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생일
(2015.2.21)
준모의 생일은 2월 25일인데 올해는 평일이라 가족들이 모이기 편리한
토요일(21일) 점심 때 할머니가 생일상을 차려주었습니다.
어제부터 몇 번 슈퍼에 들락거리더니 생일상에는 밥과 미역국, 생선구이와 전 종류
그리고 과일과 과자류 등으로 간소하게나마 구색이 갖추어졌습니다.
오늘의 주인공 준모를 가운데 자리 방석 위에 앉히고 축하모임을 시작했습니다.
준모의 관심은 단연 앞에 놓인 생일 케이크에 모아졌지요.
고깔모자를 씌운 후에 촛불을 켜고 생일축하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런데 준모가 아빠, 엄마는 노래를 부르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준모야! 생일축하 노래는 모두가 축하하며 같이 불러야지. 왜 부르지 못하게 하니?’하고 물었더니
‘다 부르면 시끄럽잖아.’하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준모가 촛불을 불어 끄자 모두가 손뼉을 치며 세 번째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해주었습니다.
모두가 둘러앉아 오늘 할머니의 야심작인 곱창전골과 파전 등을 곁들여
맛있게 식사를 하는데 준모는 식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식사 후 케이크를 먹을 때는 직접 잘라 그릇에 담아 나누어주고 본인도 맛있게 제법 많이 먹었습니다.
그런데 준모가 케이크를 담은 그릇들은 상에 올려놓지 말고
거실 바닥에 내려놓고 먹도록 지시(?)하여 시키는 대로 따랐지만 그 이유는 아무도 알지 못했습니다.
조손이 공차기와 공 던지기 놀이를 하고 있는 중에 고모가 생일선물도 사고
아범과 새아기의 볼일도 있어 백화점에 다녀온다고 하였습니다.
준모가 ‘엄마~ 가지마. 엄마는 여기 있어.’하기에 ‘준모야~ 고모가 생일선물 사 준다는데
엄마가 같이 가야 준모가 좋아하는 장난감 골라서 사오지.’했더니 그제서야 엄마가 백화점 가는 것을 허락했습니다.
아범과 새아기가 현관에서 신발을 신고 있는데 고모가 방에서 빨리 나오지 않자
‘고모야! 빨리 나와야지.’하고 재촉을 하였습니다.
남은 사람은 준모의 의도에 따라 ‘또봇’과 ‘카봇’ 놀이를 하였는데 명령(?)을 잘 듣고 따라야했습니다.
‘할머니 이리 오세요.’하면서 안방으로 들어가자 할머니가 따라 들어갔습니다.
뭘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서 내가 안방으로 들어가니 ‘하부! 하부는 거실에 가서
준모야 거실로 나와 하고 부르세요.’라는 지시가 떨어졌습니다.
거실에 나와서 시키는 대로 ‘준모야! 거실로 나와.’하고 부르니 배를 바닥에 붙이고 포복하는 자세로 기어 나왔습니다.
그리고는 ‘할머니 이리 오세요.’하며 안방으로 다시 들어가
할머니에게는 자동차 모양으로 엎드려 웅크리도록 하였습니다.
준모가 ‘또봇’이나 ‘카봇’의 어느 장면을 상상하여 재현하며 노는 모양인데
우리는 그 내용을 알지 못하고 시키는 대로 따라만하였습니다.
예전에는 어른들이 준모가 재미있어 할 만한 놀이를 궁리하여 그렇게 하도록 유도했는데
요즘은 준모가 노는 방법을 생각해내고 어른들에게 역할을 분담시켜 노는 방법으로 발전되었습니다.
준모가 보고 듣고 해보았던 놀이를 바탕으로 상황에 적합하게 변형시키거나 독창적으로 만들어 내는 듯합니다.
준모가 ‘하부! 동영상 보자.’고 하여 ‘그래, 하부하고 같이 보자.’고 했더니 얼른 소파에 올라가 바른 자세로 앉았습니다.
첫돌 지나고 얼마 되지 않아 할애비와 처음 동영상을 볼 때 자세가 나쁘면 시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까봐
소파에 바른 자세로 앉아 보도록 했는데 그것을 잊어버리지 않고
이제는 습관이 되어 동영상을 볼 때면 이렇게 소파에 바로 앉는답니다.
최근부터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순서로 동영상을 보았는데,
첫돌 지난 얼마 후 장난감 오르간을 연주할 때 할애비가 ‘준모야! 노래해 봐라.’고 하자
마이크에 입을 대고 ‘아~아~아~’하는 소리를 내어 내가 ‘준모 노래 참~ 잘한다.’고
칭찬하는 장면을 볼 때는 부끄러운 듯한 표정을 지으며 몸을 비비꼬았습니다.
동영상을 보면서 할머니가 먹여주는 전을 제법 많이 받아먹었습니다.
또봇을 보려고 조손이 방석에 나란히 앉았는데 할머니가 ‘나는 방석이 없는데’하니 방에 들어가도록 허락을 하였습니다.
미동도 하지 않고 ‘또봇’을 보다가 갑자기 ‘엄마, 아빠, 고모 왜 안 오지?’하고 물었습니다.
‘준모가 좋아하는 장난감 사서 지금쯤 집에 오고 있을 거야.’했더니 다른 말이 없었습니다.
조금 있다가 ‘잠 온다.’하면서 소파 위로 올라갔습니다.
이불을 덮어주었더니 쿠션을 베고 금방 잠이 들었습니다.
현관 버턴소리가 들리고 백화점 갔던 세 사람이 돌아왔습니다.
‘준모야! 장난감 사왔다.’고 했지만 깊은 잠이 들어 들리지 않는 모양입니다.
지금은 소리가 들려도 잠이 장난감보다 좋겠지요.
집에 가기위해 옷을 입히고 양말을 신겨도 눈을 뜨지 않았습니다.
‘준모야! 고모가 좋은 장난감 사왔는데 고맙다고 해야지.’하니
순간적으로 눈을 뜨고 고개를 꾸벅하여 인사를 하고는 금방 눈을 감았습니다.
차에 태우고 ‘준모야! 바이~바이~ 안녕. 인사를 해야지.’했더니
번쩍 눈을 뜨고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손을 흔들다가 다시 잠이 들었습니다.
준모야! 세 번째 생일을 맞이하여 생일상과 선물도 받고 잘 놀았으니 기분이 좋았어요?
오늘 너와 같이 본 지난 동영상과 견주어보니 그 동안 우리 손자 정말 많이 자라고 발전했구나.
할애비는 네가 여러분들의 사랑을 받으며 구김살 없이 밝고 명랑하게 잘 자라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한없이 행복하단다.
노리안 가서도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잘 지내세요. 안녕~ 우리 도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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