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3~4세

옥상정원에 꽃을 심었어요

돌샘 2015. 3. 28. 21:39

옥상정원에 꽃을 심었어요

(2015.3.21)

내 생일이 음력 2월 5일이니 올해는 양력으로 3월 24일이지만

가족이 모이기 쉬운 일요일(3월 22일)에 점심식사를 같이하기로 했습니다.

12시 반쯤 되어 준모가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고 엘리베이터 앞에 기다리고 있으니

문이 열리자 환한 미소를 지으며 할애비에게 안겨왔습니다.

할머니가 거실에 상을 차리고 있는데 준모가 이리저리 무언가를 찾는 행동을 하였습니다.

생일케이크를 찾는 모양입니다. 케이크를 상에 올려놓으니 촛불을 켜라고 하였습니다.

‘준모야! 오늘 누구 생일이니?’하고 물으니 ‘하부 생일’이라고 대답하였습니다.

‘준모야! 할머니와 아빠 엄마도 모두 와서 촛불을 켜고 같이 생일 축하노래도 불러야지.’했더니

준모가 부엌으로 가서 할머니와 엄마를 빨리 오라고 재촉하였습니다.

준모의 성화에 식사준비 전 생일케이크에 촛불을 켜는 행사부터 먼저 하기로 하였습니다.

초는 준모가 직접 케이크에 꽂고 불을 붙였는데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고 박수를 친 후에

촛불을 불어 끌 때는 ‘하부 내가 도와줄게.’하면서 같이 껐습니다.

촛불을 다시 붙여 달라고 하여 이번에는 준모 나이에 맞추어 초를 네 개만 꽂았는데

생일 축하노래를 부를 때는 듣기만 하고 촛불도 혼자 불어서 껐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조부모 생일케이크 촛불을 끌 때 자기가 모두 끄려하였는데

올해는 ‘하부 내가 도와줄게.’하면서 촛불을 같이 껐습니다.

초를 네 개만 다시 켰을 때는 생일 축하노래를 본인은 부르지 않고 촛불은 직접 모두 껐습니다.

이제 생일 축하를 받는 사람과 축하를 하는 사람의 역할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준모가 준비해온 비눗방울을 불겠다고 하여 옥상정원으로 나갔는데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면서 깔깔대며 비눗방울을 불어 날렸습니다.

그리고는 외등 있는 곳으로 다가가 손바닥을 펴서 위로 올리는 손짓을 하며 불이 켜지도록 신호를 하였습니다.

아범이 출입문 입구에서 준모의 손짓을 보고 스위치를 켰다가 끄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작년 봄부터 가을까지 옥상정원에서 할애비와 여러 가지 놀이를 하면서 재미있게 보낸 기억이 되살아나는 듯

식사하러 오라는 연락이 왔지만 준모는 밥을 안 먹고 계속 놀겠다고 하여

밥 먹고 또 놀자며 한참을 설득해 거실로 내려왔습니다.

준모는 밥을 미역국에 말아 여러 가지 반찬을 골고루 얹어 허겁지겁 먹고는 더 달라고 하였습니다.

배가 고팠는데도 노는 재미에 배고픈 것을 잊었던 모양입니다.

식사를 제일 먼저 마치고 옥상정원에 올라가겠다고 하여 ‘준모야! 할머니나 아빠 또는 고모 중에서

식사를 먼저 마치는 사람과 같이 옥상에 가서 놀아야 한다.’고 했더니

누가 밥이 적게 남았는지 살피며 빨리 먹도록 재촉하였습니다.

준모는 고모하고 2층 컴퓨터 방으로 올라가 또봇을 보고 아범과 새아기는 백화점에 다녀온다며 외출을 하였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2층으로 올라가니 준모가 ‘하부! 꽃 심자.’고 제안을 하였습니다.

식전에 비눗방울 놀이할 때 ‘준모야! 다음에 하부 집에 오면 같이 꽃 심자.’고 했더니

‘예’하고 대답하였는데 그 말이 기억난 모양입니다.

잠바를 입히고 양말과 신발을 신겨 옥상으로 나가

작년에 쓰고 봉투에 넣어두었던 준모 꽃삽을 찾아주었더니 싱글벙글하며 좋아했습니다.

