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민이는 고모 집에 안 갈 건가?
(2022.10.9.)
소민이는 할머니가 발에 ‘깁스’한 모습을 봤지만 아직 정확한 상황을 이해하기 이른 모양입니다. 예전에 멍이 들고 긁힌 상처를 봤을 땐 안쓰러워하고 다음날 전화까지 했는데, 그때의 반응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그러나 뭔가 안 좋은 상황은 아는 듯 깁스한 발을 쳐다보지 않고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곤 했답니다. 한글 자음과 모음으로 구성된 스탬프를 선물하자 흡족한 표정으로 좋아했습니다. 아는 글자를 소리 내어 읽으면 잘 했다고 박수를 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배우는 것이 재미나야 스스로 배우고 익혀 큰 발전을 이룰 수 있겠지요.
소민이와 놀다가 “이거 소민이가 잘못했잖아!”라고 했습니다. 뭐라고 대답했지만 잘 알아듣지 못해 “뭐?”하고 되물었더니, “마이 미스테이크”라며 영어로 말했습니다. 오늘따라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자기가 똑똑하다는 얘기도 스스로 했습니다. 아빠, 엄마에게 뭘 물어보았는데 모른다고 하면 “검색해 봐!”라고 했답니다. 저녁에는 소민이네가 장충동에서 사 온 족발을 먹었습니다. 할머니는 소민이가 먹기 좋게 잘라 주었는데, 소민이는 살코기보다 뼈에 붙은 고기를 맛있게 발라 먹었습니다. 족발의 맛난 부위(?)를 아는 듯 치킨 다리처럼 뼈를 들고 열심히 뜯어 먹는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나왔답니다.
소민이가 종이에 아라비아 숫자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1부터 10까지 쓴 숫자가 아직 완전하지는 않았지만 잘 썼다고 박수를 치며 칭찬했습니다. 소민이는 칭찬 받는 것이 좋아 숫자를 여러 번 썼고 그때마다 많은 칭찬을 받았답니다. 어제 사 둔 ‘베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을 건네주었습니다. 소민이가 먹어 보니 맛이 좋은 듯 몸을 할머니 반대 방향으로 획~ 돌려 독차지하듯 먹었답니다. 아빠와 나무 조각품을 나열해 놓고 놀다가 할애비가 사진을 촬영하려고 하자 황급히 얼굴을 돌렸습니다. 예쁜 사진을 많이 찍어야 좋은 선물을 많이 받을 수 있다고 말했더니 손으로 턱을 받치는 포즈까지 잡아 주었답니다.
소민이가 큼직한 토끼 머리띠를 두른 채 비행접시 날리기를 들고 왔습니다. 이제 날리는 방법에 익숙해져 높다랗게 잘 날렸습니다. 아빠는 2층 복도까지 올라간 비행접시를 찾아주느라 바빴답니다. 예쁜 토끼 머리띠를 했으니 잘 부르는 노래를 하라고 권하자 율동을 하며 ‘산토끼’를 불렀습니다. 흥이 오르자 옆방에 있는 실로폰을 들고 나와 신나게 두드렸답니다.
소민이가 내 곁에 붙어 앉아 TV 어린이프로 ‘카봇’을 열심히 보고 있었습니다. 아빠, 엄마는 집에 돌아갈 준비를 끝냈지만 소민이는 쉽게 일어날 기색이 없었습니다. 기분 상하지 않게 집으로 보낼 방법을 생각하다가 혹시나 해서 “아빠, 엄마는 고모 집에 들른다고 하던데, 소민이는 고모 집에 안 갈 건가?” 했습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소민이가 큰 소리로 “나도 고모 집에 갈 거야!”하며 벌떡 일어났답니다. 고모내외가 잘 대해 주고 고종사촌 동생도 있으니 고모 집에 가는 것이 좋은 모양입니다.
소민아! 할머니 집에서 잘 놀았고 고모 집에 가서도 동생과 재미있게 놀다가 가거라. 한글과 숫자 공부 많이 해서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실컷 자랑하세요.
안녕~ 또 만나요. 우리 공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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