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손녀/2~3세 성장기록

할머니 잘 하잖아요

돌샘 2021. 7. 16. 22:06

할머니 잘 하잖아요

(2021.7.10.)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소민이가 웃으며 뛰어나와 할애비를 와락 끌어안았습니다. 기분이 좋은 듯 제법 힘차게 안았습니다. 소민이가 오빠는?”하면서 준모 오빠가 여기에 오느냐고 묻는 듯했습니다. “준모 오빠는 할 일이 있어, 오늘 못 온 데.”했습니다. 잠시 실망하는 듯했지만, 할머니께 인사를 하며 관심이 자연히 딴 곳으로 흘러갔습니다. 옆방에서 야구놀이 장난감을 들고 나와 아빠와 야구경기를 하더니, 잠시 후엔 루미큐브블록을 가져와 할애비와 블록을 배열하며 놀았습니다. 엄마가 소민아! 우리 노래할까?”하자, 소민이가 대뜸 거실에 보료를 펴달라고 했습니다. 노래를 부르며 춤도 추려는 듯, 아랫집에 소음이 들리지 않도록 하려나 봅니다. 집에서 하던 소음 조심이 할머니집에서도 변치 않았습니다.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다가 할애비 합죽선을 들고 나와 재롱을 부리기도 했습니다.

 

하늘정원에서 물놀이를 할 수 있도록 물분사기와 대야, 작은 공을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더위가 심한 편이 아니라, 소민이가 물속에 들어가지 않고 물분사기로 장난을 치며 놀도록 했습니다. 소민이가 분사기를 잡고 대야와 물확에 물을 채우다가 갑자기 할애비에게 물세례를 날렸습니다. 그냥 단순하게 물을 채우는 행동보다는 장난을 치며 놀고 싶은 모양입니다. 갑자기 물을 뿌리면, 괴성을 지르며 급히 피하거나 도망치는 모습이 재미있나 봅니다. 할애비는 물에 젖은 옷도 말리고 컴퓨터 배울 것도 있어 실내로 들어오면서, 어멈이 돌보도록 했습니다. 컴퓨터 방에서 작업을 하던 중에 어멈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 나가보니, 물벼락을 맞은 듯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사진을 찍느라 곁에 있다가 소민이의 짓궂은 장난에 걸려들었나 봅니다. 어멈이 수도꼭지를 잠가버린 듯, 소민이가 물을 틀어달라며 칭얼대었습니다. 할머니가 물을 뿌리지 않겠다는 소민이의 약속을 받아내고는 다시 물을 틀어주었답니다.

 

소민이가 젖은 옷을 갈아입고 아빠와 내가 작업하는 컴퓨터 방에 들어왔습니다. 소민이가 대뜸 자기가 컴퓨터를 하겠다며 의자를 차지하고 앉아 자판을 마구 두드렸습니다. 두더지 동영상을 켜 주었더니, 가만히 지켜보다가 화면에 나오는 영어발음을 따라 하기도 했습니다. 영어를 가르쳐 준 적이 없지만, 본능적으로 듣고 따라 하나 봅니다. 여름엔 물장난이 제일인 듯, 소민인 다시 하늘정원으로 나갔습니다. 분사기를 틀어달라고 했지만, 옷을 갈아입었으니 젖으면 안 된다며 대야에 받아놓은 물을 이용해 놀도록 했습니다. 물분사기가 없으니 별 재미가 없는 듯 조금 놀다가 거실에 내려갔습니다. 소민이가 할머니에게 TV를 틀어달라고 했습니다. 할머니가 나는 틀 줄 몰라, 할아버지에게 틀어 달라고 해.”했더니, 소민이는 다 알고 있다는 듯 능청맞게 할머니 잘 하잖아요~”하며 재촉했답니다. 어른들이 하는 말을 듣고 그냥 따르기보다는 자기가 보고 들은 사실을 바탕으로 스스로 판단하는 모양입니다.

 

식사 후 소민이가 옆방에서 비행접시 장난감을 가지고 나왔습니다. 소민이는 아직 제대로 날리지 못해 할애비가 날리면, 떨어진 비행체를 주워오곤 했습니다. 비행접시를 발사기에 장착시켜 주며 직접 날려보도록 권했습니다. 소민이가 끈을 힘껏 잡아당기자, 예상 밖에 비행접시가 공중으로 날아올랐습니다. 소민이는 자기가 날린 것이 신기하고, 칭찬까지 받으니 기분이 좋은 듯 얼굴 가득 미소를 지었습니다. 집에 돌아갈 시간이 되었지만 소민이는 핑크퐁을 더 보고 가겠다고 했습니다. 엄마가 내려가면 차에 있는 젤리를 준다며 설득을 했습니다. 소민이가 차에 도착해 작은 젤리 한 봉지를 받아들고는 무척 좋아했습니다. 그때 할머니가 소민아! 젤리 할머니 줄래?”했습니다. 옆에 있던 할애비는 아이 마음 아프게 왜 저런 말을 할까생각되었지만,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소민이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젤리 봉지를 할머니에게 건넸습니다. 짧은 순간에 일어난 일이지만, 소민이의 행동이 마치 슬로비디오를 보는 듯 눈에 들어왔습니다. 좋아하는 젤리를 힘들게 얻었지만, 할머니에게 선뜻 내주는 어린 마음이 아름다웠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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