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사랑해요~
(2022.9.4.)
소민이가 3주 만에 할머니 집을 방문했습니다. 마중나간 할애비에게 와락 안겨 현관을 들어오며 좋아했습니다. 풀밭에 갔다가 모기에 물렸다며 얼굴과 팔 여러 군데가 벌겋게 부어오른 모습이 안쓰러워 보였습니다. 할머니가 포도를 내놓자 소민이가 포도 먹는 방법을 엄마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작년에도 포도를 잘 먹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의외였습니다. 포도를 다 먹자 사과를 달라하여 제법 먹었습니다. 소민이가 TV를 보면서 오늘따라 엄마 곁에 꼭 붙어 앉으려고 했습니다. “소민아! 할머니가 소민이를 위해 곰국도 끓여 놓고 좋아하는 포도도 사놓았는데 ‘감사합니다.’하고 인사해야지~” 했습니다. 인사할 마음은 있으나 말하기 멋쩍은 듯 망설였습니다. 몇 번 부추겼더니 할머니 옆으로 다가가 겨우 들리는 작은 목소리로 “할머니~ 감사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성격상 소심한 면도 있지만 몇 주 만나지 못한 영향이 큰 것 같습니다.
여름철 하늘정원에서 물놀이 하던 ‘비닐 풀’의 바람을 빼 보관하려다 소민이가 오면 놀이를 겸해 빼려고 그냥 두었습니다. “소민아! 비닐 풀 바람 빼러 가자”고 했더니 ”왜요?“ 하며 아빠 손을 잡고 2층으로 올랐습니다. 아빠가 마개를 뽑고 바람을 빼기 시작하자 자기도 무언가 도우려는 듯 옆에서 잡고 있다가 안에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아빠가 바람을 모두 빼고 비닐을 접어 보관하러 가자, 소민인 바둑알이 든 통을 가리키며 내려 달라고 했습니다. 흑백의 바둑알을 바닥에 흩어놓고 장난을 치다가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사람이 하나씩 가지기로 했습니다. 가위바위보를 할 때 누가 이겼는지는 잘 판단했지만 같은 것을 반복해 내는 약점(?)이 있었답니다.
바둑통을 들고 컴퓨터 방으로 옮겨가면서 할머니도 올라오도록 권했습니다. 할머니가 놀이 상대로 마주 앉자 소민이는 손가락으로 바둑알을 튕겼습니다. 바둑알이 마음먹은 대로 잘 튕겨지지 않으니 손으로 끌어당겨 바둑알을 쳤습니다. 할머니와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사람이 바둑돌을 하나씩 가지기로 하여 몇 판 진행하더니, 진 사람에게 바둑돌을 주자며 규칙을 바꾸었습니다. 할머니와 놀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는데 오른쪽, 왼쪽도 잘 구분하고 아는 것이 꽤 많았답니다.
소민이가 노래를 몇 곡 부른 후에 TV ‘엘리가 간다.’를 보고 있었습니다. 저녁 준비가 끝나 식사를 하려는데 소민인 과일을 먹어 배가 부른 듯 TV를 계속 보겠다고 했습니다. 보던 화면을 ‘중지’시켜 놓는 조건으로 함께 식사를 시작했습니다. 밥과 오리고기가 주 메뉴였는데 소민인 김을 달라고 했습니다. 결국 의견을 절충해 김을 주되 밥과 오리고기를 함께 먹도록 했습니다. 어른들이 식사를 마치자 소민이도 밥을 그만 먹고 TV를 보겠다고 했습니다. 자기 몫을 다 먹는 조건으로 특별히 TV 시청과 식사의 병행을 허용했답니다. 할애비 곁에 다정하게 붙어 앉아 TV를 보는 모습은 아까 엄마 곁에 앉으려던 태도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할머니에게 안기며 애교스런 목소리로 “할머니~ 사랑해요~”라 했답니다. 소민이가 마음에 격의를 허물고 한 발자국 다가서는 모양입니다.
주차장으로 내려갈 때 소민이가 짐을 든 내게 안기려고 했습니다. “할아버지가 이렇게 짐을 들어 너를 안아줄 수가 없는데”라고 말했습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소민이는 내가 든 짐을 엄마에게 들라 하고 찰싹 안겼답니다. 엄마 곁에 붙어 앉으려던 행동을 보일 때와는 완전히 달라진 태도였습니다. 자주 보지 못하면 조부모와의 애착 관계에 틈이 생겼다가 함께 놀고 얘기하면 다시 회복되나 봅니다.
소민아! 요즘 소민이가 조부모의 기분을 마음대로 흔드는 느낌이구나. 볼 때마다 아는 것이 많아지고 인지 및 표현하는 능력이 발달하니 좋구나. 가을에도 건강하고 슬기롭게 잘 자라거라.
안녕~ 또 만나요. 우리 공주님!
'외손녀 > 3~4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할머니! 내 신발 예쁘지요~ (1) | 2022.10.03 |
---|---|
할머니! 과자 가져왔어요~ (2) | 2022.09.24 |
소민이의 노래와 율동(2) (0) | 2022.08.20 |
소민이의 노래와 율동 (0) | 2022.08.20 |
신나는 비행접시 날리기 (0) | 2022.07.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