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민이가 선잠을 깼데요
(2022.10.3.)
소민이가 낮잠을 자느라 평소보다 늦게 출발한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도착해서도 선잠을 깼다며 내게 안기지도 않고 엄마 꽁무니에 붙어 현관을 들어섰습니다. 할머니께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했습니다. 이럴 땐 할애비에게 비장의 무기가 있답니다. 탁자 위에 올려놓은 책을 넌지시 가리키며 “소민이는 오늘 할아버지한테 책 선물을 안 받으려나?”하고 중얼거렸습니다. 소민이의 얼굴이 갑자기 환하게 변하더니 웃으며 슬슬 내게로 다가왔습니다. “책을 받으려면 할아버지한테 인사부터 해야지!”했지만, 큰소리로 깔깔대고 웃을 뿐 쉽게 인사를 하지 못했습니다. 자존심(?)과 관련된 문제라 한참 후에야 모기만 한 소리로 “안녕하십니까?”하고 인사했답니다.
‘종이접기’ 책을 소민이에게 선물로 전하자 할머니는 소반에 포도를 내놓았습니다. 소민이가 포도를 먹으며 씨를 골라내었습니다. 예전엔 껍질만 분리하고 씨는 그냥 먹은 것으로 생각되는데 그간 진일보했나 봅니다. 종이접기를 한 장씩 가위로 잘라서 인쇄된 선을 따라 접어 여러 가지 동물을 만들었습니다. 소민이가 문득 집 전화기를 들어 아빠, 엄마와 통화하고 할아버지와 전화를 하고 싶다 했습니다. 통화를 하면서 “소민아~ 오늘 어린이집에 왜 안 갔니?” 물었더니 “빨간 날은 어린이집에 안 가!”라고 야무지게 대답했습니다. 저녁 준비를 하고 있는 할머니께 가서는 “‘아삭아삭’ 맛있는 당근을 좀 달라”고 했습니다. 단어를 적절하게 사용하는 능력이 대단합니다.
아빠와 함께 2층 컴퓨터 방에서 자동차를 타며 놀다가 복도로 나와 거실에 있는 나에게 곰돌이 인형을 찾아 달라고 했습니다.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거실로 내려왔습니다. 아빠가 찾아준 곰돌이 인형을 안고서야 만족스러운 듯 ‘엘리가 간다’를 시청했습니다. TV로 ‘카봇’을 보다가 준모 오빠 이야기가 나왔는데, 오빠의 어릴 적 동영상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할애비 곁에 귀엽게 붙어 앉아 자기의 지난날 동영상도 열심히 보았답니다.
집에 돌아갈 준비가 끝났는데 소민이가 계단에 공 던지는 놀이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아빠, 엄마는 그냥 가려고 했지만 모처럼의 공놀이라 조금 하고 가도록 할애비가 나섰답니다. 조금만 놀아주면 기분 좋은 상태로 집에 갈 텐데, 기분을 언짢게 해 보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지요. 탁자 밑에 보관해 두었던 공을 건네주자 소민이는 계단 위로 힘껏 던지며 깔깔거리며 좋아했습니다. 자기 집에서는 할 수 없는 놀이라 할애비와 함께하는 공놀이를 더욱 좋아하는 듯합니다.
소민아! 오랜만에 계단에 공 던지는 놀이를 하니 재미있었니? 재미보다 더 중요한 건 부모님 말씀 잘 듣는 것이란다. 지금은 네가 어려서 너의 뜻을 우선적으로 들어주었지만, 크면 부모님의 뜻을 따라야 한단다.
안녕~ 또 만나요. 우리 공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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