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놀이는 언제나 재미나요
(2015.5.16)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준모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할애비에게 안겨왔고 아범은 자전거를 가지고 뒤따라 내렸습니다.
감기 때문에 병원에 들렀다가 온다기에 가급적 물장난은 시키지 않으려고 생각했지만 오늘도 피해갈 수는 없었습니다.
준모가 옥상에서 놀 때 제일 좋아하는 놀이가 물놀이기 때문이지요.
아침부터 저녁 무렵까지 블록놀이며 옥상 물놀이(3회), 자전거 타기(2회), 놀이터(3회), 산책 등 쉬지 않고 활동을 하였습니다.
준모가 재미나게 놀았던 내용을 놀이종류별로 요약 정리하여 블로그에 올려놓습니다.
(블록놀이)
베란다에 보관해두었던 블록꾸러미 2개를 거실에 내놓으려고 들고 나오니 준모가 자기가 옮기겠다며 끌고 나왔습니다.
‘와! 준모 힘세다.’고 칭찬을 하니 한번 씩 웃고는 지퍼를 열어 블록을 쏟아내며 ‘하부! 같이 쌓자.’고 하였습니다.
조손이 협력하여 금방 블록을 높이 쌓아올리자 준모가 비닐공을 던져 무너뜨리기 놀이를 하였습니다.
고모도 오라고 하여 놀이에 합류시키고 블록을 자기주위에 둘러쌓아 가두게 하고는 무너뜨리며 헤쳐 나오는 놀이도 하였습니다.
기차놀이를 하자며 블록을 일렬로 길게 연결해놓고 ‘하부는 여기 앉고 고모는 저기 앉아. 내가 할머니한테 가서 할머니도 태울게.’하고는
블록기차를 할머니 곁으로 끌고 가서 ‘할머니 여기 타.’라고 하며 할머니도 놀이에 합류시켰습니다.
틈틈이 소파 등받이 타기, 안마의자 작동 놀이, 현관 벨 누르고 영상보기 등의 온갖 장난을 쉼 없이 하며
모든 사람의 이목이 자기에게로 집중되니 더욱 흥이 나는 모양입니다.
점심식사 후에는 고모가 외출을 하자 ‘고모가 안가면 좋은데.’를 반복하며 아쉬워하였습니다.
(옥상 물놀이)
감기에 걸렸다고 좋아하는 물놀이를 만류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 물에 젖지 않도록 우의와 장화로 중무장(?)을 시켰답니다.
2층으로 올라가서 물이 담긴 페트병을 보자 ‘하부! 내가 꽃에 물 줄게.’하고는 실내화분에 물을 주었습니다.
지난겨울 페트병으로 실내에서 월동하는 화분에 물을 준 적이 있는데 그 일을 잘 기억하고 있는 듯했습니다.
옥상으로 나가서는 ‘하부! 같이 꽃 심자.’하여 ‘그래 꽃 심자.’며 꽃모종과 모종삽을 가져다주었더니
잠깐 꽃 심는 시늉을 내고는 물분사기가 눈에 띄자 물놀이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처음에는 물뿌리개에 물을 담아 화분에 주도록 유도하니 정성스럽게 물을 주었습니다.
두 번째 물놀이 할 때는 ‘하부! 토마토 있어?’하면서 작년에 방울토마토가 심겨져 있던 곳으로 갔습니다.
토마토 모종을 심은 지 얼마 되지 않아 큰 열매가 없다는 설명에 실망스런 표정을 지었습니다.
준모가 토마토를 찾는 의도를 알고 있는 할애비가 탁구공과 병뚜껑
그리고 하얗고 둥근 장식돌을 가져와 바닥에 나란히 놓아주었습니다.
준모가 쏘는 분사기의 물줄기가 탁구공에 닿자 공을 단번에 멀리 굴러갔습니다.
이번에는 물줄기가 병뚜껑에 날아들자 이리저리 밀리듯 구르듯 달아났습니다.
물줄기가 장식돌에 날아들 때는 잘 움직이지 않다가 집요하게 쏘아대자 조금씩 뒤로 밀려났습니다.
할애비는 화분사이로 굴러 들어간 탁구공과 병뚜껑을 이리저리 찾아 몇 번이고 준모 앞에 대령을 시켜야 했습니다.
세 번째 물놀이를 할 때는 할머니가 물놀이대신 비눗방울 날리기를 하도록 기구를 갖다 주었는데
의도는 달랐지만 준모도 바라던 일이라 좋아했습니다.
먼저 비눗방울을 날려 놓고 분사기 물줄기로 공중의 비눗방울을 맞추는 놀이로 변질되었습니다.
할애비에게 비눗방울을 날리도록 시켜놓고 신이 나서 깔깔대고 웃으며
분사기로 비눗방울 맞추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물줄기는 비눗방울이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이곳저곳 허공을 가르며 어지럽게 춤을 추었습니다.
