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2018년

웃음보가 터진 날

돌샘 2018. 6. 22. 23:01

웃음보가 터진 날

(2018.6.13.)

오늘은 지방선거일을 겸해 우리가족 모임이 있는 날입니다.

준모와 지우는 조부모뿐만 아니라 고모내외의 환영도 받아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현관을 들어섰습니다.

준모는 놀이와 운동을 할 여러 종류의 물건들을 준비해 온 모양입니다.

먼저 해외여행시 독일에서 사왔다는 둥근 카드를 꺼내 고모내외에게 카드놀이 방법을 설명하였습니다.

지우가 혼자 2층으로 올라가 할애비가 얼른 뒤따르자 뒷방을 한번 둘러보고는 하늘정원으로 나갔습니다.

물뿌리개를 찾아 들고 와서는 물을 넣어달라고 하였습니다.

마음이 급해 본인이 직접 수도꼭지를 틀려고 시도하였으나 여의치 않자 기다렸습니다.

아빠, 엄마는 마트에 간다고 얘기했지만 별 관심을 보이고 않고 꽃에 물을 주며 놀려나봅니다.

지난번 놀러왔을 때 오빠만 정원에서 놀고 자기는 아빠의 만류로 놀지 못했던 일을 기억하나 봅니다.

화분 물주기와 물확에 물 붓는 일을 반복하더니 모종삽으로 흙장난을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바닥에 비닐을 한 장 깔고 흙이 담긴 화분을 가져다놓으니

모종삽으로 화분의 흙을 파서 플라스틱 그릇에 담는 작업을 하였습니다.

모종삽으로 흙 파는 일이 뜻대로 진척되지 않는지 급기야는 화분을 끌어 엎어 버렸습니다.

그 동안 오빠가 화분의 흙을 파내고 꽃모종을 옮겨 심는 작업을 할 때 유심히 봐두었던 모양입니다.

지우가 실컷 흙장난하는 것을 지켜보고 손을 씻긴 후에 거실로 내려오니

준모는 고모내외와 ‘포켓몬카드’ 놀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독일식 그림카드 놀이를 할 때는 나도 놀이방법에 대한 설명을 듣고 동참을 했습니다.

카드를 똑같이 나누어 들고 둘러앉아 바닥에 놓인 카드에 그려진 여러 가지 그림중

동일한 그림이 포함된 자기 카드를 골라 재빨리 내려놓는 것이었습니다.

내려놓기 작업을 반복하여 손에 들고 있던 카드가 가장 먼저 없어지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었습니다.

바닥에 놓인 카드 그림과 손에 들고 있는 카드의 그림들을 열심히 훑어보았지만

나는 마음만 급할 뿐 준모의 재빠른 순발력을 따라갈 수가 없었습니다.

카드놀이를 할 때도 준모의 승부욕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느낌입니다.

 

준모와 지우가 모두 고모부에게 안기듯 비스듬히 기대어 앉아 스마트 폰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무엇을 보고 그러는지 일제히 깔깔거리며 웃기도 하였습니다.

소파에 가만히 앉아있는데 지우가 ‘하하하~ 할아버지가 엉덩이를 흔들며 춤을 춘다.’며 놀려대었습니다.

도대체 무얼 보고 저러나 궁금해서 ‘왜 그래?’하며 지우가 있는 곳으로 가보았습니다.

스마트 폰 화면을 들여다보니 나타난 영상의 일부가 이상한 모양새로 바뀌어 보였습니다.

셀카 모드의 화면이 나타난 상태에서 버튼을 누르자

화면 속 나의 얼굴이 갑자기 애기얼굴로 변했고 모두의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다시 버튼을 조작하자 준모와 지우의 모습이 우스꽝스럽게 변했습니다. 

화면에 연이어 나타나는 비현실적이고 이상한 모습에 조손의 웃음보가 터져나와 닫힐 줄 몰랐습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고모가 박장대소하는 조손의 모습을 잘 포착하여 사진에 담아주었습니다.

영상 외에 사진의 일부를 첨삭 또는 보정하여 얼굴을 고양이나 토끼 모습으로 꾸미기도 하고

지우가 여왕의 왕관을 쓴 모습으로 합성시키기도 하였습니다.

준모와 지우는 작업과정을 숨죽이며 지켜보다가 특이한 형상이 나타나면 큰 소리로 깔깔대며 웃었습니다.

오늘은 고모부가 스마트 폰 기능을 잘 활용하여 처조카들에게 대단한 인기를 누렸답니다.

