남녀 1인 여행자들만 보였다. 남은 빵과 커피를 가져가 간식 때 먹기로 했다. 귀국할 짐을 챙기고 오늘 관광준비를 마친 후 샤워를 하고 체크아웃을 하여 가방을 맡겼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 일정인 취리히 관광에 나섰다. 지난번 융프라우 관광 시에도 취리히를 경유했지만 별 구경할 것이 없다하여 루체른만 관광했었다. 취리히 역 지하 COOP매장에 들러 점심용 생선초밥을 사 배낭에 넣고 관광지를 표시한 지도를 들고 구경에 나섰다. 역 앞 분수대에서 중앙대로를 거쳐 ‘리마트’강가로 나갔다. 물감을 뿌려놓은 듯 푸른 강물은 소리 없이 흐르고 강가에 늘어선 가로수엔 단풍이 곱게 물들었다. 서울보다 조금 일찍 단풍이 들었나 보다. 언덕 위 조그만 공원에 올라 내려다보니 건물의 갈색 지붕과 그 사이로 흐르는 에메랄드빛 강물, 교회의 첨탑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골목길과 교회, 신시가지를 거쳐 넓은 취리히 호숫가로 나가니 선착장과 유람선도 보였다. 공원 벤치에 앉아 생선초밥과 빵으로 점심을 먹고 유람선 매표소에 가 행선지와 소요시간, 요금을 확인했다. 유람선 구경을 염두에 두었지만 괜찮은 코스는 모두 서너 시간 이상이 소요되었다. 유람선 관광은 생각을 접고 호숫가 오페라 극장을 거쳐 ‘그로스 뮌스터’ 교회로 갔다. 전망대 입장료의 경로할인을 받고 회전식 계단을 어지럽게 돌고 돌아 첨탑에 올랐다. 취리히 호수와 리마트 강, 교회의 첨탑들과 시내가 한눈에 들어왔다. 이번 여행에서 과감하게 유료 전망대에 올라 멋진 경치를 구경한 것은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 호수와 언덕, 강과 마을이 어우러진 경치를 마음껏 감상하고 전망대를 내려오니 여행의 끝나감이 아쉬웠다. 리마트 강을 거슬러 상류 쪽 문화센터 방향 강변 숲길을 천천히 걸었다. 강가에 하늘높이 쭉 뻗은 큰 나무의 가지가 버드나무처럼 축 처져 강물에 닿을 듯 매달린 모습이 이색적인 구경거리를 제공했다.

 

호텔에서 짐을 찾아 여유 있는 시간에 기차표를 끊고 공항으로 향했다. 열차에 빈자리 2개가 붙어 있는 곳이 없어 집사람과 떨어져 앉았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는구나. 세 번째 역이었지 생각하며 느긋하게 창밖을 바라보았다. 안내방송과 문자판에 다음(NEXT)역이 공항이라고 알려주었을 땐, 세 번째 역인데 한 곳은 논스톱으로 통과하는 열차편으로 생각했다. 우리나라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정류장을 안내할 때 이번은 A, 다음은 B로 안내하는 방법에 익숙했기 때문이다. 열차가 플랫폼에 정차하자 많은 사람들이 짐을 들고 내렸다. 이제 다음 역에 내려야지 생각하며 옆 사람에게 확인했더니 공항역은 방금 지났다고 했다. 아뿔싸! 낭패스러운 일을 당하고 말았다. 집사람에게도 알려 두 사람이 일어서 안절부절못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최악의 경우에는 한국행 비행기를 놓치는 상황이었다. 다음 역에 내려 되돌아가야 하는데 급행열차라 멀리 장시간 달려 정차하면 비행기시간에 늦게 된다. 평상심을 되찾으러 애썼지만 마음은 뿡~ 떠있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열차는 이삼십 분 정도 달려 제법 큰 역에서 정차를 했다. 내리자마자 플랫폼에 보이는 역무원에게 달려가 공항으로 가는 기차를 몇 번 폼에서 타는지 확인했다. 가방을 끌고 허급지급 이동하여 열차시간을 확인하니 또 다른 불상사만 생기지 않으면 비행기시간에 도착 가능했다. 목적지를 지나 되돌아가는 기차 편이니 표를 다시 끊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그냥 타기로 했다. 불안하고 초조했던 시간이 흘러 목적지로 향하는 기차에 올랐고 드디어 공항 역에 도착했다. 예전에 한 번 왔던 공항이지만 탑승수속을 하는 곳이 빨리 눈에 띄지 않았다. 집사람은 아직도 마음이 조급한 상태로 보여 탑승시간에 여유가 있다며 안심을 시켰다. 한국인 직원에게 항공권을 보여주자 다행히 일찍 좌석을 배정받을 수 있었다. 의자에 기대어 앉으니 공항 역을 지나쳐 당황하던 순간부터 되돌아오는 과정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눈앞에 펼쳐졌다. 탑승을 하고 기내식을 먹고 나니 피곤과 함께 졸음이 몰려왔다. 한숨 길게 자고 일어나자 인천공항에 접근하고 있었다.

 

(맺는말)

이번 여행은 여행과정에 예상치 못한 일과 돌발 상황이 발생하여 당황과 걱정도 했지만 결국은 순조롭게 풀려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특히, 스위스 베른과 취리히 관광은 뜻밖에 덤으로 하게 된 셈이다. 이국땅에서 계획을 변경하고 추가적인 관광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범 내외와 딸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 특히, 프라하에서 취리히로 가는 항공편은 해외에서 자력으로 구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나이가 들어 여행을 하면서 믿음직한 자식들을 둔 행복감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여행의 줄거리를 아기자기한 꿈 이야기처럼 남겨놓는다. 건강을 잘 가꾸어 다음 여행을 떠날 수 있기를 바라며...

 

 

 

 

 

 

 

 

 

 

 

 

 

 

 

 

 

 

 

 

 

 

 

 

 

 

 

 

 

 

 

 

 

 

 

 

 

 

 

 

 

 

 

 

 

 

 

 

 

 

 

 

 

 

 

 

 

 

 

 

 

 

 

 

 

 

 

 

 

 

 

 

 

 

 

 

 

 

 

 

 

 

 

 

 

 

 

 

 

 

 

 

 

 

 

 

 

 

 

 

 

 

 

 

 

 

 

 

 

 

 

 

 

 

 

 

 

 

 

 

 

 

 

 

 

 

 

 

 

 

 

 

 

 

 

 

 

 

 

 

 

 

 

 

 

 

 

 

 

 

 

 

 

 

 

 

 

 

 

 

 

 

 

 

 

 

 

 

 

 

 

 

 

 

 

 

 

 

 

 

 

 

 

 

 

 

 

 

 

 

 

 

 

 

 

 

 

 

 

 

 

 

 

 

 

 

 

 

 

 

 

 

 

 

 

 

 

 

 

 

 

 

 

 

 

 

 

 

 

 

 

 

 

 

 

 

 

 

 

 

 

 

 

 

 

 

 

 

 

 

 

 

 

 

 

 

 

 

 

 

 

 

 

 

 

 

 

 

 

 

 

 

 

 

 

 

 

 

 

 

 

 

 

 

 

 

 

 

 

 

 

 

 

(집사람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