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다섯째 날)
까사 바뜨요는 숙소에서 가까운 위치에 있어 예약시간에 맞추어 걸어서 갔다.
입구에서 인터넷 예매권을 보여주고 입장하자 오디오가이드를 나누어주었다.
한국어 오디오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아 영어 오디오가이드를 받았다.
이 건물은 가우디가 리모델링 설계한 건축물로 건물외부는 해골과 뼈를 이미지화하고
지붕은 공룡의 등뼈를 형상화했다고 한다.
건물내부에 붙어있는 일련번호에 따라 해당 오디오버튼을 누르면
해당 부위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장식된 형상이 화면에 나타났다.
거실의 벽난로 모양은 버섯형상, 내부의 색상은 바다를 연상할 수 있는 색감으로 설계했다고 한다.
설명을 들으며 이곳저곳을 감상하고 옥상으로 나가니
지붕과 굴뚝이 다양한 모양과 색상의 타일로 모자이크되어 있었다.
건물 전면의 지붕을 바라보니 공룡의 등을 연상할 수 있는 형상을 이루고 있었다.
자연과 그 산물의 특성에서 영감을 얻어 이미지화한 가우디 건축설계 기법을 생각하며 까사 밀라로 향했다.
까사 밀라는 현재 주민들이 살고 있는 건물이므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붕 위로 직행하도록 관람코스가 정해져있었다.
출구를 나서자 지붕에 설치된 독특한 모양의 굴뚝들이 우리를 맞이했다.
어떻게 보면 외계인을 닮았고 일견 몬세라트에서 보았던 큰 바위의 형상을 닮은 것 같기도 했다.
건물이 그다지 높지 않아 시야가 넓게 트이지는 않았지만 우뚝 솟은 성가족성당이 보였다.
계단을 내려오는 지정된 장소에는 건축 당시 주민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여러 가지 생활도구가 전시되어 있었다.
“가우디 한 사람이 바르셀로나 시민들을 먹여 살린다.”는 말이 헛말이 아닌 것 같다.
우리만 해도 비싼 입장료를 내고 여러 곳을 관람했으며 이곳을 여행한 주 목적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점심은 음식점 ‘라폰다’에서 전문요리를 맛보기 위해 레이알광장 부근으로 찾아갔다.
해물 ‘빠에야’와 레드 와인을 주문했는데 국내에 꽤 알려진 까닭에 한국 관광객들이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빠에야’라는 음식은 우리 식성에도 잘 맞고 요리솜씨도 괜찮은 것 같았다.
오후에는 다양한 모양의 크고 작은 요트들이 정박해 있는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탔다.
바다 위에서 몬주익 성과 콜럼버스 기념탑, 시가지, 요트들을 바라보니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유람선이 내해를 항해하다가 어느덧 등대와 방파제를 지나 외해로 나가니 배가 파도에 크게 일렁이기 시작했다.
은근히 멀미가 걱정될 무렵 유람선은 서서히 방향을 틀어 내해로 향했다.
선착장에서부터 천천히 걸으며 이곳 해변지역인 바르셀로네타 구경에 나섰다.
대형쇼핑몰을 둘러보고 포트 벨을 거쳐 해변에 이르니 많은 관광객들이 보였다.
조금 낯선 흑인들이 여기저기에서 모래사장에 깔고 앉을 돗자리용 큰 천을 파는 모습이 보였다.
백사장에는 젖은 모래로 다양한 형상을 조각하는 예술가(?)들도 눈에 띄었다.
역시 바닷가에는 젊은이들이 많았고 간혹 철 이른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도 있었다.
저녁식사를 염두에 두고 천천히 해변을 걷는데 집사람은 혹시 길을 잃을까 걱정하는 눈치였다.
추천받은 해물요리 전문식당을 찾기 위해 경찰관에게 길을 물으니 친절하게 가르쳐주었다.
식당에 한국관광객이 많이 찾아오는지 한글 메뉴판도 준비되어 있었다.
해물 모둠요리를 주문하니 코스요리처럼 음식이 세 번에 걸쳐 나왔는데
소문과 달리 맛과 가격 모두 ‘보케리아’시장 ‘BARCENTRAL'보다 못했다.
숙소로 가는 버스노선이 애매하여 조금 망설였는데 우리가 탄 버스가 다행히 숙소 부근을 지나갔다.
이제 바르셀로나지역 관광을 마쳤고 내일이면 파리에서 또 다른 여행을 하고 있을 것이다.
바르셀로나는 지하철 노선이 잘 정비되어 있고 역간 거리가 짧아 관광하기 편리한 도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