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연정/둘째 해

내가 찾는 물건이 보이지 않아요

돌샘 2013. 12. 25. 11:36

내가 찾는 물건이 보이지 않아요

(2013.12.21)

오늘은 준모가 점심 무렵에 도착하여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4시간 동안

낮잠도 자지 않고 여러 가지 장난을 치면서 잘 놀았습니다.

준비된 놀이기구라고는 비닐 공 하나뿐이니 자연히 전화기와 컴퓨터

그리고 각종 가전제품과 전등 스위치, 생활용품들이 모두 놀이기구로 전환되었습니다.

오늘은 컴퓨터를 직접 켜고 놀다가 자판을 타악기처럼 신나게 두드리기도 하고

방에서 월동하고 있는 화분의 인공토를 파헤치는 장난도 하였습니다.

2층 계단에서 비닐 공을 가지고 놀 때는 조손 외에 아래에서 공을 주워주는

도우미가 한 사람 더 필요한데 요즈음 준모가 가장 재미있어 하는 놀이가 되었습니다.

준모가 스스로 개발한 놀이방법도 조금씩 발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지난번에는 계단 위에서 아래쪽으로 공을 발로 찼는데 오늘은 공을 손으로 잡고 본인 키보다 높은 난간위로 던져서

공이 계단에 떨어지며 부딪혀 튕겨나가는 모양을 보고는 깔깔대고 웃으며 좋아하였습니다.

거실에서 창밖을 쳐다보고 있다가 불현듯 생각나는 것이 있는 듯 할애비한테 ‘푸~푸~’하면서 다가왔습니다.

준모의 행동을 보고 순간적으로 연상되는 물건이 하나 있었지만 모른 체하고 가만히 있었더니

아니나 다를까 준모가 식탁의자에 올라가서 식탁위의 물건들을 유심히 훑어보면서 무엇인가를 열심히 찾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푸~푸~’하는 소리를 ‘물~물~’하는 줄로 알고 ‘준모야! 물줄까?’하고

물통을 가져다주었지만 물을 먹고도 계속 물건을 찾고 있었습니다.

 

준모가 찾는 물건은 다름이 아닌 양초였습니다.

생일 케이크에 촛불을 켜고 끄는 행동을 보았기에 양초에 불을 붙여주면 준모가 ‘푸~’하고 입김을 불어

촛불을 끄고는 손뼉을 치며 좋아하였던 지난번 촛불놀이가 기억난 모양입니다.

준모가 촛불놀이를 좋아했지만 불장난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어

식탁위에 있던 양초를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치워버렸습니다.

준모가 계속 ‘푸~푸~’하는 소리를 내면서 이리저리 찾아다니는 바람에

할애비의 결심이 무디어져 숨겨두었던 양초를 찾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양초를 가지고 와서 준모에게 내밀며 ‘준모야! 너 이것 찾고 있지?’하였더니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지으며 바닥에 주저앉아 빨리 불을 붙여달라는 몸짓을 하였습니다.

할애비와 손자가 마주보고 앉아서 한참동안 불장난을 하였습니다.

촛불이 꺼질 때마다 ‘야!’하는 소리를 내며 박수를 치고는 불을 다시 붙이도록 재촉하였습니다.

준모가 촛불을 입김으로 불어 끈 후에 박수를 치는 것은 본인이 어떤 일을 해냈다는 만족감도 있겠지만

아범생일 때 케이크에 꽂힌 촛불을 끄고 모두 박수를 쳤다는 사실을 잘 기억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칠 줄 모르게 계속되던 촛불놀이는 불을 붙이던 가스라이터가 과열되어 고장이 난 후에야 끝이 났습니다.

 

준모야! 불장난을 하면 자다가 오줌 싼다고 하였는데

너는 귀저기를 차고 있으니 괜찮겠지만 할애비가 오늘밤 큰일이구나.

다음에 만나면 촛불놀이는 그만하고 더 신나는 놀이를 하면서 놀아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