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2018년

시원한 물싸움

돌샘 2018. 7. 20. 21:49

시원한 물싸움

(2018.7.14.)

준모와 지우는 인사가 끝나자 지난번에 할머니가 사준 장난감을 꺼내놓고 놀기 시작했습니다.

여러 가지 색상의 지점토를 섞어 주문받은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간혹 자기가 먼저 한다며 다툴 때도 있었지만 오빠와 동생이 번갈아가며 사이좋게 가지고 놀았습니다.

오늘도 한낮에는 폭염이 수그려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기세를 부렸습니다.

장난감 놀이를 하다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하늘정원으로 올라갔습니다.

처음엔 예나 다름없이 물뿌리개와 분사기로 화분에 물을 주는 착하고 슬기로운 오누이였습니다.

한낮의 더위로 얼굴에 땀이 맺힐 즈음 준모가 잡은 분사기의 방향이 서서히 공중으로 향했습니다.

허공을 이리저리 가르던 물줄기가 어느 사이 지우 머리위로 쏟아져 내렸습니다.

지우가 처음에는 놀란 듯 싫어하는 목소리를 잠깐 내었지만 곧 웃음소리로 변했습니다.

더위에 시달리고 있을 때 시원한 물줄기를 뿌려주니 구세주처럼 느껴지는 모양입니다.

준모의 입가에 이상야릇한 미소가 번지는 듯하더니 분사기가 나를 향했습니다.

깜짝 놀라 소리를 치며 피하고는 아예 반바지로 갈아입고 물놀이에 동참을 했습니다.

준모가 지우에게 물을 분사하면 지우도 뒤지지 않고 바가지에 물을 담아 오빠에게 뿌렸습니다.

바가지로 물을 열심히 뿌려도 분사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을 대적하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결국 지우가 오빠에게 바가지를 주고 자기가 분사기를 들고 물싸움을 하겠다고 하였습니다.

분사기를 서로 가지려고 옥신각신하기에 번갈아가며 사용하도록 절충을 시켰습니다.

그러자 준모는 기다렸다는 듯 분사기로 나에게 물을 뿌리고 지우는 바가지 물을 내 바지에 부었습니다.

모두들 한바탕 물벼락을 맞고 나니 더위는 멀리 도망을 가고 제법 시원해졌습니다.

준모는 더우면 분사기로 자기 몸에 물을 실컷 뿌리며 좋아했습니다.

물을 맞으면 시원해지니까 가까이서 쏘는 세찬 물줄기가 아니라면 은근히 물세례 받기를 원하는 듯했습니다.

준모는 사진을 찍고 있는 할머니에게도 물을 쏘려고 덤벼들어

‘할머니에게 물을 쏘면 나중에 치킨 안 사준다.’고 했더니 그 말의 위력이 대단했습니다.

조손이 아파트 옥상에서 뒤섞여 물을 서로 뿌리며 웃고 떠드는 소리가 푸른 하늘로 맑게 퍼져나갔습니다.

 

젖은 옷을 갈아입히고 할머니가 콘을 하나씩 나누어주자 그걸 먹느라 조용해졌습니다.

준모는 ‘포켓몬카드’를 꺼내놓더니 나에게 새로운 카드놀이 방법을 가르쳐주겠다고 하였습니다.

조손이 새로운 방법의 카드놀이를 열심히 하고 있는 사이, 지우는 장난감으로 아이스크림을 부지런히 만들었습니다.

준모가 놀이터에 나가 놀자고 제안을 하자 지우도 놀이터에 가겠다며 나섰습니다.

지우는 거실에서 캐치볼 하는 공을 꺼내어 던져보기도 하였습니다.

오빠와 할아버지가 공놀이 하는 것을 볼 때면 자기도 함께 하고 싶은 생각이 드나 봅니다.

할머니와 아빠는 마트에 장보러 갈 예정이기 때문에 지우는 아빠를 따라가야 할 형편입니다.

준모와 내가 놀이터에 가면 공차기나 캐치볼을 하기 때문에 지우를 돌볼 사람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축구공과 캐치볼, 물통과 수건을 챙겨 놀이터로 나가는데, 지우가 ‘나도 갈 거야!’하며 소리쳤습니다.

