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날)
공항도로 정체가 예상되어 아침 일찍 공항으로 출발했다.
아테네 행 비행기는 저가항공으로 생각되었지만 기내서비스는 괜찮은 편이었다.
착륙을 위해 아테네공항 가까이에서 저공비행을 할 때 창 너머 바다는 색감이 다양한 파란색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는데 언덕들은 관목만 듬성듬성 자라는 황무지 같아 보여 다소 어리둥절했다.
공항 입국장에는 승객들이 많지 않아 수월하게 짐을 찾아 입국하고 현지 가이드를 만났다.
어제 터키공항 입국장에서의 번잡함과는 뚜렷하게 대비되었다.
현지가이드는 오늘 관광지를 당초 계획과 달리 편의상 ‘코린토스’로 변경하였다.
아테네에서 해안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한참을 달려 ‘코린토스’ 유적지에 도착하였다.
유적지 입구에서 내려 인근마을 식당으로 조금 걸어가는데 내리쬐는 햇볕이 강렬했다.
우리나라도 올여름은 유난히 더웠는데 이곳도 이상기후의 영향을 받아 8월 말에 이렇게 더운 것 일까?
점심은 야채샐러드와 ‘스블라키’라는 전통꼬치요리 그리고 맛있는 오렌지주스가 나왔는데 입맛에 잘 맞았다.
유적지 뒤편 높이 솟은 산 정상에 고성의 흔적이 아스라이 보였다.
현지가이드가 신화에서 시시포스가 신을 능멸한 죄로 벌을 받아
큰 바위를 산 정상으로 반복하여 밀어 올리는 산이라고 설명했다.
내가 읽은 신화에서는 산의 위치나 이름이 불분명하였으니 ‘믿거나 말거나’ 식으로 이해했다.
박물관에 들어서니 야외 뜰에 목 없는 대리석 인물조각상이 여럿 전시되어 있었다.
이것은 조각이 완성된 후 목이 떨어져 나간 것이 아니라
몸체 조각상을 이렇게 먼저 만들어 놓고 얼굴부위는 주문에 의해 조각하여 붙인다고 했다.
박물관 실내에는 유적지에서 발굴된 여러 조각상과 모자이크, 유물 등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가이드로부터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기둥 주두부의 형상에 따라 분류되는 ‘도리아’, ‘이오니아’, ‘코린트’식 기둥이 전시되어 있었다.
코린토스 유적지의 아폴론 신전과 아고라, 비마 터, 관청 터 등의 유적을 돌아봤다.
고대 그리스 유적이라 폐허에 가까운 상태였지만 잔존하는 일부분을 보고도 옛 영광을 상상하기에는 어렵지 않았다.
유적지 관광을 끝내고 부근 바닷가로 이동하여 옵션인 코린토스 운하 관광에 나섰다.
유람선 운항 시간이 되자 자동차들이 다니던 운하입구 교량은 해저로 잠수되고 배가 운하로 진입하였다.
운하 양쪽에는 가파른 절벽이 높게 서있고 그 사이 파란 하늘과 횡단하는 교량들이 아스라이 보였다.
교량 위에서 운하를 내려다보는 사람들과 유람선을 탄 사람들이 서로 마주보며 손을 흔들어 인사를 했다.
비탈면은 곳곳이 침식, 붕괴되어 보수한 흔적들이 보였다.
암반이 심하게 풍화되어 있었지만 절리 등 균열이 발달하지 않은 석회암이 분포하여 그나마 안정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았다.
운하가 끝나는 이오니아 해로 나와서는 뱃고동을 울리며 넓은 바다를 크게 선회하였다.
대형 여객선을 앞세우고 운하에 되돌아들어 처음 출발지로 향했다.
관광을 마치고 부근 바닷가 콘도형 호텔에 묵었는데 시설도 괜찮았고 경치가 뛰어났다.
저녁식사 후에는 풀장을 거쳐 바닷가로 산책을 나갔다.
바닷가엔 밀물이 밀려들고 어둠속에 멀리 건너편 해변의 불빛과 하늘의 별빛이 초롱초롱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