비닐온실에서 월동한 화분 중에 씨앗이 떨어져 새싹이 돋아난

화분 두 개를 가져와 빈 화분에 옮겨 심도록 하였습니다.

할애비가 빈 화분의 흙을 파낸 자리에 새싹을 놓고 주위를 흙으로 덮어주니

준모도 힘을 주어 새싹을 꽃삽으로 파서 옮겨 심었습니다.

꽃삽으로 흙을 팔 때 손에 흙이 묻으니 주저하는 것 같아 ‘준모야! 옷에는 흙을 묻히면 안 되고 손에는 흙이 묻어도 괜찮다.

나중에 손 씻으면 된다.’고 했더니 ‘예’하고는 망설임 없이 삽으로 모종과 흙을 여기저기 파서 옮겼습니다.

그리고는 ‘하부 꽃 더 가져와.’하였습니다.

다시 새싹이 자란 화분을 두 개 찾아 들고 오니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꽃 심기에 열중하였습니다.

꽃을 심는 귀여운 장면의 사진을 찍느라 내가 삽을 바닥에 내려놓으니 ‘하부 같이 해. 같이 꽃 심어.’하였습니다.

꽃을 더 가지고 오라는 주문이 계속되어 모두 여덟 개의 화분이 동원되었습니다.

밖에서 놀 때 손으로 흙을 만지면 만류를 했는데 오늘은 공인된 흙 놀이에 꽃삽과 새싹까지 동원되었으니 신이 났나봅니다.

꽃 심기 도중에 인조 잔디 바닥에 떨어진 흙을 할애비가 빗자루로 쓸어 쓰레받기에 담으니

준모가 그것을 보고는 자기도 흙을 쓸어 담았습니다.

 

손을 씻고 거실에 내려와 공차기와 공받기 놀이를 하다가 준모가 별안간 2층으로 올라가면서

‘하부 큰 공 2개와 작은 공 가지고 올라와.’하였습니다.

공을 가져다주었더니 2층 복도에 서서 난간너머 거실을 향해 공을 던졌습니다.

공이 떨어져 바닥에 부딪히며 ‘쿵’하는 소리가 나니 깔깔 웃어대었습니다.

할애비가 거실과 2층 복도사이를 부지런히 오가며 준모가 던진 공을 날라다 주었습니다.

그러다가 방에 들어가 컴퓨터를 켜기에 ‘준모야! 또봇 틀어줄까?’하고 물으니 ‘아니야 카봇 틀어 줘.’라고 하였습니다.

준모가 지정한 동영상은 ‘카봇’을 변신시키는 과정을 보여주는 프로였는데

책상의자에 앉아 있으니 스르르 졸음이 몰려왔습니다.

안락의자에 기대어 누워있는 준모를 쳐다보았더니 갓 잠이 든 모양입니다.

‘준모야! 거실 소파에 내려가서 편하게 자지.’했더니 눈을 살짝 뜨고는 ‘아니야 여기 있을래.’하고는 다시 눈을 감았습니다.

할머니가 거실소파에 옮겨 눕히고 이불을 덮어 주니 깊은 잠이 들었습니다.

준모가 30분 쯤 자고나서 눈을 뜨기에 ‘준모야! 하부가 딴 데 가지 않고 옆에서 지켜보고 있으니 안심하고

더 자라.’며 다독거려 주었더니 조금 더 자고는 다시 눈을 떴습니다.

할머니가 ‘준모야! 잘 잤니?’하고 물으니 ‘예’하며 대답하고 일어나 앉았습니다.

‘하부가 TV로 또봇 틀어줄까?’하니 ‘예’하고는 할애비 곁에 어깨를 맞대고 바짝 당겨 앉았습니다.

TV를 채 보기도 전에 아범과 새아기가 들어오는 벨소리가 들려왔고 곧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였습니다.

준모는 할머니가 주시는 과자 2봉지를 받아 짐 보따리에 넣고 주차장으로 향했습니다.

 

준모야! 오늘 하늘정원 꽃 심기 재미있었니? 다음에는 예쁜 꽃모종을 사놓을 테니 같이 심자구나.

다시 만날 때쯤이면 귀여운 동생을 둔 의젓한 오빠가 되어있겠구나. 안녕~ 우리 도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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