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3~4세

맑은 날 장화를 신었어요

돌샘 2015. 4. 10. 16:06

장화 신고 할머니 댁에 갔어요

(2015.4.4)

준모가 예쁜 장화를 신고 할머니 댁에 왔습니다.

맑은 날씨에 웬 장화인지 물어보니 오늘 하늘정원에서 물장난을 하려고 준비해온 모양입니다.

모처럼 준모와 아범 그리고 할애비 3대가 식탁에 함께 앉아 식사를 하였습니다.

준모는 혼자서도 음식을 흘리지 않고 식사를 곧잘 한답니다.

식사를 마치고 블록 쌓기 놀이를 하다가 실내 꽃에 물을 주도록 분무기를 가져다주었습니다.

처음에는 꽃에 조심스럽게 물을 뿌려주다가 장난기가 발동하자

블록과 창문, 거실바닥에 물을 뿌리며 깔깔대고 웃었습니다.

할머니가 분무기를 빼앗았다가 꽃에만 물을 뿌리도록 준모와 약속을 하고

다시 주었는데 이를 어기자 분무기를 치워버렸습니다.

분무기를 찾다가 보이지 않자 가져온 비눗방울 기구를 꺼내 들고 거실에서 불려고 하였습니다.

옥상에 나가서 불어야 한다고 설명하였으나 분무기를 치워 마음이 상했는지 막무가내였습니다.

할머니와 실랑이를 하다가 울먹이는 소리로 ‘아빠~ 나 아빠한테 갈래.’하며 억지를 부렸지요.

할머니가 일부러 ‘그래 안 되겠다. 준모를 아빠한테 데려다 주어야겠다.’고 강하게 나오자

자연스럽게 할애비 손을 잡고 옥상에 나가 물놀이의 재미에 빠져들었습니다.

물놀이를 마치고 내려오자 할머니가 준모에게 젤리 두 봉지를 주었는데

할애비와 고모에게만 나누어주고 할머니에게는 주지 않았습니다.

할머니도 하나 달라며 손바닥을 내밀고 사정을 해도 할애비와 고모에게만 더 주고 놀리듯 피하며 주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장화를 신고 올 때부터 짐작은 했지만 여러 번 옥상에 나가 꽃에 물주기와 물장난을 하였습니다.

오전에 처음 물놀이를 할 때는 분사기와 물뿌리개를 번갈아 들고는

조심스럽게 화분에 물을 주고 간간이 물줄기를 멀리 뿜어대는 장난을 하였습니다.

두 번째 물놀이를 할 때는 벽과 화단 그리고 화분에 고압분사를 하여

물이 넘치고 화분의 흙이 튀어나오는 것을 마냥 즐겼습니다.

오후에 세 번째 물놀이를 할 때에는 작년에 방울토마토를 심었던 곳에 다가가

두리번거리며 ‘하부! 토마토 왜 없지?’하고 몇 번이나 물었습니다.

'모종을 심어야 해. 하부가 올해도 토마토를 심을 테니 준모가 따라.’고 말했습니다.

갑자기 ‘하부! 비눗방울 불어.’하기에 영문을 몰라 ‘준모가 불어야지.’했더니

비눗방울을 불고 얼른 분사기로 물을 뿌려 날아가는 비눗방울을 맞추며 신이 났습니다.

준모의 의도를 알아채고는 내가 비눗방울을 불어주니 깔깔대며 물줄기로 비눗방울을 터뜨렸습니다.

그러고 보니 방울토마토를 찾은 이유도 물줄기를 쏘아 맞추어 굴러가도록 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작년 여름에 조손이 물놀이를 할 때 물줄기로 바닥에 놓인 토마토 굴리기와

비눗방울 맞추기를 했는데 준모가 잘 기억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어느새 준모가 들고 있던 분사기가 할애비를 향했습니다.

‘그러면 안 돼!’하며 황급히 도망을 쳤지만 분사기를 떠난 물줄기는

나의 온몸에 떨어지고 준모의 웃음소리가 멀리 퍼져 나갔습니다.

 

거실에서 태권도를 선보였는데 자세를 그럴듯하게 잘 취하고

동작에 힘이 있어 공격을 받아 맞으면 제법 아플 정도였습니다.

‘태권!’하는 구호와 함께 주먹 내지르기를 하고 ‘발차기!’하며 오른발과 왼발을 번갈아 찼습니다.

준모가 재롱을 부린 언행 중 조부모를 한참 웃게 만들거나 흐뭇하게 한 내용을 소개합니다.

준모가 양손 검지를 위로 펴 귀 옆에 갔다대고는 ‘하부! 도깨비 놀이하자.’고 하였습니다.

‘어떻게 하는데?’하고 물었더니 ‘하부! 내 따라해. 도깨비다!. 무섭다. 빨리 도망가자.’하며 도망가라고 하였습니다.

시킨 대로 '도망가자'며 안방으로 뛰어갔더니 준모가 뒤따라 들어와 주먹과 발차기로 공격해왔습니다.

‘으악’하며 쓰러져있으니 ‘하부! 에너지 없어? 내가 밧데리 충전시켜 줄게.’하며

비닐 공을 내 몸에 대고는 조금 있다가 ‘하부! 이제 에너지 충전 다됐지?’하였습니다.

준모가 다시 ‘하부! 나는 여기 지킬게. 하부는 저기 가서 지켜.’라고 하였습니다.

아마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어떤 내용을 기억하여 모방과 창작을 통해 재현하는 모양인데

준모가 모든 것을 주도하고 할애비에게 일일이 지시를 하며 꽤 어려운 단어까지 스스럼없이 구사하였습니다.

준모가 식탁 부근에서 뜬금없이 ‘할머니는 밥은 잘 해.’하고는

조금 있다가 ‘전(煎)도 맛있어.’하여 할머니를 흐뭇하게 하였습니다.

내가 저녁식사를 하는 동안에는 할머니와 놀며 기다리라고 했는데

내가 식사 중에 베란다에 나갔다가 들어오니 준모가 ‘할머니는 가. 저리 가’하며 나하고 놀려고 했습니다.

식사를 마친 줄 알았나 봅니다. ‘하부가 아직 식사 마치지 않았어. 할머니하고 더 놀아.’했더니

준모가 ‘하부는 식사를 마치지도 않고 왜 왔다 갔다 하지?’하며 할애비 흉을 보았답니다.

아범이 퇴근하여 식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려고 하니 준모는 할애비와 더 놀다가 여기서 자겠다고 하였지만

내일 일정을 고려하여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준모야! 오늘 더 놀고 싶었던 아쉬운 마음은 다음 기회로 미루자구나.

너의 언행이 볼 때마다 발전하여 조부모 마음을 흐뭇하게 할 뿐만 아니라 자주 생각나게 하는구나.

동생 지우도 예뻐해 주고 남매간의 우애를 차근차근 쌓아나가기 바란다. 

우리 도련님! 다음에 또 만나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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