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친 제일(祭日)에 찾은 선영
(2019.5.30.)
올해는 선친 제일(祭日)이 목요일이다. 제사는 저녁에 모시지만 제수장만을 고려하면 아침에 출발을 서둘러야한다. 본가에 내러가는 길에 선영에 들리기로 했으니 더욱 그렇다. 장거리 운전이 부담스러운 나이가 된지 오래지만 선영에 들리려면 교통편을 고려해 직접 운전을 해야 한다. 회사에도 오늘, 내일 양일간 휴가를 내었다. 일이란 생각하기 나름이니 즐거운 마음가짐으로 집을 떠났다.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통영-대전고속도로, 남해고속도로, 국도 2호선을 거쳐 한낮에 선영 아랫마을에 도착했다. 어머님께 전화를 드려 위치를 알리고 선영으로 오르는 숲길을 걸었다. 입구엔 음식점과 전원주택이 들어섰고 숲은 노송만 남기고 잡목은 벌채가 되었다. 작년 시제 때 들렀으니 어느덧 반년이 흘렀나보다. 숲길을 걷는 동안 온갖 옛일들이 구름처럼 떠올랐다 사라져갔다.
표지석을 지나자 숲속에 자리한 선영이 나타났다. 푸르름으로 생기가 가득했지만 잡초 또한 길게 자라있었다. 벌초할 시간이 없을 것으로 판단해 전지가위를 가져오지 않았으니, 손으로 큰 풀을 뽑거나 꺾어서 대강 정리했다. 선친과 조부모님 산소 상석에 잔을 올리고 절을 드리니 파란 하늘에서 햇빛이 쏟아져 내렸다. 주위가 적막 속에 둘러싸여 시간마저 정지한 듯했다. 윗대 조상님과 종조부모님은 합배단에 잔을 올리고 인사를 드렸다. 예전엔 널찍한 선영이 공원묘지보다 훨씬 좋다고 생각했는데, 유지관리를 고려하니 꼭 그렇기만 한 것은 아닌 것 같다. 긴 옷을 입었는데도 풀벌레에 물렸는지 왼 팔뚝이 온통 가렵고 부어올랐다. 어느새 점심때가 훌쩍 지나버렸다. 아버님 돌아가신지 열한해째가 되는 날이다. 세월이 빠르게 흐르고 사람들의 마음도 변하니 세상이 무상하다고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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