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 다음날 찾은 선영
(2014.5.25)
선친 제사 다음날 아침식사를 하고 집사람이 설거지하는 동안
걸레자루로 거실과 방바닥을 몇 번 문지른 후에 어머님께 하직인사를 드리고 선영으로 향했다.
어머님께서는 주차장까지 내려오셔서 조심해서 가라고 거듭 당부를 하셨다.
요즘 나는 무척이나 행복한 사람이다.
이 나이에 자식을 걱정해주시는 어머님이 계시고
할애비를 잘 따르는 귀염둥이 손자를 두었으니 말이다.
비가 올 것 같은 날씨에 우산을 준비했지만 비는 내리지 않고 흐리기만 하니
선영으로 오르는 언덕길이 덥지 않아 좋았다.
숲길을 십 여분 걸어 오르니 ‘초계 변씨 금강묘원’이라 적힌 표지석이 우리를 맞이했다.
아버님 산소 봉분과 주변에 웃자란 잡초들이 눈에 거슬려 손으로 대강 뽑아내고 술을 부어 상석에 올리니
집사람이 ‘아버님~ 그 동안 잘 계셨습니까? 어제 아버님 제사에 손자, 손부와 증손자 준모까지 참석하였으니
기분이 참 좋으셨지예?’하고 고하여 올렸다. 뜻밖이었다.
예년 같으면 내가 고하여 올리면 옆에서 묵묵히 듣고만 있던 집사람이 아니었던가.
어제 시아버지 제사에 아범과 새아기 그리고 준모까지 참석하였으니
집사람도 면목이 서고 기분이 좋은가 보다.
조부모님 산소에도 술을 올리고 절을 한 후에 간단히 고하여 올렸다.
조금 전 언덕길을 올라올 때 집사람이 무릎이 안 좋다고 해서
그 외 조상님께는 합배단에 술을 올리고 절을 하는 것으로 대신하였다.
지난해 이맘때쯤 산소에 들렀을 때도 산소 주변에 웃자란 잡풀들이 눈에 거슬려
간단한 도구라도 준비하여 선친과 조부모님 산소만이라도 정리를 해드려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나의 정성이 부족한 탓에 생각에만 그치고 말았다.
추석 성묘를 할 때는 벌초를 한 직후이지만 다른 시기에 산소에 들릴 때는
간이식 풀 깎는 도구를 잊어버리지 않고 가져올 수 있도록 집사람에게도 이야기를 해두었다.
선영을 내려와 아랫마을 입구에서 풀물이 들고 풀냄새가 나는 손을 씻고 상경 길에 올랐다.
고속도로가 덜 막히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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