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째 날)
오늘의 첫 번째 관광은 계획대로 섬 동쪽 끝 해변부근에 있는 ‘아크로티리’ 선사 유적지를 찾았다.
입장료가 꽤 비쌌지만 괘의치 않았다.
‘산토리니’ 섬 화산이 폭발하기 전에 형성된 어촌마을이 화산활동의 피해를 입은 상태로 발굴되어 있었다.
유적지가 ‘폼페이’처럼 대규모는 아니었지만 화산피해를 입은 후 마을을 재건한 형태도 잘 보존되어 있었다.
발굴된 유물과 유적이 학술적으로 가치가 높은 듯 지붕과 벽으로 잘 보호되어 있었다.
유적지를 나와 바닷가 휴게소에서 경치를 구경하며 잠시 망중한을 즐겼다.
버스를 타고 '피라' 마을 방향으로 가다가 ‘산토 와인’이라 적힌 건물 앞에서 하차를 했다.
와이너리 견학과 포도주 시음으로 유명한 곳이지만 우리는 먼저 바닷가 전망대로 갔다.
해안절벽아래 쪽빛 바다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의 포말, 멀리 바라보이는 섬들이 절경을 자아내었다.
‘피라’ 마을은 물론이고 멀리 ‘이아’ 마을까지 까마득히 시야에 들어왔다.
그 사이 중국인 관광객들이 들이닥쳐 갑자기 주위가 왁자지껄해졌다.
실내 와인 전시장과 기념품 판매장을 천천히 둘러보고 ‘피르고스’ 성채 마을을 구경하기로 했다.
성채 마을로 가는 교통편을 잘 몰라 여의치 않으면 걸어가기로 작정했는데
때마침 그곳으로 가는 버스가 눈앞에 나타나는 행운이 굴러들었다.
종점에 내려 언덕길을 천천히 오르니 아담하고 독특한 모양의 가게들이 눈길을 끌었다.
위치에 따라 보이는 종탑의 형태가 시시각각으로 변해갔다.
마을 정상에 올라서니 바람이 세차게 불어왔다.
바닷가 ‘산토 와인’은 물론이고 섬 전체의 대부분이 시야에 들어왔다.
점심때에는 ‘피라’ 마을 ‘니키’ 레스토랑을 찾았다.
바다와 당나귀 택시가 내려다보이는 창가에 자리를 잡고 시원한 맥주를 곁들려 여유롭게 식사를 했다.
식사 후에는 케이블카를 타고 바닷가로 내려갔다.
햇살이 따갑고 파도가 제법 크게 일렁이었다.
해변에 별 구경거리는 없었지만 부근 섬으로 떠나는 유람선 선착장이 있었다.
다시 마을로 올라와 언덕 비탈에 파란지붕이 보이는 특유의 정경을 눈에 담았다.
한낮 더위를 피해 노상카페에서 휴식을 취하고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다시 힘을 내 북쪽으로 난 해변 언덕길을 오르며 산책을 했다.
언덕 모퉁이를 돌아서자 해안절벽 위 언덕비탈에
하얀색 집들이 아기자기하게 들어선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어제 구경했던 ‘이메로비글리’ 마을과 연결되는 '피로스테파니‘ 마을인가 보다.
‘피라’ 마을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스핑크스’ 레스토랑을 찾아가 낙조를 감상하며 저녁식사를 했다.
'스핑크스‘가 유명세를 타고 있다지만 분위기나 종업원의 서빙자세는 어제 식당이 훨씬 좋았던 것 같다.
호텔로 돌아와 대기하고 있던 일행들과 합류하고 밤늦게 야간 페리 선착장으로 갔다.
선실에서 네댓 시간 밖에 잘 수 없지만 세면과 화장실 이용의 편의를 위해 4인실을 2인실로 변경했다.
2층 침대에 올라가 머리를 붙이자마자 섬에서 보낸 이틀간의 피곤이 몰려와 잠에 골아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