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2018년

하늘정원 물놀이

돌샘 2018. 7. 6. 21:54

하늘정원 물놀이

(2018.6.30.)

일기예보에 아침부터 장맛비가 내린다 하여 자꾸 하늘로 눈길이 갔습니다.

준모와 지우가 할머니 집에 놀러오는 날인데 비가 오면 밖에서 놀 수 없으니,

예보가 틀렸으면 하는 기대감도 은근히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다행히 점심때가 지나도 비는 내리지 않았습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릴 때 ‘준모야! 지우야!’ 부르며

두 팔을 활짝 벌렸지만 나를 피해 현관으로 뛰어 들어갔습니다.

오늘은 무슨 장난을 하려고 이러나 생각하며 뒤따라 들어왔습니다.

지우는 신발을 벗겨주자 거실을 한 바퀴 둘러보고는 2층으로 올라가 하늘정원으로 나갔습니다.

준모도 우리의 행동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는지 어느새 하늘정원으로 나왔습니다.

지우가 물뿌리개를 들고 내게 물을 넣어달라고 하자 준모가 수도꼭지를 틀어 넣어주었습니다.

지우가 화분에 물을 주고는 다시 물을 넣어달라며 오빠에게 물뿌리개를 내밀었습니다.

준모는 다시 한 번 물을 넣어주고 자기도 분사기로 화분에 물을 주었습니다.

준모의 짓궂은 장난기가 발동하기 시작하여 분사기로 지우 위쪽을 향해 살짝살짝 물을 뿌렸습니다.

지우가 처음에는 웬일인가 어리둥절해하며 하늘을 쳐다보다가

오빠의 장난임을 눈치채고는 씩~ 웃으며 달려와 물뿌리개에 든 물을 오빠에게 뿌렸습니다.

말릴 겨를도 없이 남매는 깔깔거리고 웃으며 상대방에게 물을 뿌리는 물싸움(?)을 시작하였습니다.

준모는 분사기를 나에게 겨냥했다가 소리치며 피하자 출입문 방충망에다 물벼락을 날렸습니다.

남매의 옷은 벌써 흠뻑 젖었고 복도도 물바다가 되고 말았습니다.

물장난을 재미있어 하니 강하게 만류하기도 그렇고 그냥 둘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여벌의 옷을 가져왔는지도 모르겠고 혼자서는 감당이 안 돼 집사람의 도움을 청했더니 아범이 올라왔습니다.

지우는 꽃삽으로 흙을 파고 장식용 돌을 들어 옮기는 장난까지 벌여 다친다며 간신히 만류를 했습니다.

준모는 화분과 장독대는 물론이고 외벽과 하늘을 향해 물을 뿌려대었습니다.

할머니도 올라와 손주들이 물장난하는 것을 보고 만류는커녕

물을 채우고 들어가서 놀도록 플라스틱 대야를 주자고 하였습니다.

대야를 하나만 주었더니 준모와 지우가 서로 안에 들어가려고 다투어 두 개를 펼쳐 놓았습니다.

남매의 물장난은 그칠 줄 몰랐고 웃음소리에 온 동네가 떠내려가는 줄 알았답니다.

 

준모는 공차기와 캐치볼 중에서 공차기가 더 좋다며 축구공을 발로 굴리며 놀이터로 갔습니다.

놀이터 한쪽에는 초등학생들이 비비탄 총을 들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공놀이하는 쪽으로는 비비탄을 쏘지 않아 안전하게 공놀이를 할 수 있었습니다.

준모는 오늘 공차기를 하는 방법 중에서 공이 바운드되도록 패스해 주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공이 바운드되면 타이밍을 맞춰 공을 차는 동작도 재미있고 공중 볼을 쉽게 찰 수 있어 좋은가 봅니다.

힘껏 찬 공이 놀이터 담장을 넘어 관목사이에 떨어지면,

내가 달려가 공을 꺼내는 과정을 흐뭇한 표정으로 지켜보았습니다.

아범과 지우도 놀이터에서 놀다가 준모가 찬 공이 지우에게 맞을 우려가 있다며 자리를 피했습니다.

조손이 공놀이로 땀을 뻘뻘 흘리고 있을 때 할머니와 엄마도 놀이터로 나왔습니다.

지우는 어디 있느냐고 물어왔지만 집에 가지 않았느냐고 되물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침 그 때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더위에 지친 얼굴에 빗방울이 떨어지니 시원한 느낌이 들었지만 우중에 공차기를 계속할 수는 없었습니다.

집으로 가려는데 지우가 아범과 함께 과자를 사들고 오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다행히 알맞은 시간에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모두들 운동과 산책을 잘 하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지우가 빗을 여러 개 들고 나와 자기 머리도 빗고 할머니와 할아버지 머리도 빗겨주었습니다.

준모가 드라이기를 들고 지우의 머리를 손질해준다며 의자에 앉도록 했습니다.

지우가 의자에 앉아 거울을 바라보면서 천연스럽게 ‘머리가 엉망이야!’하고 말했습니다.

미용실에서 나이 든 손님이 친한 미용사에게 건넬만한 이야기를 능청맞게 했습니다.

네 살배기가 ‘엉망’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만 해도 대단한데

적시에 적절한 어감으로 말하는 태도가 정말 깜찍해보였습니다.

준모와 지우는 물놀이와 놀이터에서 노느라 힘이 들었는지 어린이 프로를 틀어놓고 조용히 시청을 했습니다.

할머니가 뭐가 먹고 싶은지 물었더니 준모는 ‘치킨’이라 하고 지우는 뜻밖에 ‘짜장면’이라 하였습니다.

별미가 많지 않았던 시절엔 짜장면도 인기 있는 음식이긴 하였지만 요즘 시대를 감안하면 의외였습니다.

지난번 용문사에 놀러갔을 때 지우가 소원이라 했던 말이 생각나 ‘지우야! 지우는 소원이 뭐니?’하고 물었더니

‘음~ 아빠 엄마와 함께 놀이터에 놀러가는 것’이라는 변함없는 대답이 나왔습니다.

TV를 보며 모두들 쉬고 있을 때 할머니와 엄마는 뭘 하려는지 외출을 했습니다.

제법 시간이 흐른 저녁 무렵에 할머니가 돌아오면서 치킨을 사왔습니다.

중국집에 탕수육과 짜장면을 배달시켜 손주들이 원하는 치킨과 짜장면을 상에 차려놓고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준모가 치킨을 좋아하는 것은 이미 검증된 사실이지만 지우는 짜장면을 청했지만 잘 먹을지는 의문이었습니다.

할머니가 짜장면을 비벼서 지우에게 먹여주니 제법 많은 양을 잘 받아먹었습니다.

지우가 짜장면을 언제부터 좋아했는지 몰라도 좀 특이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아범과 준모 그리고 나, 3대가 함께 앉아 카드놀이를 하였습니다.

게임의 승패는 약간의 운에 따라 결정될 뿐 세 사람의 실력차이는 거의 없었습니다.

지우는 오늘도 ‘고모 어디 갔어요? 왜 갔어요? 언제 와요? 하고 꼬치꼬치 물었습니다.

더 놀고 싶은 아쉬움이 남았지만 다시 만날 것을 기약했습니다.

 

준모야! 지우야! 오늘은 하늘정원에서 모처럼 떠들며 물놀이를 했구나.

이제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었으니 잘 먹고 체력으로 이겨내야 한단다.

너희 오누이 사이좋게 노는 모습을 보고나니 생각만 해도 흐뭇하구나.

우리 도련님! 우리 공주님! 듬직하고 귀여운 모습 보고나니 자꾸 더 보고 싶어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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