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와 연못가에서 놀았어요
(2015.5.3)
과일을 먹기 위해 아범이 거실에 상을 갖다놓고 닦았는데 준모가 행주를 들고 다시 상을 닦았습니다.
‘준모야! 아빠가 조금 전에 상을 닦았으니 안 닦아도 된다.’고 했더니
‘아빠가 먼지 다 안 닦았어.’하면서 상을 정성스럽게 닦았습니다.
상 가운데를 닦으려고 했지만 팔이 미치지 못하자 상 위에 올라가려고 해서
‘준모야! 준모가 상 위에 올라가면 상이 부서진다.’고 했더니
상 주변을 한 바퀴 빙 돌아가면서 야무지게 상을 닦고는
식탁에 놓여 있던 과일접시를 하나씩 들고 와서 상에 올려놓고는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과일을 먹도록 권했습니다.
아침부터 내리던 보슬비가 그친듯하여 조손이 손을 잡고 소공원으로 산책을 나갔습니다.
집에 있을 때 갑갑했는지 밖으로 나오자마자 물 만난고기마냥 연못가와 분수, 숲길을 휘젓고 돌아다녔습니다.
‘하부는 이쪽을 가고 할머니는 저쪽에서 걸어! 나는 여기서 걸을게.
하부는 여기 있어! 내가 저쪽에 갔다 올게. 여기서 가다려!’
골목대장이 동내아이들에게 지시를 할 때처럼 준모가 시키는 대로 따랐습니다.
할머니는 먼저 집에 들어가고 연못가에서 놀고 있는데
부근 의자에 앉아 동화책을 보고 있는 아주머니와 아이가 눈에 띄었습니다.
준모가 그곳으로 다가가서 두 사람을 번갈아 살펴보고는
옆에 바짝 붙어 앉으며 할애비도 곁에 앉아라고 하였습니다.
동화책을 읽고 설명해주는 내용을 같이 듣고 싶은 모양입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연필을 헤아려보라면 자신 있게 세어 보이고
그림을 가리키며 ‘악어’, ‘공룡’하면 큰소리로 따라 읽었습니다.
그 아이는 다섯 살이라 준모가 한 살 적으나 조금도 뒤지지 않고 잘 하였습니다.
손자 덕분에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할애비 어깨가 자연스레 으쓱해졌답니다.
초등학생들이 연못가에서 놀고 있으니 준모도 합류를 하였습니다.
바위를 딛고 연못 아래로 내려가서 막대기로 물을 휘젓는 장난을 준모가 따라하려고 해서
‘준모야! 형들이 위험한 장난을 하고 있으니 따라하면 안되지.’했더니 위에서 지켜보았습니다.
바위를 밟기만 해도 할애비가 위험하다며 손을 잡으니
‘하부! 내봐’하더니 한쪽 발은 바위를 밟고 한쪽 발은 흙을 밟으며
위험한 행동을 하지 않으니 손을 잡지 말라는 설명을 행동으로 나타내었습니다.
갑자기 분수가 솟아오르니 아이들이 우르르 그곳으로 몰려갔습니다.
분수에서 흘러내린 물이 실개천을 거쳐 연못으로 흘러들었습니다.
막대기를 든 아이들이 실개천으로 달려가 물을 튕기는 장난을 하니 준모도 하고 싶은 모양입니다.
실개천이 얕아 막대기를 하나 빌려 준모가 한손은 내손을 잡고
한손으로 실개천 물을 내리칠 수 있도록 해주니 좋아라 깔깔대고 신이 났습니다.
아이들이 막대기를 버리고 어디론가 가버리자 준모가 막대기를 주워 들고
실개천에 던져 떠내려가면 할애비가 건져오도록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막대기로 실개천 물을 반복하여 세차게 내려치자 물이 많이 튀어 오르고
준모와 내 얼굴에도 물방울이 튕기자 까르르 웃으며 물장난에 재미를 더해갔습니다.
집에 들어와서는 ‘하부! 아빠 공격하자.’하고는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어떤 장면을 연상하는 공격을 하고
아범이 붙잡으면 ‘하부! 도와줘.’하고 ‘에너지가 떨어졌다.’며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기도 하였습니다.
할애비가 주위에 있는 장난감을 준모 몸에 대고 ‘뚜~ 뚜~’하면서 ‘충전 다 되었다.’고 하면
다시 일어나 발과 손으로 아범을 세차게 공격하였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지친 기색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탁자 위에 놓여있던 우산을 발견하고는 ‘누가 여기 두었지? 이건 여기 두면 안 되는데... ’하면서
들고 현관 신발장으로 가져가서 문을 열고 우산을 챙겨 넣었습니다.
산책할 때 내가 들고 나갔다가 올려놓은 우산이었습니다.
할애비가 손자 앞에서 어벙한 언행을 했다가는 야단맞게 생겼답니다.
저녁 무렵이 되어 ‘준모야! 집에 갈게. 다음에 보자. 하부 집에 놀러 와.’했더니
준모가 ‘밥 먹고 가. 밥 먹고 가~’하자 할머니가 ‘뭘 먹을 건데’하고 물으니
‘냉장고에 있는 걸 먹으면 돼.’하였습니다.
현관을 나서자 준모가 ‘아래까지 갈 거야.’하며 따라 나왔는데
엘리베이터 앞에서 아쉬운 작별을 하였습니다.
준모야! 오늘 즐겁게 잘 놀았니?
할애비는 널 만나서 놀고 나면 며칠간 온통 네 생각뿐이구나.
우리 도련님은 누굴 닮고 무얼 배워서 그렇게 다정다감하고 야무지기까지 할까요?
어린이날에는 아빠 엄마와 즐겁게 놀고 무럭무럭 자라세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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