(자전거 타기와 놀이터)
현관에 자전거를 뒤집어 놓은 상태에서 장갑을 끼고 양손으로 페달을 번갈아 밀어 바퀴가 돌아가는 원리를 터득하도록 한 후에
중앙광장에 내려와 준모가 자전거 페달을 밟도록 하니 처음에는 제법 굴러갔지만 의도대로 잘 되지 않는 모양입니다.
‘하부! 나 자전거 그냥 탈게.’하면서 밀어줄 때 타는 자세를 취했습니다.
아파트 정문으로 나가 후문 쪽으로 자전거를 탔는데 울타리 안쪽에 놀이터가 보이니 ‘하부! 나 저기 갈래.’하였습니다.
‘하부! 문 열 수 있어?’하고 물었습니다.
예전에 후문 비밀번호를 몰라 들어가지 못했던 할애비의 부끄러운(?) 과거를 기억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이곳 놀이터는 안전시설 미비로 1년 가까이 폐쇄되었다가 최근 보완하여 재개방하였기에 처음 이용하는 셈이지요.
미끄럼틀은 높고 낮은 두 개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올라가는 계단이 없고 밧줄을 타거나 철봉대를 잡고 올라가야 했습니다.
할애비는 조금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준모는 한번 둘러보더니 망설임 없이 밧줄을 타고 미끄럼틀 위로 올라갔습니다.
놀이터 시설을 탐색하듯 이것저것 잠깐씩 타보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두 번째는 조부모와 같이 나와 할머니는 슈퍼에 가고 조손만 남았는데 놀이시설에 금방 익숙해져 이것저것 번갈아 타보았습니다.
일곱 살이라는 남녀아이 세 명이 뛰어다니며 장난을 치는 모습을 보고
준모도 같이 놀고 싶어 접근을 하였지만 같이 어울리지는 못했습니다.
목이 마르다 해서 물통을 건네주었는데 물이 잘 나오지 않는 모양입니다.
물통을 열어 살펴보고 빨대를 조정하여 주었더니 ‘하부! 먼지가 들어갔어.’하였습니다.
무슨 말인가 했는데 보리와 옥수수를 넣어 끓인 엽차라 찌꺼기가 보이니 먼지가 들어갔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관찰력도 대단할 뿐만 아니라 보고 느낀 생각을 잘 표현하였습니다.
세 번째 놀이터로 가면서 중앙광장을 지날 무렵 준모가 ‘저기 고양이 있다.’고 해서 둘러보았으나 보이지 않아
‘준모야! 고양이 어디 있지?’하고 물으니 ‘저기!’하면서 손가락으로 가리켰는데 비닐봉투가 바람에 날리고 있었습니다.
‘준모야! 고양이가 아니고 비닐봉투인데 누가 버린 모양이다.’고 했더니
준모가 ‘저건 쓰레기통에 버려야 하는데.’하여 ‘그러게 말이야.’했더니
‘하부! 준모 착하다. 해야지!’하였습니다.
조부모가 얼굴을 마주보고 웃으며 ‘그래 준모 참~ 착하다.’하였더니 준모도 씩 웃었습니다.
준모가 고양이를 잘 알고 있는데 바람에 날리는 비닐봉지를 고양이라고 한 이유는 의문으로 남아있습니다.
놀이터에는 아이들과 보호자 여러 사람이 있었습니다.
준모는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며 여러 가지 놀이기구를 신나게 탔습니다.
한참을 놀고는 갑자기 슈퍼에 가자고 하였습니다.
뭘 사려는지 물어도 대답은 하지 않고 ‘우리 슈퍼에 가자.’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손을 잡고 슈퍼로 향해 가다가 돌연 나에게 안겨왔습니다. 잠이 오는 모양입니다.
할머니가 업으니 등에 기대어 금방 잠이 들었습니다.
피곤도 하겠지요. 하루 종일 쉴 사이 없이 놀았으니 말입니다.
잠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범이 도착했습니다.
할머니가 준모 먹을 것을 챙기고 집에 돌아가도록 깨웠습니다.
선잠이 깨어 볼멘소리를 내면서 할머니와 아범 그리고 나를 번갈아 보더니 할애비에게 안겨왔습니다.
오늘은 내가 당첨이 되어 주차장까지 손자를 안고 갈 수 있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이 할애비는 손자와 재미있게 노는 것보다 행복하고 보람된 일은 느껴보지 못했답니다.
준모야! 오늘 신나고 재미있게 잘 놀았니?
날씨가 더 더워지면 작년처럼 옥상에서 진짜 물놀이하자구나.
감기 빨리 낫고 건강해야지... 안녕~ 우리 도련님!
(오늘은 준모의 모습을 담는데 사진기사 3명이 동원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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