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연정/둘째 해

좋아하는 사람은 그때 그때 달라요

돌샘 2013. 12. 25. 11:56

좋아하는 사람은 그때 그때 달라요

(2013.12.22)

겨울철에는 준모를 데리고 밖에 나가 놀 수가 없으니

여러 가지 놀이를 조합하여 호기심을 자극해주어야 무료하지 않겠지요.

최근에는 비닐 공을 계단위에서 던지며 노는 놀이가 가장 재미있는 모양입니다.

어제는 공을 계단 쪽 난간위로 던져 공이  튕겨나가는 모양을 보고는 깔깔대고 웃으며 좋아했는데

오늘은 거실 쪽 난간위로 공을 던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월동하기 위해 들여놓은 키 큰 나무에 공이 부딪혀 잘 넘어가지 않았으나

여러 번 고집스럽게 던져서 성공시키더니 다음에는 키 큰 나무가 없는 곳을 찾아 던졌고

급기야는 나무가 없는 현관 쪽 난간위로 공을 던졌습니다.

공을 계단에 던질 때보다 더 큰소리가 나니 신이 나서 깔깔대며 웃었습니다.

아범이나 할머니가 공을 잡아 위층으로 던져주면 할애비가 공을 받아 준모에게 전해주었는데 공을 던져주는 사람이 없어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까 준모가 할애비에게 다가와 손가락으로 아래를 가리키며 뭐라 뭐라 말을 한참 쏟아내었습니다.

내려가서 공을 주워오라는 이야기인 것 같은데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하는 자세와 얼굴표정에 카리스마가 묻어났습니다.

그래서 ‘준모야! 계단 쪽에 오면 위험하니까 공을 가지고 올 때까지 화분 있는 곳에 가만히 서있어야 한다.’고

당부하고는 내려가 공을 주워 계단을 올라오니 준모가 그 동안 궁금하였는지 난간 쪽으로 다가와 고개를 내밀어

아래쪽을 보고 있다가 할애비와 눈이 마주치자 멈칫하더니 뒤로 살짝 물러나 화분 앞에 가만히 서있었답니다.

그 모습을 보니 우습기도하면서 조손간에 의사소통이 잘 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준모가 오늘도 ‘푸~푸~’하면서 촛불놀이를 하자고 하기에 ‘준모야! 어제 푸~푸~ 하며 촛불놀이하고 양초를 어디에 두었니?

할아버지는 양초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고 했더니 둘레둘레 조금 찾다가 생각을 바꾸고는 핸드폰의 동영상을 보았습니다.

이제 준모는 할애비 핸드폰만 있으면 직접 전원을 켜고 잠금을 해제하여 본인이 보고 싶은 동영상을 찾아서 본답니다.

동영상에 나오는 생일촛불 끄는 장면에서는 직접 입김을 부는 흉내를 내고 박수도 쳤습니다.

한참을 놀다가 준모가 할머니에게 다가가서는 ‘포, 포’하고 말했습니다.

‘포’는 포대기의 준말로 준모가 잠이 올 때 포대기로 업어달라는 이야기지요.

할애비가 등을 내밀며 업히라고 하니까 준모가 ‘아니, 아니’하면서 할머니 등 뒤로 가서 어깨를 잡으며 업히려고 하였습니다.

조금 전까지 공놀이를 할 때나 동영상을 볼 때는 할애비가 잠시 자리를 비우면 할머니와 아범이 옆에 있는데도

베란다로 2층으로 할애비를 찾아다니다가 내가 나타나면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반가워했는데 갑자기 돌변을 하였습니다.

잠을 청하며 등에 업힐 때는 자연스럽게 할애비보다 할머니가 편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준모야! 할애비는 너의 해맑은 얼굴과 웃음소리를 들으며 시간가는 줄 모르고 행복한 주말을 보냈단다.

행복을 가져다주는 우리 도련님 건강하고 구김살 없이 잘 자라세요. 안녕! 또 만나요...