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2017년

왜 아무도 마중을 나오지 않았지?

돌샘 2017. 3. 16. 10:32

왜 아무도 마중을 나오지 않았지?

(2017.3.1)

점심을 먹고 나니 살짝 졸음이 왔습니다.

거실에 등을 대고 누우니 천정에 매달린 전등이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깊은 잠이 들면 안 되니 잠시 눈을 감았다 일어나자고 다짐할 무렵 벨이 요란하게 울렸습니다.

준모와 지우가 아파트 출입구에 도착한 모양입니다.

나는 전후 사정을 들을 겨를도 없이 얼른 안방으로 들어가 옷도 갈아입고 서둘러 가발도 써야했습니다.

준모가 나를 찾자 안방에 있다고 알려준 듯 문을 열고 들어서 눈이 마주치자

‘하부 여기 있네!’하는 한마디로 나에 대한 인사와 찾았다는 연락을 겸했습니다.

‘준모야! 그 동안 잘 있었니? 미리 연락을 해주었으면 마중을 나갔을 텐데

연락을 하지 않고 갑자기 도착하니 준비하느라 바빠 마중을 나가지 못했어.

다음엔 아빠, 엄마가 미리 연락을 하지 않으면 준모가 직접 연락을 해줘!’했더니

웃는 얼굴로 ‘예’하고 힘주어 대답하며 할애비 행동을 유심히 지켜보았습니다.

 

준모는 윷놀이에 재미를 붙여 오늘도 윷놀이를 하자고 하였습니다.

조손이 한편을 하고 할머니와 고모를 상대로 놀이마당을 펼쳤습니다.

우리가 첫 판을 지자 윷놀이를 계속하자고 했는데

두 번째 판에서 승리하여 환호한 후에는 다른 놀이로 전환하는 것을 허락했습니다.

승부욕이 보통을 넘는 것 같습니다.

지난번과 같이 구두칼로 비닐 공을 치는 놀이(야구?)와 던져준 공을 차거나 피하는 놀이로 이어졌습니다.

준모가 휘두르는 구두칼이 비닐 공을 타격하면 공은 둔탁한 소리를 내며 나를 향해 날아들었고

준모 입에서 터져 나온 호쾌한 웃음소리는 온 집안을 가득 채웠습니다.

숨바꼭질을 할 때 준모가 ‘하부! 나한테 미리 연락하지 왜 안했어?’하며 아쉬워하기에

‘준모도 숨고 나도 숨어 준모가 어디 있는지 모르는데 어떻게 연락하니?’했더니

‘하부! 전화를 하면 되잖아’하였습니다.

‘하부는 전화기가 있지만 준모는 없잖아’했더니

‘나한테 전화할 때는 엄마 전화기로 하면 돼’하면서 전화번호를 적어 주었습니다.

지우는 윷놀이 할 때부터 같이 하고 싶었지만 끼워주지 않자

기다리다 자기도 윷이나 공으로 직접 해보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연필과 구두칼로 공을 치려는 장면과

오빠가 전화번호를 적은 쪽지에 자기도 연필로 무언가를 쓰는 장면이 포착되어 있습니다.

나중에 집으로 돌아갈 땐 아범이 옷을 입히려하자

더 놀고 간다며 울먹이며 옷을 입지 않으려고 하였습니다.

준모는 항상 더 놀고 싶어 했지만 지우가 더 놀려고 적극적인 의사를 표현하는 것은 처음인가 봅니다.

등을 토닥이며 지우를 안고 있다가 모두들 준비를 마치고 현관을 나설 때

나도 슬리퍼를 신으니 지우도 그제서야 자기 신발을 신겨달라고 하였습니다.

오늘은 실제 머문 시간도 짧았고 지우가 더 놀겠다고 하니

할애비도 헤어지기 아쉬웠지만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답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내가 수술을 위해 오늘 입원할 예정이라

준모 가족이 문안인사차 들리러하였지만 사전에 연락을 하면

내가 괜찮다며 오지 않도록 할 것 같으니 나에게 미리 알리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준모가 아파트에 도착하여 엘리베이터에서 내릴 때

현관 밖에 아무도 보이지 않으니 ‘왜 오늘은 마중 나온 사람이 없느냐?’ 물어보았다고 합니다.

손주들의 예기치 못한 방문에 다소 얼떨떨하기는 했지만

마음에 큰 위안이 되는 귀하고 반가운 사람들의 방문이었습니다.

(같이 놀 때는 몰랐는데 동영상을 보니 준모의 손이 벽에 부딪히는 장면이 있어 깜짝 놀랐습니다)

 

 

 

 

 

 

 

 

 

 

 

 

 

 

 

 

 

 

 

 

 

 

 

 

 

 

 

 

 

 

 

 

 

 

 

 

 

 

 

 

 

 

 

 

 

 

 

 

 

 

 

 

'남매 > 2017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 년 365일 너희들 세상이 되기를...  (0) 2017.05.05
행주산성에 놀러 갔어요  (0) 2017.04.24
가베 놀이와 전화통화  (0) 2017.02.10
설날 윷놀이 했어요  (0) 2017.02.04
오늘은 팽이 놀이만 했어요  (0) 2017.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