할머니가 ‘내하고 같이 놀이터에 가자.’며 붙들어 놓은 사이 얼른 현관을 빠져나왔습니다.

놀이터에는 킥보드를 가지고 나온 또래 아이 한 명이 놀고 있었습니다.

캐치볼 공받기를 하는데 준모와 그 애 모두 상대방에게 관심이 가는지 흘깃흘깃 쳐다보았습니다.

더운 날씨에 움직이며 운동을 하자 금방 몸이 달아오르고 땀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준모는 캐치볼도 좋아하지만 공차기가 더 재미나는 모양입니다.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고 물을 마시며 잠시 쉬고는 공차기를 하였습니다.

공이 ‘바운드’되어 튀어 오르면 배나 어깨부위로 살짝 받쳐 컨트롤하는 기술을 구사했습니다.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동작으로 공을 다루는 새로운 기술을 익힌 모양입니다.

조손의 얼굴은 더위로 벌겋게 달아오르고 온 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었습니다.

‘이열치열’이라 했지만 땀을 과다하게 흘리며 무리를 하면 건강에 역효과가 나겠지요.

‘준모야! 더운 날씨에 운동 많이 했으니 이제 집에 가서 샤워하자.’고 했더니 순순히 응했습니다.

준모는 공차기가 재미나는지 집으로 가면서도 공을 발로 굴리면서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준모의 옷을 벗겨 먼저 샤워장에 들여보내고 나도 샤워장에 들어갔더니 이외라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준모가 어렸을 때에는 샤워를 하며 씻겨주기도 했지만 근래엔 없던 일이라 그런가봅니다.

샤워를 마치고 몸을 닦아주자 뒷방에서 바둑판을 들고 나와 알까기 놀이를 하자고 하였습니다.

바둑알까기 놀이와 준모가 배워준 카드놀이를 하고 있는 중에 마트에 갔던 세 사람이 들어왔습니다.

지우는 차에서 잠이 들었다며 아범에게 안겨와 안방에 눕혀놓았습니다.

지우에게 놀이터에 간다 하고는 마트로 갔는데 반응이 어땠는지 물어보았습니다.

놀이터에 가지 않고 마트에 간다고 하니까 지우가 처음에는 울먹이는 소리를 내었지만

‘나중에 놀이터에 가자.’며 달래니 쉽게 수긍을 했다고 합니다.

할머니가 오전부터 한약재를 넣어 푹 삶은 닭백숙과 마트에서 사온 치킨을 식탁에 차려놓고 저녁을 먹었습니다.

준모는 백숙보다 치킨이 좋다고 했지만 백숙을 먹어보니 맛이 괜찮은지 제법 많이 먹었습니다.

오후 7시쯤 되었는데 날이 밝아서인지 나중에 더 먹고 싶어서인지,

준모가 지금 먹은 것이 점심인지 저녁인지 물었습니다.

할머니가 ‘준모야! 점심은 먹고 왔잖아. 지금은 저녁이지.’했더니 ‘아니야! 난 집에 가서 또 먹을래.’하였습니다.

준모가 치킨은 본래부터 좋아했지만 오늘 요리한 백숙 맛도 괜찮은 모양입니다.

집에 돌아가기 위해 지우를 깨우니 선잠을 깬 듯 조금 칭얼거리며 아범에게 안겼습니다.

‘지우야! 다음에도 옥상에서 물놀이하고 놀이터에 가서 재미나게 놀자~’했더니 얼른 나에게 안겨왔습니다.

여름철 옥상 물놀이는 손주들이 좋아할 뿐만 아니라 조손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해주는 모양입니다.

준모와 지우 모두 손을 맞잡고 웃으며 다음에 만날 것을 기약하였습니다.

 

준모야! 지우야! 오늘 하늘정원 물싸움 놀이 시원하고 재미있었니?

여름은 무덥지만 시원한 물놀이를 하다보면 어느새 가을이 오겠지.

여름엔 건강을 위해 음식을 맛있게 잘 챙겨먹어야 한단다.

우리 도련님! 우리 공주님! 건강한 모습으로 또 만나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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