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민이는 율동체조 선생
(2020.12.6.)
소민이가 빨간 망토를 입고 다소곳한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현관을 들어서며 “공~”하며 공부터 찾았습니다. 지난주 탁자 밑에 넣어두고 간 공을 건네주니, 바닥에 툭~ 던져 튀어 오르는 모양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습니다. 할애비가 사진을 찍는다며 “하나, 둘, 셋”을 반복하자, 계단으로 가서 나를 보며 앉았습니다. 소민이가 내가 사진을 찍도록 포즈를 잡아주는 일은 흔한 일이 아니랍니다. 소민이가 소파 팔걸이에 놓여 있던 내 스마트폰을 발견하여 들고 왔습니다. 익숙한 방법으로 내 무릎에 앉아 동영상을 보다가 간간이 손가락으로 영상을 밀어내는 행동을 보였습니다. 만지면 안 된다고 일러주었지만 특정 종류의 영상이 나오면 미는 동작을 반복했습니다. 밀어내는 동영상을 넘기고 다음 영상이 나오도록 해주니 가만히 지켜보았습니다. 소민이가 이제 동영상을 선별해 보려 하고, 건너뛰는 방법까지 알고 있는 듯합니다.
소민이는 영상보기가 지루해진 듯 일어나 계단으로 다가갔습니다. 혼자 계단을 올라가면 안 된다고 하자 기어오르다가 멈췄습니다. 내 손을 잡은 상태에서 일어났지만 계단이 높아 엉거주춤한 자세로 올랐습니다. 계단을 다 오르자 재빨리 컴퓨터 방에 들어갔습니다. 자동차를 타는가했는데 잠깐 타보더니 컴퓨터 의자에 올라갔습니다. 요구대로 전원을 켜자 그럴듯한 자세로 의자에 앉아 컴퓨터 자판과 마우스를 두드리기 시작했습니다. 컴퓨터 화면이 바뀌면 원하는 놀이가 성공한 것으로 여기는 듯했습니다. 거실에 내려오니 수제 호떡을 쟁반에 담아 가져왔습니다. 소민이는 호떡대신 유아용 과자를 먹도록 했습니다. 소민이가 ‘핑크퐁’ 화면을 빤히 쳐다보며 과자 통을 받아, 먹지 않고 내려놓는 뜻밖의 행동을 보였습니다(나중에 조금만 먹음). 소민이가 과자를 무척 좋아해, 어른들만 음식을 먹을 때면 자주 이용해 왔는데... 소민이가 ‘핑크퐁’ 프로에 깊게 빠져들어 그런 것인지, 과자가 맛없다고 느껴지기 시작한 것인지 궁금했답니다.
소민이가 TV 상어가족 ‘율동체조’를 앉은 자세로 가만히 쳐다보다가 손가락을 살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시선은 화면에 고정한 채 양손을 아래위로 벌려 상어가족이 입을 벌리는 율동을 따라했습니다. 양손을 때로는 살짝, 때로는 크고 힘차게 벌렸습니다. 그러더니 양손을 머리위에 모아올린 자세로 고개와 상체를 좌우로 흔드는 동작을 했습니다. 율동을 보고 따라하면서 점점 흥이 나는 듯, 드디어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로 내려갔습니다. 화면에 나오는 음악과 율동에 맞추어 온몸을 움직이며 춤추듯 신나게 율동체조를 했습니다. 곁에 앉아있던 아빠, 엄마와 조부모에게도 자기가 하는 대로 따라하라고 시켰습니다. 가만히 앉아있으면 “아빠! 엄마! 할미!”라 일일이 불러 율동을 하도록 했답니다. 신나는 율동시간이 끝난 후에는 엄마가 읽어주는 동화를 조용히 듣고 자전거도 탔습니다. 저녁식사 때는 식탁의자에 앉아 잘게 찢어주는 통닭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율동체조를 하며 몸을 많이 움직인 것도 식욕을 돋우는데 도움이 되었겠지요. 소민이가 식사를 끝내고 거실로 와 리모컨을 아빠에게 건네주었습니다. ‘율동체조’를 틀어 달리는 뜻인 모양입니다. 짐짓 “할아버지만 TV를 틀어줄 수 있어!” 얘기하자, 리모컨을 들고 얼른 할애비에게 왔습니다. 핑크퐁 상어가족의 신나는 율동이 나오자, 소민이의 흥겨운 율동체조는 그칠 줄 몰랐답니다.
오늘 소민이가 율동체조를 하며 어른들도 따라하도록 하는 행동을 보니, 당분간 흥이 나면 ‘단체 율동체조(?)’를 시키고 선생노릇도 톡톡히 할 것 같습니다. 집에 돌아가기 위해 자동차를 탈 때는 아빠에게 안겼다가 내게 도로안기는 능청을 떨며 살가운 정을 표현했습니다. 손을 흔들 때도 양손을 머리 위로 올려 힘껏 흔들었답니다. 소민아! 안녕~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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