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출장/체코,독일,스위스(2018)

스위스 베른

돌샘 2019. 5. 19. 13:57

여섯째 날(스위스 베른)

(2018.10.10)

새벽 5시 알람을 해두었지만 이른 새벽에 잠이 깨 온갖 잡념 속에서 날이 새었다. 약속시간보다 조금 이른 6시 20분경 밖으로 나가니 부근에 주차되어 있던 웬 승용차 조명이 켜졌다. 공항택시가 미리 도착하여 기다리고 있다가 우리가 나가니 불을 켰던 것이다. 공항택시가 제시간에 도착하지 않으면 어쩌나 했던 근심,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여행책자마다 소개된 프라하 택시의 바가지요금 주의보가 체코 사회전체에 대한 불신을 초래한 모양이다. 택시는 안개가 자욱한 새벽 공기를 헤치며 공항으로 질주했다. 이른 새벽 텅 빈 공항에 들어서 항공편을 확인하고 의자에 앉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취리히 행 항공사는 예전 파리에서 바르셀로나 갈 때 이용했던 ‘부엘링 항공’이었다. 오늘의 여행을 위해 어제 저녁 마트에서 사두었던 빵을 먹으며 아침을 때웠다. 항공기 탑승이 다소 지연되었지만 취리히 공항에는 정시에 도착했다. 공항역 매표소를 찾아 ‘취리히HB’로 가는 티켓을 끊었다. 집사람이 선 채로 영수증과 카드를 챙겼는데 방금 사용한 신용카드가 보이지 않아 당황했다. 소지품을 재확인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매표소 계산기에 그대로 꼽혀있었다. 기차표 발권에 온 정신이 팔려 일어났던 작은 소동은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플랫폼에서 올라, 열차 2층 창가에 자리를 잡으니 실내가 깨끗하고 좌석배치도 마음에 들었다. 열차가 출발하자 제복을 입은 차장이 검표를 했는데 티켓을 보여주자 여기는 1등석이라며 자리를 옮겨달라고 했다. 열차 3번째 정차한 취리히HB역에서 하차하여 예약된 호텔부터 찾아 나섰다. 다른 승객들과 함께 넓은 지하공간으로 나왔는데 가야할 방향을 종잡을 수가 없었다. 나중에 생각하니 1층 대합실로 올라가 천정에 설치된 대형 조형물로부터 방향을 잡아야했다. 집사람이 지나가는 청년일행에게 호텔약도를 보여주며 길을 물었다. 청년 2명이 직접 호텔을 찾아주겠다고 나서, 지하도 계단에서는 집사람 가방도 들어주었다. 조그만 다리를 건너 사방을 둘러보며 호텔을 찾는 도중, 집사람이 먼저 호텔 간판을 발견했다. 길을 안내해 준 청년들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프런트에서 투숙객 명부 작성과 세금을 지불했다. 한 시간 반 후에 체크인을 한다기에 짐을 맡기고 베른 관광에 나서기로 했다. 역에서 매표소가 얼른 눈에 띄지 않아 현지인 아줌마에게 물었더니 바로 옆에 있었다. 알고 보면 바로 옆에 있거나 쉬운 것도 낯선 여행자에게는 모르거나 힘든 일이 되고 만다. 차표를 끊고 기다리는 시간에 지하상점에서 햄버그와 빵, 생수를 사 간단하게 요기를 했다. 여행과 관광이 뭔지... 아침 점심을 모두 빵 한 조각으로 때웠다.

 

기차를 타고 1시간 즈음에 베른에 도착했다. 여행 자료에는 중간에 한 곳 정차하는 것으로 소개되어 있었지만 우리가 탄 기차는 직행했다. 여행자안내소에서 얻은 베른 관광지도에 윤정이가 보내준 구경할만한 곳을 옮겨 적고 위치를 표시를 했다. 역 밖으로 나와 첫 목적지를 현지인의 도움으로 확인하자 다음 위치는 지도를 보며 쉽게 찾아갈 수 있었다. 시가지 중심가에 설치된 시계탑과 다양한 형상의 분수탑 그리고 건물에 설치된 조형물들이 나그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좁은 차도에 트램과 자동차 그리고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이 엉키다보니 간혹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천천히 시내를 구경하고 강 건너 곰 사육장에 이르렀을 즈음 다리가 아파왔다. 저쪽 언덕 위에 있는 ‘로즈가든’에는 가야할지 말지 망설여졌다. 집사람이 다시 오기 힘든 곳이니 가보자하여 지친 다리로 언덕길을 올랐다. 언덕을 오를 땐 제법 덥고 힘들었지만 가든의 시설도 볼만했고 그곳에서 바라본 베른 시가지는 환상적인 모습이었다. ‘아레강’이 시가지 오른쪽으로 급히 달려왔다가 언덕 아래에서 왼쪽으로 휘돌아 나가며 절경을 만들어 놓았다. 반대편 길로 시가지를 되돌아나가며 베른 대성당과 협곡, 강 건너 숲속에 보이는 건물들과 시가지 이모저모를 천천히 구경했다. 시가지가 넓지 않아 충분히 구경하고도 오후 6시 2분 취리히행 기차를 탈 수 있었다. 승차권을 살 때는 대합실에서 대기표를 뽑고 한참 기다려야 차례가 왔다. ‘빨리빨리’문화에 익숙한 우리에겐 특이(?)하게 보였다.

 

숙소에 도착하여 방에 들어가니 맡겨놓았던 가방을 모두 넣어 놓았다. 피곤이 몰려왔지만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날은 어두운데 사전 정보가 없으니 어디서 무엇을 먹어야 할지 막연했다. 숙소부근 강변을 따라 걸었지만 마땅한 음식점을 찾지 못하고 역 앞 중심가까지 가서야 체인점인 일본 ‘스시집’을 발견했다. 생선초밥과 우동을 주문하여 허기를 달랬는데 스위스의 높은 물가를 짐작할 수 있었다. 숙소에 돌아와 자리에 눕자 그동안 밀렸던 잠이 솟아졌다. 모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집사람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