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손녀/2~3세 성장기록

이거 하고 있잖아요!

돌샘 2021. 6. 3. 22:01

이거 하고 있잖아요!

(2021.5.29.)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순간 소민아~” 부르며 두 팔을 벌리니, 소민이가 활짝 웃으며 안겨왔습니다. 3주 만에 얼굴을 대하지만 이젠 서먹한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 모양입니다. 오늘도 계단에 공을 던지는 놀이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할애비가 던진 공을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계단에 공을 직접 던지며 좋아했답니다. 할머니가 옆에서 얘기를 붙여도, 놀이에 몰두해 건성으로만 대답했습니다. 할머니가 소민아~ 수박 먹자.”고 하자 상황이 급변해, 당장 놀이를 중단하고 달려갔습니다. 소민이가 포크로 수박을 찍어 첫 번째 것은 할애비 입에 넣어주고, 두 번째 것은 자기 입으로 가져갔습니다. 모두들 할머니는?”하고 말하자, 소민이가 아차 싶었던지 자기 입에 넣었던 수박을 할머니에게 주려고 했습니다. 소민이가 입에 넣었던 것을 다른 사람에게 주면 안 된다는 것을 아직 모를 테니, 자기가 먹을 수박을 할머니에게 드리는 성의는 대단한 것 같습니다.

 

소민이는 요즘 누가 선물을 준다고 하면 무척 좋아합니다. 내가 색칠놀이용 물감을 선물한다고 하자, 하던 놀이를 중단하고 할애비 앞으로 나와 선물을 받았습니다. 탁자 위에 놓인 연습장에 붉은 색, 파란 색, 검정 색 물감을 번갈아 칠하며 좋아했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볼펜으로 포스트잇에 동그라미와 선을 그려서 나누어 주었습니다. 소민이가 탁자에서 볼펜으로 그리는 작업을 할 때, 할머니가 소민아~”하고 불렀습니다. 대답이 없자, 더 큰 목소리로 두 번, 세 번 반복해 불렀습니다. 그러자 소민이가 대뜸 다 큰 아이처럼 이거 하고 있잖아요!”하며 반박하듯 말했습니다. 볼펜으로 포스트잇에 그림 그리느라 바쁜데, 할머니는 왜 쓸데없이 자기를 부르느냐는 투였습니다. 할머니는 어이가 없으면서도 말을 한창 배우는 손녀가 귀여워 너털웃음을 터뜨렸답니다. TV를 보고 있을 때 내가 소민아~”하고 부르자, “이거 보고 있잖아요!”하며 유사하게 대답했습니다. 할애비가 “TV를 보고 있어도 ~’하며 대답할 수 있잖아.”했더니, 그제야 온순한 목소리로 ~”하며 대답했습니다. 이제 겨우 두 돌 지난 아이가 조부모 머리 꼭대기에 앉아 있는 느낌입니다.

 

어린이나라를 보면서 한바탕 춤을 추고는 하늘정원에 올라갔습니다. 흐드러지게 핀 붉은 덩굴장미와 흰 데이지 꽃 그리고 장식용 바람개비를 볼 수 있도록 안내했습니다. 그러나 소민이의 관심은 벌써부터 물분사기에 가 있는 듯했습니다. 소민이가 출입문 앞에 놓여있던 작은 대야를 들고 와 물을 담아달라고 했습니다. 내가 대야를 하나 더 가져와 두 개에 물을 가득 담아주자, 소민이가 흡족한 듯 독특한 표정을 지어 보였습니다. 아까 거실에서 즐겁게 놀 때도 그랬지만, 독특한 표정이란 눈을 가늘게 뜨고 코에 주름살이 생기게 하는 묘한 표정이었습니다. 자기 나름대론 할애비에게 좋다는 감정 표현을 애교스럽게 보여주려는 노력인 듯했습니다. 소민이가 대야에 손을 넣어 물놀이를 시작하자 금방 소매가 젖었습니다. 할애비가 소매를 제대로 걷어주지 않은 탓이지만, 날씨가 흐리고 서늘해 물놀이를 중단시키는 방편으로 이용했습니다. 옷이 젖으면 감기에 걸리니 빨리 옷을 갈아입자고 했습니다. 내가 앞장 서 복도를 들어서자, 예상과 달리 소민이도 순순히 따라 들어왔답니다.

 

할머니가 소민에게 저녁반찬으로 준비하던 음식을 맛보여 주었습니다. 맛이 있는 듯 입을 오물거리며 할애비 손을 잡고 2층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소민이가 계단을 오르던 도중에 도로 내려가겠다고 했습니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할머니에게 가서 음식을 한입 더 받아먹고 왔습니다. 자기 입맛에 잘 맞는 모양입니다. 소민인 거실에 장난감을 펼쳐놓고 아빠와 야구게임을 하고 루미큐브게임도 했습니다. 저녁식사를 마치자, 소민이가 거실 창밖을 내다보며 놀이터에 나가자고 했습니다. 창 아래에 보이는 작은 놀이터를 가리키며 지금 비가 오니까 놀이터에 아무도 없잖아, 놀이터에 나가면 옷 다 젖는다.”고 했습니다. 소민이가 한참 밖을 바라보더니 비가 안 와~”했습니다. 길가에 지나가는 사람들을 가만히 쳐다보니 정말 우산을 쓰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지금은 비가 안 와도 조금 전까지 비가 왔기 때문에, 놀이터에 내린 빗물로 옷이 다 젖는다.”며 고쳐 말했습니다. 소민이가 주춤하는 틈을 타, 창밖에 지나가는 차와 오토바이의 색깔을 말하고 부릉 부릉~”하는 소리를 흉내 내며 놀았답니다.

 

소민이가 오늘은 “놀이터에 가자”, “그만 볼래”, “싫어요!”, “이거 하고 있잖아요!” 등 상황에 알맞게 자기 의사를 잘 표현했습니다. 집에 돌아갈 때는 “소민아! 할머니집에 또 놀러올 거니?”하고 묻자 “예~” 대답하며 손을 흔들었답니다. 소민아 잘 가~ 안녕~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