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2~3세

물놀이가 재미있어요

돌샘 2014. 6. 10. 21:57

물놀이가 재미있어요

(2014.6.7)

준모는 한 때 실내 어린이용 텐트에서 장난을 치며 놀기를 좋아하였습니다.

문득 창고 선반에 올려 진 채 오랫동안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캠핑용 텐트를 깨끗하게 손질하여

거실에 설치해 놓으면 준모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졌습니다.

근래에는 할머니 집에 오면 하늘정원에서 꽃에 물을 주는 분사기로

물을 사방으로 뿌려대며 노는 것을 좋아하는데 거실에 텐트를 쳐놓고 놀다가

심드렁해질 때면 하늘정원에 올라가 분사기를 가지고 놀도록 하면 좋아할 것 같습니다.

준모가 놀러온다는 소식을 듣고 며칠 전부터 텐트를 깨끗하게 씻어 말리고

가조립을 해보았다가 아침 일찍 거실에 설치해두고 도착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준모가 할머니 댁 현관을 들어서자마자 2층 계단을 올라가려고 하여

할애비가 ‘준모야! 저기 텐트 있다’하면서 주의를 환기시키자

텐트에 들어가서 잠시 놀다가 ‘물~물~’하면서 계단 쪽으로 행했습니다.

목이 마르니 물을 달라는 이야기가 아니고 2층 하늘정원에 올라가서 물놀이를 하고 싶다는 이야기이지요.

 

준모가 미소를 지으며 쉬지도 않고 허겁지겁 계단을 올라 정원으로 나가서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더니 분사기를 찾아내고는 웃으며 할애비에게 수도꼭지를 틀어달라고 하였습니다.

물이 분사되기 시작하자 깔깔대며 꽃에도 옹기에도 벽에도 가리지 않고

분사기를 상하좌우로 흔들며 이곳저곳으로 물을 뿌렸습니다.

그러다가 물뿌리개에 물을 담아 꽃에 물을 주면서 할애비를 쳐다보며 ‘같이~같이~’라는 말을 반복하였습니다.

지난번에 할애비가 꽃에 물을 주던 큰 물뿌리개를 가져와서 같이 물을 주자는 이야기인 것 같았습니다.

처음에는 꽃에 물을 주고 물줄기가 멀리 나가는데 관심을 두더니 서서히 장난기가 발동하여

할애비와 고모 가까이 경고성 물줄기를 보내고 드디어 직접 물세례를 날리기도 하였습니다.

조금 쉬도록 거실에 데리고 내려왔더니 텐트에 들어가 비닐공과 탁구공을 던지고 받으며 장난을 하고 놀았습니다.

하늘정원에 두 번째 나가 놀 때는 마치 물총 놀이를 하듯이 분사기를 쥐었다 놓았다 하여

물줄기가 분사되었다 그쳤다 반복되는 과정을 보며 깔깔대며 웃고 급기야는 지붕을 향해 물을 위로 분사하여

떨어지는 물줄기에 본인은 물론 옆에 있던 할애비와 고모도 물을 덮어썼습니다.

 

준모의 요청에 의해 아파트 광장으로 산책을 나섰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엘리베이터를 타면 아무 버턴이나 마구 눌렸는데 이제는 숫자를 알아 해당 층의 버턴을 잘 눌립니다.

밖을 나서자 새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오니 소리가 나는 쪽으로 손가락을 가리키며

그 쪽으로 다가서서 새가 어디에 앉았는지 두리번거려 할애비도 유심히 살펴보니 새가 전깃줄에 앉아있었습니다.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켜 주니 고개를 그 쪽으로 돌려 이리저리 살피다가

이윽고 새를 발견하고는 준모도 손가락으로 새를 가리키고는 발길을 옮겼습니다.

길을 걷다가 준모가 갑자기 ‘개미~’하면서 제자리에 섰습니다.

처음에 무슨 뜻인지 몰라 갸우뚱하며 길바닥을 쳐다보았더니 중간크기의 개미 몇 마리가 기어가고 있었습니다.

준모가 이제 단어는 제법 많이 알고 말도 2~3마디 연결하여 곧잘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준모가 개미가 있는 곳을 살짝 피하여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개미가 겁이 나서 피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의 존귀함을 알고 피하는듯하여 흐뭇한 마음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준모야! 이제 여름의 문턱에 접어들었구나.

볼 때마다 한 단계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니 할애비는 흐뭇한 마음 그지없단다.

더위에 지치지 말고 건강하게 자라세요. 다음에 또 만나 물놀이해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