준모와 나는 상품을 진열해 놓고 틈틈이 장사놀이를 하였으며 고모부하고는 빙고게임도 하였습니다.

고모는 조카들과 여러 가지 그림을 그리며 조용하고 정적인 놀이를 펼쳤습니다.

 

마트에 장보러 갔던 일행들이 오면서 치킨과 피자를 사왔습니다.

음식을 차릴 상을 가져와 행주로 닦자 지우가 보고는 자기가 닦겠다고 나섰습니다.

준모도 지우 또래일 때, 어른이 상이나 바닥을 닦으면 본인이 닦겠다고 나서던 일이 기억났습니다.

그러고 보니 남매가 매사에 적극적이고 부지런한 기질은 타고났나 봅니다.

모두들 둘러앉아 음식을 나누어 먹을 때 준모는 비닐장갑을 끼고 치킨의 뼈를 잘 발라 먹었습니다.

식사가 끝나자 조카들은 고모내외와 더 놀고 싶어 했지만 먼 길을 가야하니 여유 있게 출발하도록 하였습니다.

축구용 큰 공과 캐치볼 세트를 나누어 들고 내려가 고모내외를 배웅하고는 놀이터로 직행했습니다.

준모는 할애비와 공차기를 하고 지우는 아빠 엄마와 시소와 미끄럼틀에서 놀이를 했습니다.

조손이 마주보고 서서 공차기를 한지가 꽤 오래되었나 봅니다.

공이 몇 번 오가며 몸이 풀리자 준모가 찬 공이 힘껏 날아올라 울타리를 넘기 시작했습니다.

자기가 찬 공이 놀이터 울타리를 넘을 때면 준모의 의기양양한 몸짓과 함께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얼굴에 송골송골 맺힌 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할 무렵 땀을 닦으며 잠시 휴식을 취했습니다.

휴식 후에는 모처럼 캐치볼 운동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준모가 ‘패드’로 공을 잡는 자세가 상당히 안정되고 공을 던지는 비거리도 꽤 늘어났습니다.

캐치볼을 잘 한다며 칭찬을 해주자 싱글벙글 웃으며 더욱 열심히 공을 잡고 던졌습니다.

할머니와 놀고 있던 지우가 다가오더니 자기와 같이 놀자고 하였습니다.

손을 잡고 회전 자전거에 가서 나를 앉으라하고 자기가 힘껏 밀어 회전을 시켰습니다.

내가 오빠하고 공차기와 캐치볼을 하면서 놀고 있으니 자기하고도 놀아달라는 부탁인 모양입니다.

공놀이를 할 때는 항상 상대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무심코 오빠하고 놀았는데...

할애비가 손주들과 놀 때, 한 사람에게 치우쳐 편애하는 것처럼 보이는 일이 없도록 유의해야 되겠습니다.

다시 임무를 교대하여 공차기를 시작했고 준모의 동작에 힘이 실리자 공은 더 멀리 날아갔습니다.

준모가 큰소리로 엄마를 불러, 자기가 차는 ‘대포 슛’을 보라며 자랑을 하였습니다.

조손의 온 몸이 땀에 흠뻑 젖을 때까지 공차기가 계속되었고

준모의 대포 슛이 울타리를 넘을 때마다 환호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준모와 지우 모두 땀 흘린 후에 깨끗하고 시원하도록 샤워를 했습니다.

준모는 샤워를 마치자 피곤하고 다리가 아프다며 소파에 들어 누웠습니다.

준모가 전에 없던 행동을 하는 것을 보니 오랜만에 공차기를 했고

엄마에게 ‘대포 슛’을 많이 보여주기 위해 다소 무리를 한 모양입니다.

하긴 오전부터 쉴 새 없이 놀았으니 피곤할 수밖에 없겠지요.

준모와 지우는 집에 가서 편히 쉬도록 하고 조부모는 투표장으로 나갔습니다.

손주들은 집에 가는 차 안에서 곤히 잠이 들었다고 합니다.

준모와 지우가 할머니 집에 오면 ‘고모 어디 갔느냐?’고 묻곤 했는데

오늘은 고모내외와 함께 놀았으니 더욱 즐거웠겠지요.

 

준모야! 지우야! 즐겁고 신나게 잘 놀았니?

고모부 스마트 폰으로 영상 편집하는 놀이가 신기하고 재미있었던 모양이구나.

오늘은 조손의 웃음보가 터진 날인가 보다.

할애비는 너희들과 함께 하며 웃을 수 있는 시간이 행복한 시간이란다.

우리 도련님! 우리 공주님! 또 만나요.

안녕~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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