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연정/둘째 해

할아버지와 함께 춤을 추었어요

돌샘 2014. 1. 4. 10:09

할아버지와 함께 춤을 추었어요

(2013.12.28)

성탄절 및 새해맞이 준모선물로 목재 레일과 기차 장난감을 준비해두었다가

준모가 도착하자마자 전해주니 신이 나서 아범과 함께 포장을 풀고 조립을 하였습니다.

준모는 여러 가지 부품들 중에 기차와 풍차가 제일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습니다.

조립을 마치고 기차를 레일 위에 올려 작동을 시켜야 하는데 아범이 어떻게 작동을 시키는지 잘 몰라 망설이고 있는데

준모가 기차를 건네 받아들고 여기저기를 만지더니 드디어 작동을 시켰습니다.

기차의 몸통 윗부분에 스위치가 부착되어 있었지만 육안으로 보기에 외형상 특별한 표시가 나지 않았는데

준모가 여기저기를 직접 눌러보다가 작동을 시켰습니다.

어른들이 논리적으로만 생각하는 것과 아이들이 물건을 만지면서 관찰하고 직감적으로 느끼는 것은 사뭇 차이가 있는 모양입니다.

기차가 레일을 따라 곡선구간을 돌아가고 경사진 곳을 올라가는 모양을 신기한 듯 쳐다보며 때로는 웃기도하였습니다.

그러다가 현관문이 열리고 장보러갔던 할머니가 돌아오니 환한 미소로 반겨주었습니다.

 

2층에 올라가서 컴퓨터를 켜고 자판과 마우스로 장난을 치다가 심심해지니 화분의 흙을 파헤쳐

할애비가 만류를 하면 웃으며 살짝 피했다가 다시 파헤치려는 개구쟁이 행동을 반복하였습니다.

오늘은 2층 계단에서 아래쪽으로 공을 차기도 하고 던지기도 하는 변화를 주며 공놀이를 하였습니다.

점심준비가 끝나 식사를 하는데 준모는 할머니가 장볼 때 사온 대구로 부쳐준 전을 잘 먹었습니다.

놀다가 졸리는지 ‘포, 포’하며 할머니에게 다가갔습니다.

오늘은 올 때 포대기를 가져오지 않아서 그냥 업어주니 업혀서도 ‘포, 포’하는 말을 계속했습니다.

포대기로 업어주어야 업혀서 편안한 자세가 되는 모양입니다.

하는 수없이 준모가 어릴 때 덮고 자던 얇은 천을 포대기 대용으로 감싸주니 스르르 잠이 들었습니다.

1시간 반쯤 자다가 일어났는데 선잠이 깨었는지 ‘포, 포’하고 포대기를 찾아

할머니가 다시 업어주니 잠들지는 않고 조금 업혀 있다가 내려서는 할애비와 같이 놀았습니다.

 

장난감 기차를 가지고 놀다가 그림책을 펼쳐 들기에 할애비가 읽어주니 그림을 보며 가만히 듣고 있었습니다.

그림책 읽기를 두 번 듣고 나서는 무엇을 찾기 시작하였습니다.

소파와 부근을 둘레둘레 살피더니 할애비 바지주머니를 만지고는 손을 넣으려고 하였습니다.

할애비 스마트폰에 저장된 동영상을 보고 싶은 모양입니다.

동영상을 보다가 말타기 놀이나 손뼉치며 노는 장면이 나오면 그 동작을 재현하여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할애비가 내년 봄에 준모와 같이 꽃을 심으려고 사온 어린이용 모종삽을 보여주었더니 삽으로 흙을 퍼는 동작을 보여주었습니다.

모종삽으로 흙을 파고 담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듯 하였습니다.

소파에서 놀다가 불현듯 부채모양으로 생긴 장난감을 들고 거실로 내려가서 버턴을 눌러 동요가 나오니

리듬에 맞추어 무릎을 우쭐거리고 팔을 이리저리 흔들며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덩실덩실 춤을 추었습니다.

부엌으로 가서 할머니에게도 춤추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준모의 갑작스러운 춤사위에 할애비도 신이 나서 덩달아 춤을 추었답니다.

 

준모야! 손자 따라 할애비도 모처럼 덩실덩실 춤을 추고 나니 기분이 무척 좋구나.

우리 도련님은 요즈음 각종 모임에 나가면 카리스마 넘치는 대장 역할을 톡톡히 하는 모양인데

또래 아이들은 심신이 허약하여 너의 행동을 보기만 해도 주눅이 들 터이니 살살 다루어 주어라.

부드럽게 다루어도 대장의 뜻에 잘 순종할 거다. 알았지요. 우리 대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