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민이의 컴퓨터 놀이
(2020.11.22.)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소민이가 할애비를 빤히 쳐다보았습니다. “소민이 왔구나~”하며 손을 내밀자 다가서며 “할미~”하고 찾는 듯했습니다. 할머니가 현관에서 “소민아~” 부르며 맞이하자 그제야 표정이 밝아졌습니다. 할애비가 계단 위로 공을 던져 통~ 통~ 튕기며 내려오는 공놀이를 보여주자 깔깔대며 좋아했습니다. 몇 번 지켜보더니 본인이 공을 집어 계단에 던져 보았습니다. 공이 높게 던져지지 않으니 공을 들고 한 계단 올라서 던졌답니다. 전화수화기를 들고 장난을 하다가 메모리 펜과 탁상용 달력을 집어 들었습니다. 그림을 그리고 싶은 모양입니다. 옆방으로 가 색연필과 연습장을 찾으니, 소민이가 따라 들어와 자석블록 상자를 들었습니다. 거실에 블록과 연습장을 모두 펼쳐놓고 그림 그리기와 블록놀이를 번갈아가며 했답니다. 소민이가 오늘도 할애비 스마트폰을 찾아들고 왔습니다. 원하는 동영상을 켜주자 무릎에 앉아 한동안 숨을 죽이며 지켜봤습니다. 동영상을 보다가 화면이 작아지자 소민이가 폰의 방향을 움직여 화면의 크기를 조절했답니다.
소민이가 계단을 오를 땐 반드시 어른 손을 잡아야 된다고 일러 주었습니다. 계단 위로 올라가고 싶으면 내 손을 잡고 계단으로 끌고 가는데 오늘은 계단 앞에 서서 “하~찌!, 하~찌!”하고 불렀습니다. 다가가 손을 잡아주자 웃으며 신나는 듯 계단을 올랐습니다. 2층 컴퓨터 방에 들어가 자동차를 몇 바퀴 타더니 회전의자에 올라갔습니다. 의자를 타고 놀 것으로 생각했는데 의외로 컴퓨터를 가리켰습니다. 컴퓨터 쪽으로 의자를 밀어주자 책상에 놓인 자판을 두드렸습니다. 뜻밖의 행동이 귀여워 컴퓨터를 켜자 자판은 물론이고 마우스를 누르고 돌리기까지 했습니다. 자판과 마우스를 마구 누르다가 화면이 바뀌자 신기한 듯 이것저것 더욱 열심히 눌러 대었습니다. 아빠가 재택근무를 할 때 컴퓨터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았던 모양입니다. 소민이가 거실에 내려와 옆방에 있던 ‘포켓몬카드’를 가져왔습니다. 카드를 내게 조금 나누어 주었습니다. 소민이가 카드를 한 장 낼 때 내가 한 장 내놓으니 소민이가 다시 카드를 내놓았습니다. 언젠가 오빠나 어른들이 카드놀이 하는 모습을 유심히 봐두었던 모양입니다.
소민이가 식탁의자에 앉아 저녁을 먹는데 밥이나 탕수육엔 별 관심이 없고 미역국만 좋아했습니다. 국물을 들이마시고 미역은 숟가락으로 떠먹었지만 밥을 주면 뱉어 내었습니다. 왜 밥을 싫어하는지 궁금했지만 특별한 이유는 없는 모양입니다. 아빠와 엄마가 짐을 챙기자 소민이는 집에 돌아간다는 사실을 알고 내게 안겨 왔습니다. 안겨서 몸을 한번 우쭐하더니 할애비 목을 와락 끌어안았습니다. 소민이가 오늘 할애비와 잘 놀아 기분이 좋은가 봅니다. 인지능력과 기억력이 발달할수록, 자주 보고 몸을 부대낄수록 정이 깊어지는 가 봅니다. 안긴 채 주차장에 서있을 땐 엄마에게 손을 흔드는 능청스러운 행동을 보이더니, 안전벨트를 매고는 조부모에게 두 손을 힘껏 흔들며 다음을 기약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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