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2016년

'잘 가라', '네~'

돌샘 2016. 6. 5. 13:54

‘잘 가라’, ‘네~’

(2016.5.29.)

적막감마저 감도는 나른한 일요일 오후.

전화 한 통에 갑자기 집안이 부산해졌습니다.

손주들이 온다는 연락을 받은 때문이지요.

사돈댁에서 보낸 음식을 전하면서 준모와 지우도 같이 온다고 하였습니다.

준모는 반짝이는 발광 신발을 신고 가슴가득 장난감을 안고 왔습니다.

지우는 엄마에게 안겨 눈인사를 하듯 큰 눈망울로 할애비를 바라보았습니다.

준모는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장난감 자동차 꽁무니에 키를 넣고

눌러 쏜살같이 달려 나가는 작동 시범을 보여주었습니다.

아마 할애비가 처음 보는 장난감일 테니 보여주고 싶었나 봅니다.

지우도 이리저리 뛰듯이 분주히 다니며 좋아했습니다.

그러다가 오빠 장난감을 잘못 밟아 미끄러지면서 엉덩방아를 찧었습니다.

제법 아플 텐데 괘의치 않고 일어나 장식장으로 가서

이것저것 만지고 흔들어보며 호기심을 충족하느라 바빴습니다.

 

준모는 꽃을 본다며 하늘정원으로 나가 방울토마토 열매가 달린 것도 확인했습니다.

토마토가 아직 초록빛을 띄고 있으니 따려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빨갛게 익어야 딴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모양입니다.

꽃에 물을 준다며 물뿌리개와 분사기를 번갈아 들고 화분에 조심스럽게 물을 주었습니다.

준모가 오늘은 화분의 흙이 튀지 않도록 물을 조심스럽게 잘 주는구나

생각할 즈음 물줄기가 점점 거세졌습니다.

물줄기가 옥상난간을 넘는가했는데 어느새 할애비를 향했습니다.

가슴부위에 물을 맞고 ‘준모야! 안 돼!’하며 돌아서니

등 뒤에서 ‘히~ 히~’하는 웃음소리와 함께 물줄기가 등을 두드렸습니다.

‘준모야! 그러면 같이 안 논다.’며 황급히 실내로 피신하자

준모가 씩~ 웃으며 뒤따라 들어왔습니다.

내 얼굴과 젖은 옷을 한번 훑어보고는

그 정도 일로 무슨 호들갑이냐는 듯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었습니다.

 

지우는 2층 계단을 기어오르는 일이 재미나는 모양입니다.

기어오를 때는 뒤에서 지켜보고 내려오려 할 때는

안아서 거실에 놓아주면 또 오르기를 반복했습니다.

준모가 유사한 월령에 계단 기어오르기를 무척 좋아했던 행동과 똑 같았습니다.

자기 집에 없는 시설이 호기심으로 더 큰 흥미를 이끌어내는 모양입니다.

컴퓨터 방에 들어가면 소파에 올라가 책장에 놓여있는 이것저것을 만지다

목걸이에 유독 많은 관심을 가졌습니다.

지우 목에 걸어주었더니 나를 한번 쳐다보고 미소를 지으며 좋아했습니다.

거실에서 놀 때는 필통에 꽂혀있는 볼펜을 끄집어내어 흩뜨리고

이 사람 저 사람에게 하나씩 나누어주기도 하였습니다.

돌잡이 때도 필기구를 먼저 잡았는데, 필기구에 관심이 많은 모양입니다.

집에 가려고 차에 올라 안전벨트를 매었는데 준모가 소변이 마렵다고 했습니다.

할머니와 새아기는 준모를 소변 할 곳으로 데려가고 지우 혼자 차에 남았습니다.

지우가 혼자 있으면 울까봐 문을 열고 차안으로 몸을 넣어

얼굴을 쳐다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지우야! 정말 예쁘구나!”, “지우야! 잘 가라.”하고는

“지우야! 할아버지가 잘 가라.”고 하면 “예~”하고 대답해야지 했더니 나를 빤히 쳐다보았습니다.

귀여워서 머리를 쓰다듬으며 “지우야! 잘 가라.”고 했는데 뜻밖에 지우가 “네~”하고 큰소리로 대답을 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대답에 귀를 의심하며 다시 “지우야! 집에 잘 가라~”고 하니 또렷하게 “네~”하고 대답했습니다.

할머니와 새아기에게 지우가 “네~”하고 예쁘게 대답하더라고 전했지요.

할머니의 “지우야! 잘 가라~”는 말과 지우의 “네~”하는 귀여운 대답이 지하주차장에 반복하여 울려 퍼졌습니다.

 

준모야! 오늘은 오랫동안 놀지 못해 아쉽구나.

이제 날씨가 점점 더워지니 머지않아 하늘정원에서 조손간에 물놀이를 할 수 있겠구나.

올 여름에는 지우도 물놀이 하는 것을 좋아 할 것 같단다.

안녕~ 우리 도련님! 건강하게 여름 맞이해요...

 

지우야! 이제 곧 너의 말문이 터지려나 보다.

꽃봉오리도 부풀어 오르다가 어느 날 꽃망울이 터지는 것처럼

너의 말문도 한껏 부풀어 오른 상태인가 보다.

‘네~’하고 대답하는 너의 귀여운 모습이 자꾸 떠오르는구나.

안녕~ 우리 공주님! 또 만나요...

 

 

 

 

 

 

 

 

 

 

 

 

 

 

 

 

 

 

 

 

 

 

 

 

 

 

 

 

 

 

 

 

 

 

 

 

 

 

 

 

 

'남매 > 2016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강시민공원(잠원지구) 나들이  (0) 2016.06.12
오빠! 내가 애교부릴 테니 마음 풀어  (0) 2016.06.05
하와이 여행  (0) 2016.05.28
하부! 토마토 심었어? 딸기는?  (0) 2016.05.14
한강 시민공원 나들이  (0) 2016.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