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손녀/2~3세 성장기록

할아버지! 저거 뭐지?

돌샘 2021. 7. 23. 21:05

할아버지! 저거 뭐지?”

(2021.7.17.)

소민이네와 함께 하는 시간을 코로나 거리두기 4단계에 맞추어 조정했습니다. 점심식사를 함께하고 놀다가 저녁 식전에 헤어지기로 했지요. 오늘은 소민이네가 오면서 유아욕조 만한 비닐 수조를 가져와, 자연히 물놀이가 펼쳐졌습니다. 바람을 불어넣은 비닐 수조를 하늘정원에 내놓자, 소민이는 뒷방에 들어가 물장난할 때 가지고 놀 공을 찾아왔습니다. 소민어멈은 집에서 준비해온 물총과 소꿉놀이용 장난감을 건네줬습니다. 소민이는 분사기 손잡이를 눌러 수조에 물을 받다가 물확과 화분에 물을 주었습니다. 물을 받는 도중에 분사기를 슬쩍 나에게로 돌려 반응을 떠보는 듯했습니다. 물줄기가 바짓가랑이로 날아들었지만 피하지 않고 얼른 물총을 들어 소민이에게 쏘았습니다. 물총은 물줄기가 가늘었지만 소민이가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듯, 당황하며 손으로 가로막았습니다. 물놀이를 할 땐 맞대응을 해야 재미가 날 것 같아, 옷 젖을 각오를 했답니다. 할머니는 점심식사 준비가 끝났다고 연락했지만, 소민인 물장난을 쉬 그칠 것 같지 않았습니다. 파라솔과 테이블 여기저기에다 물을 실컷 뿌리고 나서야 식사를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할머니가 소민이에게 뽀뽀를 해달라고 했지만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나한테 뽀뽀를 해주면 맛있는 과일과 빵을 사줄 텐데...”하자,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할머니에게 다가서 뽀뽀 세례를 날렸습니다. 그러고는 언제 사 줄건 지 할머니에게 물었습니다. 소민이가 얘기를 그냥 흘려듣지 않고, 들은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인했답니다. 2층 컴퓨터 방에 올라가 장난감 자동차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자동차 놀이를 어릴 때부터 꾸준히 하는 걸 보면, 나름대로 재미가 있는 모양입니다. 자동차 놀이가 시들해질 즈음 다시 하늘정원에 나가 물놀이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분사기를 힘껏 당겨 하늘을 향해 물을 뿌리다가 문득 생각이 난 듯, 정원용 기구들을 모아둔 곳에서 조리개를 찾아왔습니다. 조리개에 물을 받아, 들고 다니면서 화분에 물을 주었습니다. 예전에 누가 조리개를 이용해 화분에 물을 주던 모습을 눈여겨 봐두었던 모양입니다. 소민이가 비닐 수조에 앉아 소꿉놀이 장난감 그릇에 음식 모형을 담아서 내게 건네주었습니다. 받아들고 냠냠하며 음식 먹는 시늉을 한 후에 그릇을 돌려주자,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좋아했습니다.

 

소민이가 작은 북을 들고 나와 놀다가, 실로폰을 가져와 두드리며 연주(?)를 했습니다. 토끼모양 머리띠를 쓰고 의자 위에 올라가 팔짝팔짝 뛰며 재롱을 부리기도 했습니다. 야구경기 장난감과 루미큐브 블록을 번갈아 가져 와 아빠하고 놀았습니다. 소민이가 다시 옆방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내가 따라 갔습니다. 소민이가 나를 돌아보더니 책상 위에 있는 물건을 가리키며 할아버지! 저거 뭐지?”하고 물었습니다. 뭔가 봤더니 소민이 주려고 배달시켜놓은 학용품이었습니다. “소민아! 너 주려고 사놓은 학용품인데, 조금 있다가 할머니 오면 줄게.”하니, “~”하고 대답했습니다. 조금 후 할머니가 마트에서 돌아오자, 소민이가 서둘러 학용품을 들고 나왔습니다. 선물을 빨리 받고 싶은 마음에 애타게 기다렸나 봅니다. 선물이라며 학용품을 건네주자, 두 손으로 받아들고 좋아했습니다. 조부모가 소민이에게 뭘 주면, 좋아하는 마음을 표정과 행동으로 잘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소민이가 옆방에 있는 장난감을 두루 가지고 놀아보려는 듯, 이번엔 비행접시 날리기를 들고 나왔습니다. 지난주부터 잘 날리기 시작해서 소민이가 계속 날리게 했지만, 자기는 비행체를 줍겠다며 나더러 날리도록 했습니다.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다 되어 갈 무렵, 소민이가 문득 오빠와 언니가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지난주에도 오빠는?”하고 찾았던 기억이 났습니다. 소민이가 예전부터 준모 오빠를 잘 따르고 함께 노는 것을 좋아했는데... 만난 지가 제법 되었나 봅니다. 야구경기 장난감과 루미큐브 블록, 비행접시 날리기 등 오빠가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보니 더욱 생각이 나나 봅니다. 아이들은 아이들과 놀아야 재미가 날 테니, 코로나가 진정되면 함께 모이도록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